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여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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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여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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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여자 11


그 사람의 본명은 영환 씨였다. 하지만 다들 ‘칸트 씨’라고 불렀다. 그렇게 부른 건 일차적으로 영환 씨가 칸트를 전공했기 때문이고, 본명보다 그렇게 부르는 게 어울려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90년대 당시부터 늘 양복 차림에 머리에 잔뜩 기름을 발랐고, 콧수염을 길렀다. 사실 칸트보다는 채플린에 더 가깝다 할 코믹한 외모였지만 그에게는 우리가 ‘철학자’라 부를 때 떠오르는 것들-어눌하고 괴짜이며 괜히 세상사에 초연해 보이는-이 잔뜩 있었다. 그는 


갈 데까지 간 여자 11

학부에 다닐 때부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에-젊어 보인다는 게 아니라 늙어 보인다는 의미다-혼자 살면서 저녁마다 커다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게 취미이고, 술을 마실 때도 꼭 ‘빵’이나 기타 허름한 대학가 카페에서 옛날음악을(절대로 가요여서는 안 되었다) 들으며 지냈다. 마치 60년대로부터 튀어나온 사람이었다. 

그가 ‘빵’에 들어왔다. 칸트 씨는 진용이의 동업자였다. 알고 보면 진용이가 굳이 ‘빵’을 정리하거나 분위기를 바꾸지 못 하는 이유도 칸트 씨가 그곳을 예전 그대로 두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칸트 씨는 학부 때부터 우리 문과대의 명물이었다. 아내는 그가 자기 학과에서 학위를 따서 나간 후 오랫동안 보지 못 하였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당황스럽다기보다는 우선 반가웠지만 얼른 일어나 인사를 건넨다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팬티만 입은 맨몸에 앞치마를 걸치고 바 아래에 꿇어앉아 진용이의 성기를 애무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형 웬일이야? 시골 내려간다 그러지 않았어?” 

“갔다가 왔어. 너야말로 웬일로 가게에 다 나왔어. 혼자 마시고 있던 거야?” 

“응, 좀.” 

“같이 마시자.” 

칸트 씨가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아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 아래가 바깥쪽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해도 칸트 씨는 손님이 아니라 가게의 공동 주인이니 바 안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진용이는 바에 선 채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낸 채다. 얼른 그의 바지춤부터 끌어올리려는 아내를 진용이가 말린다. 

‘어쩌려고.’ 

‘벌써 늦었어. 잠깐만 이대로 있자. 칸트 형은 금방 갈 거야.’ 

‘그래도......’ 

‘계속해 줘, 선영아.’ 

당황하는 아내에게 진용이는 그대로 제 것을 물린다. 아내는 엉겁결에 그것을 입으로 품었다. 진용이의 성기는 인기척이 들어왔을 때 놀라 쪼그라들었지만, 아내의 입안에서 다시금 꿈틀꿈틀 팽창하기 시작한다. 

“응? 뭐라고 그랬어?” 

“아니야, 형. 내 것도 한 병 갖다 줘.” 

칸트 씨가 냉장고에서 병맥주를 꺼내 들고 바 앞으로 돌아온다. 아내는 진용이의 것을 문 채 꼼짝할 수가 없다. 그들이 나란히 앉고, 진용이는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칸트 씨와 맥주 모가지를 부딪친다. 그의 것이 아내의 입안에서 완전히 발기하였다. 

결국 그들이 나란히 술을 마시는 사이에서, 아내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 갇힌 채 진용이의 성기를 입에 대고 있어야 했다. 아내가 진용이의 성기로부터 얼굴을 멀리하려 할수록 그 물건은 더욱 더 분기탱천한 위용으로 그녀를 찔러댄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딱히 피할 곳이 없다. 

“참, 형 선영이라고 기억나?” 

귀두에 힘을 주었는지 불뚝 고갯짓을 하는 성기 앞에서, 아내는 화들짝 몸을 굳힌다.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던 선영 씨?” 

칸트 씨는 ‘알바’란 축약어 따위 모른다. 아내는 이곳에서 1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만둔 뒤에도 종종 드나들었건만 칸트 씨는 결코 그녀에게 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영미권 책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인텔리 신사였다. 

“응. 걔 말야. 요즘도 대학원에 나오잖아. 나 일전에 걔 만났다.” 

진용이가 말한다. 

“형 안부를 묻던데. 그러고 보니까 걔 결혼하고 나서 못 봤지?” 

“음, 기억나. 참 우아한 아가씨였는데.” 

아내는 칸트 씨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 할 거라 생각했다. 그는 철학자였고, 늘 자기만의 세상에 잠긴 듯 보였으니까. 

“아주 우아했지. 한국 여자 같지 않았어.” 

“그랬지? 인제 보니 형도 걔한테 마음이 있었나 봐?” 

아내가 진용이의 성기로부터 손과 입술을 뗀다. 바 바깥쪽에서 들리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느라였다. 

“그때 안 그런 사람이 있었냐, 어디.” 

멋쩍은 듯 조용히 미소 짓는 칸트 씨의 얼굴이, 굳이 올려다보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 번연하다. 

“뭐야, 형도 그런 줄은 몰랐네. 그럼 걔가 만약에 지금 나타나서 형한테 만나자고 하면 만날 거야?” 

“무슨 소리야. 난데없이.” 

칸트 씨는 어깨를 으쓱대면서도. 

“뭐 불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한 번쯤 그래 보고 싶기도 하네. 참 말이 잘 통하는 아가씨였거든.” 

“결혼했는데도? 인제 아줌마잖아.” 

“그러니까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했잖아. 사실 결혼했다는 것은 문제가 안 돼. 그건 그냥 사회적인 족쇄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선영 씨가 그럴 리는 없겠지. 그때 당시로 제법 깨인 아가씨이기는 했지만. 생각하고 현실은 또 다른 것이니까.” 

칸트 씨는 진지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사색에 잠겼다가는. 

“그런데 왜? 선영 씨가 너한테 사귀자 하기라도 하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때 아내가 바 아래에서 진용이의 것을 쥐고, 스스로 입에 문다. 

그것은 진용이의 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던 동시에, 그녀 또한 어쩐지 그러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진용이의 성기를 입에 물고, 그 끝을 혀로 훑는다. 그러다가 천천히 얼굴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진용이의 것을 빨아들이는 데 몰입한다. 진용이의 맛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왜 그래?” 

칸트 씨가 어리둥절해 물으면. 

“아니야. 오늘 술이 좀 받네.” 

진용이는 눈을 깜빡이며 억지로 호흡을 가누는 것이었다. 

아내의 입안에 들어간 진용이의 귀두 끝이 끈끈해졌다. 그것은 아내의 타액만은 아니다. 아내가 그것을 쪽 빨아들인다. 그 물건이 뜨겁게 익어가는 것과 비례하여 아내의 입놀림이 급해진다. 

“사실은 말야, 걔가 깨인 애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걔가 확실히 생각이 트인 애더라. 쿨하더라고.” 

진용이가 말한다. 조금씩 떨리는 음성을 술기운인 척 위장하면서. 

“걔랑 그런 이야기를 했어.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참 예전처럼 순수하지 못 하다고 말야. 술을 먹어도 예전처럼 달리지 못 하고 가정 생각, 돈 생각이나 해야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슬프지만.” 

“그래서...... 언제 한 번 여기 ‘빵’에서 그런 걸 완전히 벗어던지고 마셔보자고 했어. 그냥 말로만 벗어던지자고 하면 잘 안 될 테니까. 상징적인 의미에서 진짜로 걸친 걸 벗고 말이야.” 

칸트 씨의 눈이 휘둥그래진 게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근데 말은 그렇게 했는데, 애매하데.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그러니까 손님이 와 있거나 할 때 벗고 마실 수는 없잖아. 우리가 그 정도로 깨인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거야 그렇지.” 

칸트 씨의 목소리가 은근히 들뜨기 시작했다는 건 그냥 느낌 탓일까? 

“그렇다고 나랑 선영이 단둘이서 그러면...... 그건 순수하게 마시는 게 아니라 무슨 연애처럼 되잖아. 무슨 얘긴지 알지?” 

아무렇잖은 듯 썰을 풀면서도 진용이의 성기는 아내의 입안에서 꿈틀꿈틀하고, 정작 이야기의 화제가 된 아내는 그 아래에서 열심히 그것을 빨면서. 

“형, 선영이 벗은 것 보고 싶지 않아?” 

잠시 침묵. 그 사이 아내는 불가해한 열정으로 진용이의 성기 위에서 턱을 움직이고. 

“응. 한 번 그래봤으면 좋겠다.” 

순간 진용이의 성기가 크게 반응한다. 허리와 함께 성기 전체가 움찔거리며 새하얀 것을 힘차게 토해낸다. 

“아니, 내 말은...... 꼭 선영 씨 벗은 걸 보고 말고가 아니라...... 나도 남자니까 한 번 보고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야. 네 말대로 그렇게 벗어던진 채 마셔보고 싶다는 거야. 그래본 적이 없으니까. 듣고 보니 괜찮은 생각 같아서 말이야.” 

칸트 씨가 뒤늦게 수습하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진용이의 것은 아내의 입안에서 뜨거운 것을 몇 번이고 쿨럭쿨럭, 많이도 분출해 댄다. 아내는 입으로 그것을 고스란히 받는다. 입천장이 따끔거렸고, 입안이 비릿한 것으로 가득하였다. 몰래 꿇어앉은 자리에서는 그것을 뱉거나 닦아낼 여건도 되지 않는다. 

“응, 알았어. 선영이한테 말해 볼게.” 

진용이는 나른해진 얼굴로 술병을 입에 대는 척 긴 한숨을 쏟아낸다. 칸트 씨는 아마도 자기 생각에 잠겨서 진용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화해 나간 것을 보지 못 하였을 것이다. 그들이 술병을 들어 맥주를 입에 머금는 박자와 딱 맞추어, 아내도 입안의 것을 꿀꺽 목구멍에 넘긴다. 말하자면, 건배! -두 남자는 맥주로, 아내는 그들 중 한 명의 정액으로. 그들 모두의 건강과,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욕정을 위하여, 분수처럼 뿜어나오는 진한 호르몬을 위하여. 

헌데 사실 아내가 그때는 몰랐던 것이 있다. 진용이는 칸트 씨와 술을 마시면서, 아내가 모르는 사이에 바 위에서 필담(筆談)을 하였다. 바에 놓인, 신청곡을 받을 때 쓰는 메모지와 볼펜을 이용하여 칸트 씨에게 바 아래의 상황을 슬그머니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아내는 몰랐다. 스스로 얼굴이 벌개진 채 진용이의 성기를 애무하느라. 

“선영이라고 기억나?” 

-라고 말하면서, 실은 바 위 메모지에다가는 ‘형, 아무 말하지 말고 모른 척해 줘. 지금 바 아래에 선영이가 있어.’라고, 칸트 씨에게 적어 보여주었던 것이다. 

“나 일전에 걔 만났다.” 

-‘걔가 지금 바 아래에서 내 자지를 빨고 있어.’ 

아내가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 바라는 것이 제법 높아서 그 아래 숨은 사람을 가려주기는 하지만, 바 앞에 놓인 의자 또한 제법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칸트 씨는 그때 고개를 뻗어 슬그머니 내려다보았다. 아내의 머리가 진용이의 것을 문 채 움직이는 것을, 시야의 한계로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앉은 바의 저편에는 테이블 위로 아내의 옷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칸트 씨는 술을 마시면서 눈으로 그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였다. 아내가 생각하는 칸트 씨는 세상사 초연하고 순진해서 여자라고는 모를 것 같은 사람이었지만,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한편으로 아내의 옷가지 위에 놓인 브레지어로부터 아내의 가슴 사이즈마저 대략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을 끔벅이며 ‘결혼했다는 건 문제가 안 돼. 그건 그냥 족쇄이니까.’라 말하면서, 칸트 씨는 진용이가 행복해하는 이유를 뻔히 알았다. 자신의 아래쪽에도 선영이가 기어와서 자기 것을 꺼내어 주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미 아랫도리가 묵직해졌을 것이다. 

선영이가 알고 보니 쿨하더라고! -라는 말에는 사실 단어의 사전적 의미 이상의 것이 있었다. 

“형, 선영이 벗은 것 보고 싶지 않아?” 

-‘형도 선영이랑 해 보고 싶어?’ 

그들은 그렇게, 내 아내의 몸을 공유하기로 이면에서 합의를 보게 되었다. 진용이는 마지막으로 ‘이따가 나갔다가 살짝 다시 와 봐. 소리 내지 말고.’라 적어 보이고는 여지껏 적은 메모지를 다 구겨 치워 버렸다. 

칸트 씨가 ‘나 술이 좀 취해서’라며 ‘빵’을 나서자마자 진용이는 아내를 바에서 일으켜서 급하게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선배, 좀...... 잠깐만.” 

아내는 진용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누가 또 들어오면 어떡해?” 

“가만 있어 봐.” 

진용이의 손이 급하게 아내의 팬티끈 아내로 기어들었다. 순간 아내는 몸을 부르르 떨며 힘을 풀어버렸다. 아내의 음부는 이미 펑 하니 젖어있었다. 

진용이가 아내를 번쩍 들어 안다시피 했다. 아내는 꼼짝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부옇게 되면서 이것저것 상황을 따지기가 힘들게 되었다. 

진용이는 아내를 빈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앞치마를 허리 위로 올린 후 팬티 끈에 양손을 걸었다. 아내는 스스로 엉덩이를 들어 주었다. 

진용이의 성기는 조금 전의 분출과 상관없이 다시금 하늘높이 발기해 있었다. 그대로 아내의 질구로 진입해 들어간다. 아내는 끄응, 한숨지으며 온몸을 열어 그의 전체를 받아들인다. 그가 아내의 몸 안에 끝까지 들어간다. 

묘한 안도감에 아내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천천히 팔을 올려 그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아까, 왜 그런 소릴 했어? 선배.” 

“뭐 말야.” 

“벗고 마시잔 말...... 왜 칸트 씨한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진용이가 히죽댄다. 

“말 그대로 벗어 던지고 마시자는 거야. 엠티에 가서도 그랬잖아?” 

“그래도.” 

“넌 ‘깨인 애’잖아.” 

아내는 그만 웃고 만다. 

“깨는 애겠지.” 

이번에는 진용이도 소리 내어 웃는다. 그들은 서로의 것을 몸 안에 심은 채로 킬킬거린다. 

“내가 ‘깨인 애’라도 괜찮아? 선배.” 

아내가 말한다. 

“나는 ‘깨인 애’라서, 선배랑...... 그런 건 싫어. 그냥 받아주고 싶어. 그냥...... 다른 것 없이. 엠티 때 그랬던 것처럼. 선배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래도 괜찮아?” 

“칸트 형도?” 

아내가 진용이를 올려다본다. 그와 눈을 맞춘다. 

진용이는 아내의 텅 빈 눈에서 어떤 동조와 허락의 메세지를 읽어낸다. 

“선배...... 나 안아 줘.” 

아내가 말한다. 

“내 안에서 움직여 줘.” 

진용이가 아내의 부탁을 들어 준다. 그의 것이 갓 잡아 올린 물고기 마냥 아내의 몸 안에서 춤을 춘다. 흠뻑 젖은 아내의 음부에서 물을 튀긴다. 아내는 그만 흐느끼며 이를 악문다. 그들이 올라탄 테이블이 삐걱삐걱 비명을 지른다. 

“선영아, 위로 올라올래?” 

진용이가 의자로 자리를 옮기고, 아내는 허겁지겁 테이블에서 일어나 그의 무릎에 올라탄다. 그 사이에도 그들의 성기는 제각각 끊임없이 물을 흘려댄다. 서로를 갈구하며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그들이 결합되어 움직이는 사이로 새하얀 포말이 인다. 

“나 될 것 같아...... 선영아!” 

“내 안에다 해, 내 안에다.” 

그들의 숨소리가 턱 끝까지 올랐다. 

“선영아, 나 싼다...... 받아 줘!” 

“아아, 오빠, 오빠!” 

그들은 한 몸이 된 채로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아내의 세상이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그때 아내는 다시금 덜컥, 하는 문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랐지만 마악 절정에 다다른 상태여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시 동안 진용이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은 채 숨을 고르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하였다. 한참 만에 겨우 고개를 들었을 때, 가게 문은 아무 일 없었던 양 입을 꾹 다문 채 그녀를 향해 음흉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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