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내 연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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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내 연애 1


M증권 데이터센터에 근무하는 박기영과장은 사내연애하던 이유경 대리와 이별한 후에 회사 동료는 사귀지 않는다는 원칙이 생겼다.


즐거운 사내 연애 1

사귈 당시의 불편함이나 불만을 생각하면 짜증이 나지만 철저히 비밀에 붙였던 탓에 연애 당시나 지금도 아무도 둘의 연애 사실을 모르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박기영과장은 회사 업무망과 분리된 거래 시스템망을 관리하기 때문에 보통 IT부서가 모여 있는 2층보다는 지하2층의 데이터센터 모니터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모니터룸은 낮에 정직원인 상주 인원이 꼭 한명 이상 있어야하는데 박기영과장의 사수 조지훈차장이 퇴사하던 2년전까지는 당시 박기영대리와 단 둘이서 모니터룸을 지켰다.

그런데 2년전 낮 시간에 박기영대리를 심부름 시킨 조지훈차장이 고객 데이터를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조차장이 구속된 이후로 모니터룸은 낮에는 3명의 정직원이 상주하고 밤에는 보안 용역 업체가 상시 대기하도록 변경되었다.

그바람에 박기영과장은 자기 밑의 부사수를 둘이나 거느리게 되었다.

"나 담배 한대 피고 온다."

"네, 다녀 오세요. 과장님~"

정혜윤주임은 2년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1년만에 정직원이 되었다.

이제 25살의 어린 친구라 그런지 밝고 유쾌한데다가 윗사람의 분위기 파악해서 필요한 일을 미리 처리하는 제법 나이보다 괜찮은 구석이 많다.

게다가 입사할 때는 좀 통통하다시피 하고 어린티가 많이 났는데 지금은 사회 물 좀 먹었다고 성숙함이 물씬 풍긴다.

가끔은 박과장이 자신도 모르게 정주임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 보다가 옆에서 자신을 보고 있던 유정아대리에게 들킨 적도 있다.

"과장님! 침흘리겠어요."

"흠흠. 오해야. 난 그저 옷맵시가 좋아서 시선이 간 것 뿐이라고"

유정아대리는 박기영과장의 3년 후배로 IT개발 부서에 있다가 조지훈차장 사건후로 모니터룸으로 업무를 지원해왔다.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 왠만하면 트러블 만들지 않으려고 박기영과장이 조심하고 있고 유정아대리도 눈치가 나쁘진 않아서 잘 맞추고 있는 중이다.

계절은 9월 초로 접어들어 찌는 듯한 날씨는 가셨지만 비라도 올라치면 짜증이 밀려온다.

요새 박과장은 회사일이 지루해 좀이 쑤시는 상태다.

어렵게 증권사에 입사한 즐거움은 입사 2년만에 막을 내렸다.

네트워크 상황모니터, 배치업무 실행, 보고서 작성, 정기 정산 업무 대기. 별로 새로운 일도 없고 어려운 일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차장의 사건은 두달 동안 숨가쁘게 딴 생각 못하고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안절부절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청량제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조차장이 잘리고 자신은 동기보다 가장 먼저 과장을 달고 모니터룸 업무를 책임지게 되었다.

업무 중요도로 보면 회사에서 그리 중요한 부서는 아니지만 평생 일할 수 있는 증권사에서 관리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생활적으로 안정을 빨리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면에서 봤을 때는 이유경대리와의 이별에 대해 박과장은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꼇다.

"그래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지. 그땐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어..."

지금은 또 다시 적응된 일상의 반복이다.

담당업무가 전산일이라 요동치는 증시와는 먼나라 얘기고, 증권가에 떠도는 고급 정보를 얻을 만한 인맥이 많지도 않다.

그나마 여신업무를 담당하던 이유경대리와 사귈 때는 

이대리가 7층 위에서 근무하는 거래관련 업무를 보는 동료들에게 넌지시 물어보고 가십 거리도 들려주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는 형편이다.

건물밖 뒤편에 마련된 좁다란 흡연 공간에 해외정보 수집 일을 하는 김선주과장이 담배를 피고있었다.

인사 정도 오가는 사이지만 소문이나 억양, 태도를 보면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여성 휴게실에서 흡연할 때가 좋았는데, 지금은 담배 피러 나오기 귀찮아서라도 금연해야 겠어요."

"네. 저도 입사하고 2년까지는 모니터룸에서 담배도 피고 그랬는데. 지금은 모니터룸이 담배 냄새를 느낄 수 없게 변했어요."

"옛날에 뭘 모를 때는 흡연자의 천국이었는데 지금은 너도 나도 건강 타령이죠. 뭐"

길게 한 모금 뿜고 박과장은 김과장에게 한마디 건넨다.

"그 구두 참 예쁘네요"

"응, 남자가 보기에도 예쁜가?, 이거 이태리 출장 갔을 때 사온거야."

"이야 좋았겠다, 이태리라. 김과장님 같이 해외 출장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몇 있겠어요?"

"뭐 그렇긴한데, 우리 회사 그런 비용 지출 되게 짜게하건든 비행기나 숙소 예약잡히면 내가 비용 더 내고 다녀 와서 돈이 돔 솔찬히 들어.

뭐 그래도 내 돈으로 여행 가는 거보단 낫긴하지"

"시간 나시면 나중에 이태리 얘기나 해주세요. 요새 해외 여행 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네요."

"박과장님 되세 심심한가 보네. 구두 보는 센스봐서는 여자 좀 만나고 다니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바람둥이 아냐?"

"무슨 말씀이세요. 바람 그거 어떻게 하는지 저도 알고 싶네요. 전 요즘 일상에 지쳐서 힐링이 필요하다구요. 힐링."

"왜, 부서일이 바빠? 내가 알기론 요새 회사 별일 없는데. 주가도 요 두달새 크게 변동도 없고."

"쩝, 저희 업무는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해도 별 차이 없어요. 제가 일이 만성이 되어서..."

"뭐야. 할아버지 같은 소리하네. 아직 입사 10년도 안됐지? 10년이 뭐야 이제 갓 7년 쯤 됐겠네."

박과장은 김과장이 자기 입사년수도 대충 헤아리는 게 좀 의아했다.

"나한테 관심있나? 뭐 외모는 괜찮은 사람이지만 평판에 성격이 좀 그런데. 게다가 나보다 3살이나 많잖아."

궁금한 박과장은 웃으며 넌지시 물어본다.

"저 주변에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주실래요? 할아버지 티 안나게"

"되게 자연스럽게 요구하네. 음음 기질이 있어... 그래요, 우리 부서에 외모 멀쩡하고 머리 이상한 애들 많은데 그래도 괜찮으면 소개시켜 줄게요."

"당신만큼 이상할라구요."

박과장은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다.

"좋아요. 소개시켜주세요."

"알았어요. 찾아보고 나타나면 회사메일로 알려 줄게요."

김과장은 눈인사를하고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김과장이 휴대전화를 물어보지는 않고 회사메일로 알려준다니 자신에 대한 마음은 없다 싶어 박과장은 일단 안심했다.

"엮이면 머리 아파질 사람이야. 뭐 조금 아쉽긴 하네."

사실 회사 여사원은 임원이 아니면 모두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 여자들 꾸밀 수 있는게 구두랑 악세사리 뿐이지 않는가.

박과장은 건물로 걸어가는 김과장의 육덕진 몸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래도 같이 자보고 싶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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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군대별사탕 2019-04-1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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