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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쇠문이 열린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을 통하여 한 젊은이가 나온다. 

나이가 한 삼십이나 되었을까........ 

그 사나이는 그 문을 나와서는 손으로 눈을 부비는 가하더니 하늘을 쳐다본다. 

유월의 중반인지라 새벽 여명이 아마 눈을 따갑게 하지 않았나 싶다. 

하늘을 쳐다보는 사나이를 보고 있는 모두는 이런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마치 작은 산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 느낌을....... 

사나이의 풍채는 과히 남달랐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하며 또 균형 잡힌 몸매 그리고 근육덩어리로 뭉쳐있는 듯한 

단단한 신체 무엇보다 남다른 건 사나이의 얼굴은 완전 귀족풍의 미남이었다. 

커다란 눈 그 눈에서 내비치는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안광, 널찍한 이마 우뚝 선 코에 

다 물은 입에서 살짝 머금은 신비한 미소, 정말 사람을 기이하게 매료시키는 그런 정말 잘생긴 사나이였다. 

그런데 무엇이 이 사람을 이런 높고 철저한 울타리 안에 갇히게 했단 말인가,.. 

사나이는 잠깐 동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을 아래로 내리고 다시 한발을 내딛는다. 

[회장님...................] 

이구동성으로 터지는 우렁찬 목청이 사나이를 멈추게 하고 사나이는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자기 앞에서 5-6M 떨어진 곳에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맹종을 표시하며 검은 양복으로 점잖게 치장을 한 6명의 사나이보다 더 나이를 먹은 사나이들이 있었다. 

사나이는 가볍게 인상을 찌푸린다. 

아마 자기를 거추장스럽게 만들은 이들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 같다. 

사나이는 다시 주위를 살펴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주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처럼 조용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모두가 긴장한 빛을 역력히 나타내고 있었다. 

교도소 정문 앞도로의 양편 인도에 길게 늘어선 얼굴엔 철로 된 헬멧 그리고 한손엔 방패 또 한손엔 검도 봉이나 곤봉으로 잔뜩 긴장한 전투경찰들이 있었고 도로 한쪽을 차지하다시피하며 대열을 이루고 있는 덩치 좋은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도 있었다. 

또 한 도로의 저편 끝자락엔 이른 아침에 이들의 긴장상태를 본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무슨 일인가 하고 곧 이어 벌어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필요 없는 짓을 했군, 흑 범. 

그나저나 왜 이렇게 눈이 부시지...........] 

사나이는 남이 듣던 말 던 나지막한 소리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한 사나이가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뒤를 돌아다본다. 

[야, 누구 선 그라스 없어........] 

흑 범이 소리를 지르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열을 이루고 있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나이 하나가 대열 속에서 번개같이 뛰어나온다. 

그리고 그 사나이는 두 손으로 공손히 선 그라스를 흑 범에게 전하고 흑 범은 그걸 들고 앞으로 걸어가 다시 두 손으로 공손하게 멈춰 서있는 사나이에게 선 그라스를 건넨다. 

사나이는 두말없이 선 그라스로 눈을 가린다. 

그리고 이리저리 쳐다본다. 

[좋군, 

그리고 흑 범, 너무 번거로워, 모두 돌아가라 해.................] 

[알겠습니다.] 

흑 범은 명쾌하고도 절제된 음성으로 말하고는 자기와 같이 대열을 이루며 서있는 다섯 남자에게 가서 사나이의 명을 전달한다. 

그러자 다섯 사나이들은 알았다는 표시로 얼굴을 끄덕이더니 다시 사나이를 보며 구십 도로 하며 절을 하고는 뒤로 돌아 대열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간다. 

[모두 돌아간다.] 

[예, 형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모두가 재빨랐다. 

순식간에 대열을 흩트리는 가 했는데 어느새 각자가 타고 온 차로 향하더니 삼삼오오 떼를 지어 타고는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난다. 

잠시 후 그곳엔 흑 범과 사나이만 있었고 그리고 잔뜩 긴장해있다 풀린 것 같은 도로 옆의 전투경찰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간부들의 안도된 표정들이 있었다. 

또한 무슨 일이 벌어지길 기대한 시민들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앉자 재미없는 표정을 지으며 발길을 떼고 있었다. 

사나이는 흑 범이 안내하는 자가용으로 갔다. 

그리고 흑 범이 열어주는 뒷좌석에 타려다 뭔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발길을 돌리더니 저만치 사복을 입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오십 정도 된 남자 앞으로 간다. 

[오forks 만이오, 가려다가 궁금한 것이 있어서...........] 

사나이가 다가오고 자기에게 말을 걸자 사복을 입은 남자는 다시 긴장한다. 

[무엇인지.........] 

중년남자는 너무 긴장했는지 말문을 끊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있다. 

[정말 내가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 맞소.] 

사나이는 중년남자의 어깨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은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했고 말투엔 가시가 잔뜩 묻어 있었다. 

[그게...........] 

역시 중년남자는 정확한 답변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당황한다. 

중년남자는 이 사나이를 잡아들였고 일방적으로 그에게 정당방위보다는 조직 간의 싸움으로 사건을 엮어 사나이를 살게 한 XX경찰서 수사과장 이었다. 

나라에서는 범죄단체를 철저히 궤멸 하라는 지시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이일로 하여 자기 이름석자를 온 경찰에 알리고 싶은 영웅심리에 모두 다 싸잡아 조직 간의 알력다툼으로 조서를 꾸며 모두 다 구속시켜 버린 것이다. 

그렇게 조금은 억울하게 징역을 산 사나이가 자기를 겁주는 말투에 당혹함과 그리고 혹시 자기에게 벌어질 불똥이라도 있을까봐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중년남자도 경찰에 근 30년을 근무한 사람이었다. 

자기의 권위와 건방진 젊은 사나이가 자기를 겁주는 것 같은 행위에 조금은 분노가 치밀었다. 

[네놈들은 벌레야, 

그리고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건방진 놈. 어디다 감히..........] 

중년남자는 눈을 부라리며 커다란 목소리로 자기 앞에선 사나이에게 호통을 친다. 

[후후.......그러시겠지, 

난 지난 육 개월이 무척 아까워서...... 

난 날 이곳에 있게 한 놈들에게 그 빚을 반드시 받아내고 말 심산이거든........ 

후후후...........재미있겠어.........후후........] 

사나이는 수사과장의 어깨를 가볍게 만지듯 잡고는 몸을 돌려 지체 없이 흑 범이 기다리고 있는 차로 간다. 

[저놈이.................으.............] 

수사과장은 분노와 치욕으로 몸을 떤다. 

그러나 마음한편으로 앞으로 다가올 저놈이 벌일 짓에 긴장과 무서움으로 몸이 굳어간다. 

저놈들은 겁이 없는 놈이다. 

오로지 충성과 복종으로 이루어진 놈들이 아닌가. 

만약 저놈이 자기에게 해 꼬지를 하고자한다면............ 

저놈의 눈엔 분명 광기를 보였고 분명 무엇인가 자기에게 해가될 일을 저지르고 말겠다는 의지를 읽었지 않았는가. 

그가 누구인가,................. 

불과 1년이었다. 

단신으로 서울의 내 노라 하는 조직을 차례대로 꺼꾸러뜨리고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쳐 어두운 지하세계를 술렁이게 했고 간담을 써늘하게 했으며 자존심강하기로 유명한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 그런 자가 아니었던가.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그는 지리산 산골짜기 절에서 키운 아이밖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비한 존재였고 그날도 혼자 몸으로 3개 대 조직의 중간 보스들과의 일전에서 별다른 상처 없이 근 50여명이나 되는 놈들과 맞서 거의 반 이상을 초주검으로 만들은 존재가 아닌가. 어디에서 그런 무술실력을 갖추었는지, 그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는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베일속의 존재였고 그러한 그가 서울의 조직들의 우두머리를 눕히고 그들의 상전이 된 것과 그에게 항복하고 머리를 조아린 자들이 자기보다 어리고 배후가 없는 그에게 하나같이 존경을 나타내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항상 생각했지 않았는가. 

그런 베일 속에 가려진 그가 내뱉는 한마디가 지금 수사과장을 진저리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수사과장은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잘못을 만들어 이곳에 살게 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가 이러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사나이를 태운차가 떠나는 소리를 듣는다. 

[부우 웅....................] 

사나이를 태운 차가 떠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경들도 흩어져 대기한 차로 오른다. 

그러나 한사람 수사과장 만은 불안하고 겁먹은 얼굴로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조금 쉬어야겠어, 

며칠 잠을 설쳤더니.....................] 

차에 앉아 눈을 지긋 이 감은 사나이가 낮게 중얼거린다. 

그러했다. 

그는 난생처음 구속을 받았고 억울하고 분한 심정에 앞으로의 계획과 복수심에 분기를 참지 못했다. 

세상을 모르는 탓일까......... 

그냥 지나가던 강아지에게 물렸다고 생각해도 될 일을 그는 분함과 굴욕에 휩싸여 복수를 다짐하였고 그 생각에 며칠 잠을 설쳤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옆에 앉은 흑 범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지체 없이 대답한다.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차가 너무 마음에 걸리네...........] 

사나이의 말에 흑 범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흑 범은 얼굴에 순간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흑 범은 사나이가 한 번도 뒤를 보지 않았는데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것을 감지한 그의 능력에 놀람과 그리고 자기를 미행하는 것 같은 경찰차를 보며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다. 

[차 세워.] 

흑 범은 운전하는 사나이에게 짧게 명령한다. 

그리고 이어 길가에 차가 멈추자 지체 없이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자기를 태운차가 멈추자 따라 멈추는 경찰차로 다가간다. 

그는 지위가 높아 보이는 뒷좌석으로 가서 창을 열고 쳐다보는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 퉁명스럽게 말한다. 

[과장님, 

그만 돌아가시죠. 

회장님이 상당히 불편해 하시는데 오늘 그냥 조용히 지내게 해 주시죠.] 

흑 범과 차안의 남자와는 교분이 있는 사이임에 틀림없어 모였다. 

흑 범이 난처해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폼이 야간 거북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러나 흑 범은 자기보다 조금은 젊은 차 속의 사나이에게 먼저 충성을 보이고 있었다. 

[김 사장.......... 

나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 오. 

교도소 앞의 분위기가 너무 살벌하다는 것이 상부에 알려졌어........ 

나도 어쩔 수 없으니 김 사장이 이해하시오.] 

과장은 자기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흑 범에게 자기의 고충을 이야기 한다. 

혹시나 이일로 번질 어둠의 자식들인 조직폭력배들이 사회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 여겼던 것이다. 

[그래요, 

그럼, 할 수 없지. 

과장님이 이곳에 있을 수 없도록 애매한 우리 애 몇 명 학교 보낼 수밖에....] 

흑 범은 애매모호한말을 하면서 등을 돌린다. 

[그게 무슨 말인지.........] 

과장은 흑 범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자 불안한 심정을 나타내며 바로 말뜻의 진의를 묻는다. 

[과장의 구역에 험한 짓을 벌여야 당신이 그곳에 갈 것 아니오. 

그렇지만 우리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난 뒤 과장도 조심해야 할 것이오. 

난 지금 우리 주인님을 불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흑 범은 그 말을 끝으로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다이얼을 누른다. 

[아니. 김 사장. 제발..............우린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 않소.] 

과장은 흑 범이 전화를 걸려는 것에 제동을 건다. 

[그러니 돌아가라 하지 않소. 

지금 회장님이 몹시 불쾌하게 여긴다 말이오.] 

전화를 걸려다말고 흑 범은 과장을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허허. 이것 참............] 

과장은 안 절 부절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아마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 

내가 장담하리다. 

그러니 돌아가시오.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아마 과장은 감당키 힘들 것이오.] 

흑 범의 말은 반은 공갈 협박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과장은 공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겁이 났다. 

과장은 꼬리를 내린다. 

[알겠소, 

그렇다면 김 사장만 믿고 가겠소. 

부디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겠소.] 

과장은 더 이상 따라다니는 것은 무리임을 알았다.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조용한 시내를 떠들 썩 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기도....... 

그리고 감시하는 것 자체도 자기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또한 흑 범이 사고를 저지르지 않겠다는데 괜히 귀찮게 해서 화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 여겼다. 

[약속하리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흑 범은 가볍게 웃어주고는 차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손으로 경찰차를 가라는 자세를 표한다. 

과장은 엉거주춤하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운전자에게 떠날 것을 명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흑 범은 과장이 사라지자 재빨리 어디론 가로 전화를 하고는 차로 와서 사나이의 옆 좌석에 앉더니 운전사에게 떠날 것을 명령한다. 

.......................................................... 

뒷좌석의 사나이가 푹신한 쿠션에 몸이 편안해서인가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누군가가 자기의 몸을 가볍게 흔들며 깨우기 때문이다. 

사나이는 귀찮게 하는 터치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뜬다. 

[후후...........많이 나태해졌어. 

이 정도로 졸다니..............후후후............] 

사나이는 멋쩍은 듯 조용하게 중얼거리며 인상을 풀고 미소를 짓는다. 

조직속의 사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상긋하고 해맑은 미소였다. 

[죄송합니다. 깨워서................ 

그렇지만 이곳이 더 편할 것 같아서..........] 

흑 범이 죄송스러움을 나타내며 공손하게 말한다. 

사나이는 그때서야 자기가 있는 곳의 주위를 차창 밖으로 쳐다본다. 

주위엔 높은 건물들이 즐비했고 여기저기 차의 엔진소리 및 잡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여긴............] 

[XX호텔입니다. 

피곤하신 것 같아 먼저 여기로 모셨습니다.] 

[그래.. 사실 푹 자고 싶었어. 고마워 흑 범 형............] 

사나이는 흑 범의 배려가 만족스러웠다. 

[형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자...가시지요..........] 

흑 범은 송구한 듯 머리를 한번 조아리고는 차에서 내리더니 사나이가 앉은 자리의 차문을 연다. 

사나이는 마치 당연한 듯 흑 범의 시중을 받으며 차에서 내린다. 

흑 범은 그런 그를 모시고 한발 앞서 카운터로 가더니 잠시 말을 주고받더니 제복을 입은 청년을 앞세우고 승강기로 간다. 

.................................................................. 

[주인님, 그럼 편히 쉬십시오. 나중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흑 범이 호텔 객실 안 침대에 걸쳐 앉아있는 사나이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인다. 

사나이는 가볍게 고개를 꺼떡이고는 그대로 몸을 뒤로 눕힌다. 

사나이의 몸이 침대 스프링 쿠 숀에 의해 가볍게 출렁인다. 

흑 범은 그런 사나이를 보며 다시 한 번 허리를 조아리고는 방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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