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이 해설 전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SBS는 9일 박지성이 내달 14일부터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SBS 해설위원을 맡아 마이크 앞에 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지성은 지난해 11월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을 맡고 있으나 직책 자체가 비상근이어서 해설위원 같은 역할은 겸직이 가능하다. 지난 달부터 박지성의 SBS 계약 추진 사실이 흘러나왔고,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최종 발표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 월드컵에선 이영표(KBS) 안정환(MBC) 등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기존 해설위원 외에 박지성까지 가세,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3명 모두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 축구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란 점에서 진짜 월드컵 못지 않은 ‘마이크 월드컵’이 열릴 전망이다. 박지성은 2002년 포르투갈전, 2006년 프랑스전, 2010년 그리스전 등 3회 연속 월드컵 득점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기록한 선수다. 이영표는 2002년과 2006년, 2010년 월드컵에서 붙박이 수비수로 뛰며 헌신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안정환은 2002년 이탈리아와 16강전 골든골, 2006년 토고전 역전 결승골 등 한국 축구사에 기억될 만한 득점포를 펑펑 터트렸다. 

월드컵의 경우, 3사 모두 같은 화면을 받아 중계하기 때문에 결국 캐스터와 해설자의 입담과 호흡이 좋아야 시청률에서 앞설 수 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이영표를 앞세웠던 KBS가 대표적이었다. 대회 전만 해도 SBS나 MBC에 밀릴 것 같았던 KBS는 이영표의 족집게 같은 ‘문어 해설’과 날카로운 분석이 어우러지면서 바람을 탔다. 결국 러시아전 22.7%, 알제리전 14.0%, 벨기에전 16.9%로 1위를 휩쓸었다. 브라질 월드컵 땐 ‘1강(KBS)~1중(MBC)~1약(SBS)’ 구도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8년간 활약하고, 대표팀 주장까지 역임했던 박지성이 가세하면서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해설 전쟁 판도는 안개 속에 빠지게 됐다. 박지성은 손흥민, 기성용과 영국에서 자주 만나는 것은 물론, 김남일과 차두리 등 현재 ‘신태용호’ 코칭스태프들과도 친분이 있다. 또 유럽에서 10년 이상을 활약한 만큼 세계 축구계 흐름이나 스타플레이어들과의 대결 경험 등 정보의 양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표의 분석과 안정환의 재미, 거기에 박지성의 정보까지, 4강 멤버들이 마이크 앞에 나서면서 러시아 월드컵 보는 재미가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