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내 연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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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내 연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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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내 연애 2


아침저녁으로 무더위가 가신탓에 박과장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출근했다.


즐거운 사내 연애 2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8시반까지 출근하고 또 사람도 제법 많기 때문에 박과장은 8시까지 출근하는 편이다.

2층에 있는 자기자리에 앉은 박과장은 밤새 특이 사항은 없었는지 외부 업체가 보낸 이메일 보고서를 읽었다.

별일 없어 보인다.

집에서 가져온 사과를 한개 씼어서 베어물고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둘러 봤다.

역시 짜증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만화사이트에 들어가서 최근 연재가 끝난 만화의 첫회를 열었다.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기에 박과장은 연재가 끝난 만화를 찾아서 본다.

3편을 읽어갈 무렵 정주임과 유대리가 차례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이 좋네요."

"응, 오늘은 날이 좀 시원해졌네."

잠시뒤 강동석부장이 2층 출입구쪽에서 나타나자.

박과장은 슬그머니 머리와 몸을 숙이고 책상위의 출력물을 읽는 척한다.

강부장은 사실 조차장과 박과장의 상사였는데 네트워크관리팀의 팀장으로 발령나면서 다른팀이 됐다.

운좋게도 그후에 조차장 사건이 터졌고 애먼 새로온팀장이 그책임을 지고 퇴사했다.

강부장은 당시까지 대리였던 박기영을 데리고 협력업체나 장비업체의 돈으로 술과 2차를 자주 다녔었고

그걸 핑계 삼아 자신의 개인적인 잔심부름까지 시킬정도로 박기영을 귀찮게 했었다.

강부장은 굳이 안가도 되는 박과장 자리쪽으로 지나가며 안사를 건넨다.

"박과장, 심심하지 않아? 우리팀으로 오라니깐"

"하하, 전 데이터룸 체질이에요. 잘 아시면서."

"그래도 나랑 같이 일하면 즐거운 일이 많을텐데."

"저야 잘 알죠. 제가 다른 사람 하나 알아봐 드릴게요."

"난 박과장이 필요해. 있다가 오늘 나가서 점심이나 같이 하자. 시간 되지?"

"아, 오늘은 점심에 제 보험사 직원이랑 약속이 있어서요."

"뭐, 그럼 담에 하지. 급한 건 아니니까."

"뭐 하실 말씀이라도?"

"응 우리팀 일인데 대단한 건 아냐. 자네 도움이 살짝 필요해서."

"네 그럼 제가 시간 날때 부장님 자리로 가겠슴다."

강부장은 자기 자리로 발걸음을 옮기고 박과장은 기분이 꿀꿀해진다.

"저 인간팀에는 사람이 없나. 왜 나한테 그러지."

"오늘 오전은 누구지?"

정주임과 유대리 쪽을 보면서 박과장이 묻는다.

"저희 둘이에요."

정주임이 대답한다.

뭐 항상 둘중 하나고 두명이 알아서 상의하고 한 명이 내려 오는 거지만.

스케줄은 박과장이 일절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물어보게 된다.

"오늘은 내가 내려갈게 둘다 사무실에서 편하게 있어."

"네~, 과장님."

데이터룸이 출입 제한 구역이라 사람 치이는 일은 없지만 지하에다가 주변에 전자 장비가 많은 구역이라 여자들은 좀 기피하는 공간이다.

박과장은 탕비실로 가서 커피를 한잔 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데이터룸으로 들어 왔다.

강부장네 팀에 가면 지금보다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은 편한데 지루하다.

일이 얼마나 많아질지 들어보고 가버릴까.

여기서 예네 둘 보는 것도 즐겁긴한데.

그림의 떡이라도 강부장팀은 대부분 남자다!

눈에 띄는 여사원도 없고...

박과장은 고민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열어 아이조아넷에 접속했다.

가끔 들르는 성인포탈인데 서버가 해외에 있고 사이트주소가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변경되어서 10년 가까이 유지되는 고마운 사이트다.

갤러리에 들러서 지난번까지 본 사진부터 다시 차근차근 감상을 시작했다.

"이야, 대단하다 이런 여자랑 이렇게 나가서 야외 사진을 찍어보면 무슨 기분이 들까나."

한장 한장 감상하던 중 눈에 띄는 사진이 보였다.

눈을 의심하고 다시 봤는데 분명 맞았다.

"우리 회사 유니폼이네!"

게시물 제목은 "Catch me. If u can." 였다.

"뭐지? 대단한데. 회사안에 있는 아이조아넷 회원을 꼬시려는 건가?"

박과장은 유심히 사진을 살펴보기 위해 폰에 다운로드한 후 앨범에서 사진을 열어 확대하고 천천히 살펴 보았다.

"이거 여성 휴게실앞 자판기에서 찍은 거네."

사진속의 여자는 자판기를 짚고 허리를 숙였는데 자판기 정면 일부가 배경으로 보이고 오른쪽 다리를 왼쪽무릎 뒤에 갖다붙인 자세이다.

사진은 종아리부터 허리까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데 카메라는 약간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다.

사진속의 여자는 가터벨트 스타킹에 속옷을 입지 않은 모습이다.

보지가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

"오우, 미치겠네. 내가 찾아낸다. 누군지 몰라도 내가 갖겠어!"

박과장은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 봤다.

"억. 정주임!"

박과장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듯 이름을 불렀다.

"아우, 과장님 정말 회사에서 여직원한테 이런거 보여주면 성희롱인데. 이제 회사 그만 다니시려나~."

약간 당황한듯 하지만 장난기가 느껴지는 말투다.

박과장은 좀 안심을 한듯 능청스럽게 넘어가려한다.

"미안, 들어 온 줄 몰랐어. 내가 안 와도 된다 했잖아."

"강부장님이 이거 갖다 주래요. 흥."

"그놈의 강부장이 나한테 도움을 안주네."

받아든 문서를 보니 네트워크 회선 증설에 대한 납품사들의 상품 브로셔와 제안서들이다.

"이것 때문에 아침에 나한테 만나 보자 하셨구만."

박과장은 자연스레 화제를 돌리려 했는데 정주임이 다시 한마디 한다.

"근데 그분 누구에요? 우리 회사 여직원 같은데. 혹시 사내 연애 하세요?"

"아냐, 아는 사람이 보내 준거야."

박과장은 당황해서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마세요. 누가 이런 사진을 보내줘요. 같이 찍는 사이면 몰라도. 크크."

"이거 큰일이네. 잘못하면 내가 이유경이랑 사귄 사실도 소문나고 게다가 내가 이유경이랑 야노찍고 다닌다고 알려지면. 근신이 아니라 사직서 쓸지도 모르겠네."

사내연애가 행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M증권사의 관리자들은 굉장히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소문이 나면 빨리 결혼을 시켜서 여자쪽을 그만 두게 하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누가 꼭집어 그런 압력을 행사한 주체는 아니어도.

보이지 않은 힘이 사내연애를 그렇게 금지시켜 온 것이다.

"그나 저나 얘를 어떻게 단속한다. 에라 모르겠다 정면 돌파다."

"정주임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


즐거운 사내 연애 2

"아뇨."

"그럼 있다가 종로의 K백화점에 같이 갈래? 내가 저녁 사줄게."

"크크. 좋아요 일단 먹으면서 생각해 보죠."

박과장은 정주임을 돌려보내고 저녁에 갈 레스토랑을 찾아 예약한 후 뭘 사줘야하나 고민했다.

여자친구도 아닌데 식사에 선물 공세라니 유쾌하진 않았지만 자칫하면 회사내 평판이 나빠질 수 있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오후를 어찌 보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멍했다가 퇴근시간이 되어 부랴부랴 지하철역으러 향했다.

역에도 회사 사람이 많기 때문에 종로에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한다.

20분쯤 기다리자 사복을 갈아입은 정주임이 나타났다.

짧은 핑크 계열의 플레어 스커트와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데 그모습을 보니 회사에서 있을 때보다 몇배는 나아보였다.

회사에서는 항상 머리를 묶었는데 지금은 머리를 풀고 있어서 그런지 새로웠다.

박과장이 멍하니 보고 있으니 정주임이 묻는다.

"지하철이 너무 추워서 머리를 풀었는데 이상해요?"

"아냐 그럴리가. 옷도 머리도 회사 있을 때보다 훨씬 나아."

박과장이 정색을 하며 아부를 하니 정주임이 피식 웃는다.

"음, 오늘 저한테 걸린거 되게 찔리시나 보네. 맛있는 거 사주시면 잊어드릴게요."

"당연하지! 내가 괜찮은데 예약해 놨어."

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K백화점으로 왔다.

"내가 사과의 의미로 핸드백 하나 봐둔거 사주고 싶은데 사양하지마."

"에? 그건 좀 그런데..."

"그러지 말고 받아 C브랜드 신상이야 작아서 비싸지도 않고."

정주임은 내심 찜찜하지만 자기도 그게 뭔지 아는 모델이고 갖고 싶기도 해서 그냥 따라 간다.

"이거 포장해 주세요."

박과장이 계산하고 정주임에게 가방을 주자 정주임은 자신이 후식을 사겠다고 해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헤어졌다.

아직 K백화점이 문을 닫기 전이다.

C매장에 들러 점원에게 자신이 아까 계산할 때 누군가 소매치기를 한 거 같다며 얘기를 하고 CCTV를 보자고 얘기해서 보안실로 갔다.

보안직원이 해당 시간의 영상을 보여주려 준비하자 박과장은 스마트폰으로 비디오 촬영을 시작한다.

보통 보안상 원본 파일을 카피해주지 않기 때문에 몰래 모니터 화면 쪽으로 스마트폰을 향하게 하고 촬영했다.

"이상하네.. 분명 검은 옷의 남자가 내 뒤를 바짝 붙었다가 지나갔는데."

"고객님. 저희 백화점에서 이런 일이 생겨 대단하 죄송합니다. 잃어버리신 물건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되나요?"

"가치는 대단하지 않아요. 명함지갑인데 협력업체 명함이 많아서 좀 찾고 싶었는데..."

"원하시면 경찰에 신고하고 매장 전체 영상을 보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명함지갑 때문에 그럴 거면 시간이 아깝네요. 어떨 수 없죠 뭐."

박과장은 백화점을 나와 집으로 가면서 쾌제를 불렀다.

"혜윤아 넌 이제 나랑 한배를 탄거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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