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검증소 토토 뉴스 중앙 MF, 장거리 패스를 장착하라 

먼저 지난 16강 바레인전에서 나왔던 세 가지 장면을 복기한다. 첫 번째는 전반 23분에 나온 장면이다. 한국은 하프라인 조금 아래서 황인범이 볼을 잡아 공격을 진행 중이었다. 이때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용이 빠른 속도로 오버래핑, 바레인 진영으로 깊숙히 침투했다. 장거리 오픈 패스가 필요한 상황, 그러나 황인범은 그러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볼을 접었다.

두 번째는 전반 33분이다. 이때까지 한국은 제대로 된 슛 한 번 때리지 못하고 바레인에 고전했다. 상대의 빡빡한 수비를 어떻게 격파해야 할지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황희찬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 황희찬은 이용의 패스를 받아 슛으로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이 가능했던 건 왼쪽에 있던 손흥민이 개인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를 헤집은 후 이용에게 오픈 패스를 넣어줬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한국이 선제골을 기록한 전반 44분 상황이다. 이때도 전반 33분과 비슷한 플레이가 나왔다. 손흥민이 바레인 진영 왼쪽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하며 이동했고,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이용에게 전진 패스를 넣어줬다. 이용은 곧장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바레인 골키퍼를 맞고 굴절된 볼이 황희찬 앞에 떨어졌다. 황희찬은 이 볼을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장면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방향 전환’이다. 첫 번째는 황인범이 방향 전환을 해야 할 때 그러지 못해 공격 기회를 상실했던 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손흥민의 방향 전환 패스로 좋은 득점 상황을 만들었던 예다. 특히 전반 44분 나온 손흥민의 공격 방향 전환 패스가 결정적이었다. 빠른 속도로 공격 방향을 틀면서, 바레인 수비수들이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없앴기 때문이다.

바레인전에서 우리가 고전했던 여러 이유 중,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바로 방향 전환이다. 그리고 그 방향 전환의 속도다. 바레인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공격의 방향을 바꾸는 장거리 패스였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무조건 길에 때려 넣는 장거리 패스가 아니다. 앞에서 뒤로, 좌에서 우로, 혹은 대각선으로 향하는 그런 장거리 패스가 거의 없었다. 장거리 패스가 많지 않았다는 건 공격 방향의 전환이 적었단 뜻이고, 이는 상대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공격했단 의미다.

바레인전에서 부상으로 하차한 기성용이 유독 그리웠던 이유도 바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장거리 패스가 적었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좌우 측면으로 쇄도하는 선수들에게는 물론이고, 최전방에 있는 선수에게도 정확하고 빠른 장거리 패스를 자주 시도한다. 기성용의 발에서 뻗어 나가는 시원한 장거리 패스는, 공격 방향이 삽시간에 바뀌는 구실을 해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게 만든다.

그렇다면 바레인전에서 장거리 패스가 많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뭐였을까? 전반 23분 황인범이 쇄도하는 이용을 보고도 오픈 패스를 시도하지 않았던 건, 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바레인전 이후 기자 회견에서 언급했듯, 한국은 바레인전 초반부터 많은 패스 미스를 범했다. 특히 정우영과 황인범 등 중앙 미드필더들에게서 패스 미스가 많았는데, 초반부터 실수가 잦자 패스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성공률이 더 떨어지는 장거리 패스는 아예 시도조차 안 했다.

그러나 후반 교체 투입된 주세종은 좀 달랐다. 바레인전은 전반 중반 이후부터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공격하는 형태였는데, 패스 미스가 많았던 전반 초반을 뛰지 않은 주세종은 정우영이나 황인범보다 더 자신 있게 장거리 패스를 시도했다. 물론 성공률이 크게 높은 건 아니었으나, 몇 차례 장거리 패스로 바레인 수비가 좌우로 흔들렸던 건 사실이었다.

8강 카타르전에서는 바레인전보다 장거리 패스, 혹은 오픈 패스 비중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 빠르게 공격 방향을 전환하게 되면, 상대 수비 조직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장거리 패스의 성공률은 당연히 단거리 패스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단거리 패스보다 훨씬 더 위협적 장면을 만들 수 있다. 성공하면, 상대 수비를 한 번에 무너트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적절한 장거리 패스가 있어야, 상대 수비가 계산해야 할 공격 루트가 많아져 혼란을 줄 수 있다.

정우영과 황인범, 그리고 주세종은 한국에서 정상급 패서로 통한다. 그들이 장거리 패스를 두려워하면, 누구도 해낼 수 없다. 공격의 방향타 역을 하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장거리 패스가 제대로 장착되어야, 안정적 전력을 자랑하고 있는 카타르를 흔들어 골을 넣을 수 있다. 장거리 패스의 장착, 기성용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카타르를 넘어 우승으로 진격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