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8
응답하라 2008
우리들은 누구나 첫사랑이 있을 것입니다. 살면서, 그게 언제든 말이지요.
우리 게이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에 같은 게이건, 일반이건.
저 또한 그렇습니다.
비록 상대는 일반이였고, 그를 좋아하면서 제가 게이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시면서 저의 지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와 그 아이. 제가 짝사랑한 제 첫사랑의 이야기를 말이죠.
이야기인 즉, 제 첫사랑이 언제나 저보고 '게이~게이~' 거리며 놀렸고,
저는 거기에 혼자 토라져 사라지고, 그 아인 저를 쫓아와서 화를 풀어주고 애교를 부리고.
동창들은 그런 저희를 보고 그 아인 남자역할, 저는 여자역할 이렇게들 얘기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다보니 저 또한 과거 생각이 났습니다.
바야흐로 2008년도.
저는 당시 고2 때 제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재수없었습니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집안도 좋은애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기도 많으니 말이죠.
그런데 그에게 처음으로 반한 건 선생에게 반항할 때 였습니다.
그러면 안되는 일이지만, 분명 맞는 말을 자신의 소신껏 말하는 그 모습에.
마치 응답하라 1997에서 윤재가 선생에게 따질 때 그 모습을 보고 준희가 반하는 것처럼
저 또한 한눈에 반했습니다.
(물론 전 준희만큼 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인 반에서 회장이 되었고, 어려운 문제를 아이들에게 많이 가르쳐 줬습니다.
그러면서 저와 그 아이도 친해졌고 시험이 끝나면 같이 놀러도 가고
친해지는 그런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3이 되어서 저와 그 아이 둘 다, 성격이 까칠해진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까칠해졌고, 그 아이가 너무 좋았지만 고백할 수는 없고
그런 제 맘이 주체가 되지 않아 반항을 부렸고,
그 아이는 입시 스트레스에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자기 혼자서 다니기 시작하고...결국 우린 다시 붙이기 어색할 정도로
멀어졌습니다.
아마 그 놈도 제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봐도 너무 티가 났으니깐.
그런 저를 그 녀석이 선을 그은 거 같습니다.
만약 그런 거라면 잘 한 거라고 지금은 판단하고 있구요...
그리고 5년이 지난 올해. 얼마전 시내에서 그 아이를 봤습니다.
그 아인 절 못봤지만, 굉장히 괜찮은 여자와 함께 시내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수수하고, 미소가 예쁜. 그런 참신한 여자가 옆에 있더군요...
그걸 보고 한편으론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저처럼 힘들게 게이로 살 바엔,
남들과 같은 평범하고 이쁜 사랑하는게 낫다는 생각이였죠.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나왔듯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입니다.
제가 그러한 지는 모르지만, 제가 좋아했던 사람. 그 녀석은 제 첫사랑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