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궁합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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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궁합 중편


그녀의 경구는 정도 이상으로 길게 째져 있는 독특한 형태 였지만 곳곳이 부어 있어서 내 손가락 끝이 경구 주변에 닿는 것 만으로도 자지러 지는 것이었다. 경구의 주변은 비교적 깨끗한 스타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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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을 위해서 뒷물을 하고는 왔을 테지만, 성병이 있다거나, 요도염 등을 수반했을 경우, 주변의 발진이나 감염 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랐기 때문에 깨끗이 씻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진찰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우선 손가락을 경도로 집어넣기 전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성병에 대한 검사를 위해 음구 주변의 표피를 시험 면봉으로 가볍게 긁어, 검사 플라스크에 넣고 밀봉하도록 간호사에게 주었다. 환자는 건드려진 부위의 통증으로 인해서 무척 긴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을 천천히 집어넣으며,

‘아프시면 아프다고 말씀하시고, 긴장을 푸세요, 아셨죠?’

‘네….읍…..’

대답을 하면서도 경도로 따라 들어가는 내 손가락에 통증을 참아내는 음성이 역력했다. 길다랗게 째져있는 경구와 다르게 경도는 그런대로 평범한 것 같았다. 그러나, 환자의 참을성이 한계에 달했는지,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저….저… 선생님… 너무..아파서…..’

‘네 알았습니다. 일어나서 옷 갈아 입으십시오.’

진찰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경도는 부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부어 오른 경도의 크기가 보통 여자들의 크기라니, 아니 그럼, 평소의 크기라면, 이거 동굴도 그런 동굴이 없을 거인디….. 나는 장갑을 벗고 손을 씻은 뒤에, 자리로 돌아와 ,진찰 기록서를 작성하기 위해 몸을 틀어 모니터를 바라다 보았다.

‘부위가 너무 부어 있어서 뭐라 말씀 드리기가 그렇네요. 우선 이렇게 해보죠. 결혼 생활 하시는 분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병 같은 것에 감염될 확률이 높지요. 간호사가 설명해 주는 대로 소변검사 받으시고요, 2층으로 올라가셔서, 자궁경부 내시경이랑, 혈액검사 예약하셔서 검사 받으시고, 그리고, 그 결과를 갖고 얘기하도록 하죠. 그 동안은 부부생활을 좀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물로 닦으시는 것보다 미지근한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세척하시던가, 아니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정액을 물에 풀어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검사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환자가 일어서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간호사를 따라 추가 검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그 시간 부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또다시 바쁜 일과로 되돌아가고….일주일이 지나고, 점심을 먹은 뒤, 의자에 기대어서, 한참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는 내 방에, 누군가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왔다. 내시경 클리닉에 있는 닥터 윤 이었다.

‘닥터 진, 이것 좀 봐 봐요.’

‘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그녀는 CD 한 장을 건네 주면서 틀어 보라고 했다. 그 CD에는 얼마 전, 내가 내진 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도가 부어 있었다던 그 환자의 내시경 촬영 장면의 복사본이 들어가 있었다.

‘여기 이거 보이죠? 나는 이런 상처, 인턴 시절에 윤간 당한 환자 말고는 본 적이 없어서요. 저 상처들, 성기나 딜도 로는 생긴 것 같질 않죠?’

그건 그랬다. 그건 분명 날카로운 칼끝 같은 것으로 긁어 놓은 상처가 분명했다.

‘혹시 중절 시에 겸자에 닿아서 생긴 게 아닐까?’

‘아니에요. 검사 전, 질문자료에는 임신 경험도 없었고, 중절은 더더욱 이나요.’

‘혈액이랑, 오줌검사는 어떻게 되었고?’

‘깨끗해요. 성병도 없고, 잡균, 조끔 있었는데, 그거야 월경 직후 라니깐 있을 수도 있는 수치고,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만일 강간이나 윤간을 당했다 치더라도 그런 성추행 사건의 경우에는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사건으로 접수가 안 된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 못 알고 있나?’

‘그건 그런데요. 아무래도 무언가 숨기고…’

‘사정이야 있겠지… 만일 그런 사고를 당했다면, 얼굴이 온전 했겠어? 그리고, 그런 지경이었다면 보호자가 따라 왔을 텐데….우리가 너무 오바 하는 거 아냐?’

‘하긴….근데, 선배….’

그녀는 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면 의례 그렇게 선배라고 불렀다.

‘나 어제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이번 주말에 시간 좀 내 봐요. 이렇게 하루하루 기둘리다 사람 미쳐 죽일 일 있어요?’

‘어허, 또 그런다. 인사는 무신 인사? 내가 그랬지, 니가 아무리 까불어도 나랑은 결혼할 생각, 꿈도 꾸지 말라고 말이야. 난 안 간다! 시간이 남아도 갈 맘 없어. 괜시리 헛물 켜지 말고 딴 총각 의사들이나 알아봐. 너 좋다는 거 머시냐, 대학병원 병리과의 닥터 최도 목을 메고 있고, 불임 클리닉에 있는 닥터 박도 니 추종자 아니냐? 왜 괜시리 조용히 잠자고 있는 늙은 사자의 장딴지에 불침을 들이대나, 들이대길?’

‘그래도 선배! 내가 그렇게도 싫어요? 다른 사람들은 젖비린내 나는 것이 당췌…..’

‘그만허자…. 나 바쁘다. 오후진료도 밀렸고, 다음 주 학회 세미나 준비에 벌써부터 똥오줌 못 가리고 하기스 차고 있는 거 안 뵈냐?’

씩씩 거리며, 방을 나서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것도 아니고, 잊을만 하면 심심찮게 들러서리, 내 심사를 불 싸질러 놓고 가는 그녀. 결혼은 뭐 그리 떡 먹듯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거라고 누가 그러디? 나는 잠도 달아난 김에 간호사에게 그 환자의 챠트를 갖고 오라고 일렀다. 그리고, CD를 빼서는 챠트에 별도로 보관하라고 시킨 뒤에, 그 환자에게 연락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병원으로 오도록 부탁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저, 선생님, 아까 말씀 하신 환자분, 김소은씨요…. 그 CD 넣어 두라시던….’

‘아!, 어서 들어 오시라고 하세요.’

연락도 하질 않았는데, 그녀가 진찰실로 들어섰다.

‘다음 환자분 예약까지 얼마나 남아있지?’

‘한 15분이요.’

‘알았어요. 나가봐요.’

나는 그 환자에게 들으라는 듯이 일정의 촉박함을 미리 예고했다.

‘마침 오셨네요. 오늘 결과가 다 나와서, 그렇지 않아도 연락 드리려던 참인데요.’

‘결과가 어떻게….’

‘그게, 소변 및 혈액 검사랑, 성병 검사에서는 소견이 아주 깨끗하게 나왔는데요, 자궁경부 내시경 도중에, 몇 가지 의문스런 곳이 발견이 되어서 말이죠. 이걸 좀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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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여자가 앉은 자리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대형 LCD 모니터를 틀어서 그 여자를 향해 보여주었다.

‘ 자, 여기 화면이 움직이면서 밝은 불빛으로 비추면서 동굴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이죠? 이것이 극소형 카메라로 비춘, 자궁 입구로 가는 경도 입니다. 저기, 저 끝에 돌기처럼 되어 있는 부분이 자궁 입구고요…. 그런데, 이 부분, 제가 요렇게 포우즈를 했는데…, 이제 됐네…..설명해 드릴께요. 이 부분에 열상도 아니고, 자상도 아닌, 이상한 흉터 같은 곳이 곳곳에 드러나서 말이죠. 보이시죠? 이 부분?’

그런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보고 있질 않았다.

‘….. 다 알고 있어요. 말씀하지 않으셔도 말이죠.’

‘아니, 다 알고 계시다는 것이 무슨….’

‘다른 사람들에게는 창피해서 말도 못해요. 선생님 이시니까 믿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사실 저 상처들은 전부, 남편이……. 만들어 놓은 거에요.’

‘아니, 남편께서 어찌…..’

‘선생님도 진찰해서 아셨겠지만 제 몸이 다른 사람들 보다 좀 특이한 건 사실 이잖아요? 그렇죠? 아마 그런 여자, 이곳에서 보기 드물었을 겁니다.’

‘그거야….. 그렇긴….. 해도…..’

나는 나의 심중을 들킨 것이 아닌가 해서 본의 아니게 말끝이 흐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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