먹튀검증소 토토 뉴스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자부심' 

"저와 함께 뛴 맨유 베스트 11이요? 반 데 사르(GK), 에브라, 퍼디난드, 비디치, 게리 네빌(이상 DF) 호날두, 캐릭, 스콜스, 긱스(이상 MF). 그리고 루니와 반 니스텔루이(이상 FW). 뭐, 다 정해져있는데요.(웃음)"

최근 런던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성과 주고 받은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참고로 이 질문은 골닷컴 코리아가 아닌 '골닷컴 UK'로부터 부탁을 받은 질문이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영국 및 유럽의 맨유 팬들이 여전히 박지성을 기억하고, 그의 의견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표였다. 

박지성이 직접 뽑은 (같이 뛴) '베스트 11'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어느 포지션 하나 빈틈이 없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맨유에서 뛴 박지성은 분명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물론, 140년의 맨유 역사를 다 통틀어봐도 한 손에 꼽을 만큼 팀의 최전성기를 함께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2007/08 시즌의 맨유는 최근 BBC에서 발표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팀' 순위에서 '트레블'을 달성했던 맨유(1위), '무패우승' 달성한 아스널(2위), 역대 최다승점의 맨시티(3위)에 이은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팀의 일원이 다름 아닌 박지성이었다. 그 가장 화려했던 시기의 맨유에서, EPL의 '빅4'(맨유, 리버풀, 아스널, 첼시)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최강자였던 시기, 즉 프리미어리그 내의 리그 경쟁도 가장 치열했던 시기에 박지성은 무려 7시즌이나 팀에서 퍼거슨 감독의 중용을 받으며 활약했다.

종종, 당시 박지성과 맨유의 행보를 그 시기에 직접 보지 못했고, 기록으로만 그 시절에 대해 아는 팬들 중에는 박지성의 출전수가 아주 많지 않았다는 점이나 득점포인트가 대단히 높지 않다는 점을 의문시하지만, 그것은 박지성 개인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모두 인정하다시피, 그 시기 박지성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절대적인 에이스인 동시에 '캡틴'이었다.) 

그런 가장 치열한 시기의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정점에 올라있던 맨유에서 팀원들과 팬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으며 최고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는 것 그 자체가 오히려 반대로 박지성이라는 선수의 진가를 보여주는 점이다.

현역 시절 잉글랜드 언론에서 박지성에 대해 언급할 때 흔히 사용했던 두 별명 '빅게임 플레이어'와 '언성히어로'(이름 없는 영웅)역시, 박지성이 당시 맨유에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하진 않았을지 몰라도 중요한 경기에서 제 역할을 다 했고,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한 선수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 '득점포인트'의 면에 있어, 박지성은 본인이 골을 직접해결하며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경기도 있었지만(대표적으로 '울버햄튼 전'처럼),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반 니스텔루이, 호날두, 루니, 스콜스, 긱스, 테베즈, 치차리토 등 언제나 최고의 공격자원들이 포진해있던 맨유에서 박지성은 오히려 다른 동료들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플레이를 요구받는 일이 많았다. 흡사 그 유명한, 피를로를 봉쇄했던 경기처럼. 

인터뷰 중, 박지성은 웃는 얼굴로 "저는 벤치에 들어가야죠. 어딜 껴요 저길.(웃음)이라던지, "내세울 건 그것 밖에 없기 때문에(조직력, 팀워크 등)"라며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그러나, 그런 그의 겸손한 말과는 별개로, 박지성은 분명 잉글랜드를 넘어 당대 유럽 최고의 명장이 지도하는 최고의 팀과 그 전성기를 함께한 위대한 선수였다. 여전히 많은 해외의 맨유팬들이 그의 소식과 그의 의견을 궁금해한다. 손흥민이 나날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맨유 시절의 박지성을 떠올리는 팬들도 결코 적지 않다. 

나는 이 칼럼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혹은 다른 팀에서 박지성이 남긴 수많은 업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맨유에서 보낸 7시즌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 그것만으로도 박지성은 분명 유럽 축구계, 또 전세계에 대한민국 축구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한국 축구의 '자부심'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