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직전에 치른 아르헨티나와의 친선 경기에서 0-1 한 점 차 석패를 당했다.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해당 경기에서 러시아가 보인 수비 조직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비록 전체적인 주도권을 헌납하긴 했지만, 메시를 중심으로 이뤄진 아르헨티나의 맹공을 잘 견뎌냈다. 실제로 막판에 터진 아구에로의 결승 득점이 아니었더라면, 러시아로선 무승부 정도는 충분히 기록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러시아는 내년에 있을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 작년부터 승패에 연연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전에 있었던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월드컵에서 마주칠 강팀들을 대비하기 위한 전술적 실험에 가까웠다. 그리고 다가오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도 러시아는 수비 조직력 점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 팀 간의 역대 전적에서 압도적인 열세에 시달리고 있는 쪽은 러시아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개국 이래로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총 전적 4전 1무 3패) 그래도 이번 양 팀 간의 맞대결은 러시아의 홈 구장에서 치러진다. 러시아의 기후는 따뜻하기로 유명한 스페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잔디 역시 유럽 본토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척박하다. 러시아 특유의 칼바람은 스페인 선수들의 컨디션을 하락시킬 것이고, 러시아 특유의 잔디는 스페인 선수들의 패스를 시종일관 훼방할 것이다. ​

지난 두 번의 메이저 대회 (2014 월드컵, 유로 2016) 에서 삐걱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럽 최고 수준의 강호로 평가되고 있는 전력. 유로 2016 종료 이후엔 '젊은 감독' 로페테기의 지휘 하에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前 델 보스케 감독이 이끌었던 스페인은 지나치게 정적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로페테기는 선수단에게 역동적인 움직임을 주문했고, 실제로 최근의 스페인 대표팀은 '빠른 템포의 직선적인 침투' 를 빈번히 연출하고 있다. 이는 유로 2016 에서 대부분을 볼의 외각 지역으로 돌렸던 델 보스케 체제와는 다른 모습. 다행히도 로페테기 감독의 지도력은 주효하게 작용되고 이다. 실제로 스페인은 로페테기 감독 부임 이후에 치른 모든 공식 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총 전적 14전 11승 3무) 이렇게 쾌조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이긴 하지만, 이번 경기를 앞두고 미약한 불안 요소는 존재하고 있다. 직전 경기에서 주요 선수들을 풀 가동시켰다는 점. 스페인으로선 체력이 손실된 주전 선수들을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실험 정신이 강한 로페테기 감독의 성향을 고려해봤을 때, 이번 경기에서 승리에 집착하기보단,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기용하거나, 활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술을 가동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스페인의 2군 선수들의 기량과 로페테기 감독의 전술 역량은 러시아를 충분히 압도하고 있긴 하다. 문제는 환경적인 요소. 갑작스러운 기후와 잔디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스페인으로선 예상 외로 이번 경기에서 발목을 붙잡힐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