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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은 영화감독이다.

그의 나이 47. 어중간한 나이이다(감독으로서는). 영훈이 지금까지 찍은 영화는 3편이었다. 나름

대로 힘을 들여가며 찍은 영화들이다. 첫번째나 두번째는 그렇다 쳐도 최근 찍었던 영화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가며 만들었었다. 허나 모두 흥행은 커녕 관객도 시원찮은 .. 말하자면 졸작 이

었던 것이다.

그가 최근 낸 영화는 폭력조직을 세세히 파헤쳐 만든 액션영화다. 영훈이 정말 온힘을 다한 만큼

액션에 있어선 문제가 없었다. 또 스토리 구성도 완벽했고 현실감있게 꾸며나갔다. 그가 촬영을

끝내고 다시 볼때는 정말 일류영화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런데 잡지에 실린 영화평은 이랬다.

조직폭력배란 소재에 잘 들어맞는 액션. 그러나 음란한 면 엿보이는

훌륭한 시나리오와 멋진 액션이 가미된 영화지만 낮은 표현력과 낯뜨거워

아마도 조직의 여자들에게 입혔던 복장과 시시콜콜 등장하는 정사장면. 노골적인 욕들을 꼬투리

잡아 쓴 평인 것 같았다.

영훈은 충격받았다. 자신이 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분노와 한탄 뿐이었다.

온갖 모순덩어리로 가득찬 사회를 생각하며 그날 필름을 갈갈이 찢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며 거실에 앉아 있다. 그가 찍었던 영화들이 그저그렇다 해도

먹고 살 정도는 되었다. 그는 커피를 마시다가 어줍잖은 가구들을 보자 화가 치민다. 완전 싸구려

도 아닌데, 마치 고급인 듯이 꾸며놓은 그런 가구들.

영훈의 아내는 그런 그의 심기를 눈치챘는지 묻는다.

여보 , 무슨 일 있어요?

아냐, 아무것도.

대답하기 싫었고 대답할만한 것도 없었다. 영훈은 언제나 아내에게만은 찡그리며 대한 적 없는데

정말 오늘은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는 답답하고 짜증스런 맘을 달래며 아는 동생인 난희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어.. 난희냐?

네. 영훈오빠?

그래. 오늘 술 한잔 하자.

술?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어?

일단 좀 마셔야 살 것 같은데.

알았어... 그럼 한시간 뒤에 a생맥주집에서 봐.

그래..

영훈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집을 서둘러 나왔다.

그리고 난희를 생각했다.

난희. 그녀는 영화를 찍다가 만난 배우이다.

같이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우연찮게 잠자리를 함께 했던 밤 때문에 친해지게 되었다.

그녀는 30대 초반으로 나이차가 거의 15년정도 나지만 그래도 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다.

확 트이고 시원시원한 그녀는 영훈의 마음에 들었다. 물론 사랑으로서가 아닌 친구로서.

그녀 또한 영훈 처럼 성공한 영화는 없다. 그래서 가끔씩 얼굴에 수심이 생기는 그녀를 보며, 자신

의 지난 날이 생각나 함께 아쉬워하던 영훈이었다.

영훈은 입에 술을 대는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요즘은 언제나 이렇다. 옆에서 마시던 난희도 술맛이 안나는지 영훈에게 말한다.

술마시는데 어째 아무말도 안해?

글쎄...

오빠, 요즘 뭐 힘든 일 있어?

그건 또 왜.

오빠 말투가... 그렇잖아.

그리고 오빠가 날 먼저 부른건 처음이고.

..........

나한텐 털어놓을 수 있지?

..........

뭐야, 아닌거야?

..........

영훈이 침묵을 고수하자, 난희는 삐진듯 일어서려고 한다.

영훈은 부른다.

잠깐만..

이 오빠, 다 털어놓을게. 가지마.

말해봐.

......

영훈은 먼저 맥주잔을 비운다. 한 두잔이 아니다. 미친 듯이, 이미 2병을 넘어서려고 한다.

옆에서 당혹스럽게 지켜보던 난희가 그의 손을 잡는다.

아... 내가 ...

영훈은 벌개진 얼굴로 계속 뇌까린다.

정말.. 살기 싫다.... 완전헛소리.. 개같은 이야기 꾸며내느라 머리쓰기도 싫고.. 그 좃같은 집. 돌아가기도 싫

다.

.......

개놈들, 고상한척하면서 지들은 더 썩은 것들이 말이야. 뭐? 내 영화가 질이 낮아?

아 정말... 영화를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함부로 떠드는게 싫다. 내 영화에 대해 이

러쿵 저러쿵 씨부렁 거리는게 싫다.

나도 그런 소리 들을 영화 만드는거.. 싫단 말이다....

영훈은 자기도 모르게 탄식한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의와 허탈감이 뒤섞여 감정이 복받친다.

그런 그를 조용히 지켜보던 난희가 말한다.

오빠....

.....

오빠.. 지금 오빠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그런 썩은 것들에 반대되는 영화겠내..?

.....그래..난 완전히 진실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아무도 비웃지 못하고.. 완벽한..

잠시 그녀는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렇게 말했다.

.... 나하고.. 같이 ..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영화를 만드는게 어때?

정말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부인못할 영화를...

그녀의 그런 제안을 받고 영훈은 몇일 간 곰곰히 생각했다.

그의 두 신념 사이의 끈질긴 대립...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영훈은 식체로 앓아누웠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낫질 않자 병원에 찾아가보았다.

병원의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음..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만..

그러더니 큰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했다.

오랜만에 모는 차다.

그래서 왠지 들뜨는 기분이다.

생각하는 것이 방해가 되서 나는 다시 주차해놓고 버스를 탔다.

영훈은 차병원으로 가던 중 결정을 내렸다.

역시 이건.. 아닐거야. 음.. 아니겠지..

그는 핸드폰을 들어 전화하려고 했는데, 불통이었다.

어쩔 수 없이 검진부터 받기로 하고 병원으로 들어섰다.

영훈은 이 병원냄새를 싫어한다. 병원의 냄새는 영훈의 기분을 우울하게 한다. 요즘 계속 우울하

던 차에 더욱 울적한 기분을 느끼며 검사실로 들어간다. 다음날 오라는 의사의 말에 그날은 그냥

외박하기로 하고 술을 퍼마셨다.

다음날 아침.

그는 담배를 한대 물고 걸었다.

가다가 몇번이나 토할 것 같았으나 참았다.

은근히 그는 몸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시간보다 약간 서둘러 도착하여 어제 의사를 찾았다.

최장암입니다.

이미 3기에 이르렀습니다. 치료하기엔 늦었으나..

그 다음말은 들리질 않았다.

한강에 차를 세운 영훈은 조용히 앉아 하늘을 보았다.

젊은 날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죽을 날이 가까워졌는데 영훈은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했다.

죽기엔 너무 이르다.

이렇게 아무것도 못한채로 떠나긴 싫다.

핸드폰을 꺼내, 3번을 누른다.

난희

010-000-0000

난희니. 오빠다. 같이 잘해보자.

하기로한거야?

그래. 늦출 수 없겠다. 언제 촬영 들어갈래?

치, 오빠 또 숨기는 거 있구나. 시나리오 구성까지 일주일 줄게. 그럼 그때 전화해~

...아니. 필요없어. 그런거.

무슨 말이야?

잊었니? 우린 그냥 본능을 그리려는 거야. 정말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아하~ 맞다. 그렇지! 그럼 내일 9시 xx거리 xx까..

지금 당장. 나오면 되. 지금 당장.

뭐라고?

지금 나 한강 xx지점이거든. 빨리나와.

스탭들을 긴급 소집했다.

그들은 무슨일인가 하고 나왔고 영훈은 그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며, 영화내용을 알려주었다.

어이없어 하는 스탭들을 내버려두고 나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내용으로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거듭된 사업의 실패로 절망에 빠졌던 중 설상가상으로 암선고를 받는

다. 남자는 미쳐버리고 오직 본능에 의해 행동한다... 여자를 강간하고.. 훔치고.. 화나면 때려 부

수고.. 도둑질하고..

여기까지 생각할 무렵 그녀가 왔다. 그녀는 눈을 똥그랗게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줘, 알았지?

응.

영훈은 쓸데없는 시간을 쓰지않기 위해 배경내용은 모두 독백으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촬영을 시작했다.

남자는 한 가게에 들어간다.

당당히 사과 하나를 꺼내 씹어먹는다.

뭐라고 하는 주인남자를 손칼로 재우고는 거리로 나온다.

춥다.

그는 거리를 살펴보다가 맘에드는 코트를 입은 남자를 발견한다. 이번엔 손칼보다 편한 총을 이

용했다. 총을 그의 머리통에 가져가 대고는 말한다.

코트 벗고 꺼져

남자는 코트를 벗고 도망간다. 그의 손가락은 방아쇠의 반을 넘어가진 못했다.

예쁜 여자가 걷는다.

주변의 주택단지로 들어간다. 그도 따라간다.

한 집에 서서 그녀가 문을 연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는 차에 등뒤에 선 그를 보고 놀란다.

비명을 지르려는 그녀의 얼굴에 총구를 들이댄다.

허..헉..?

마룻바닥에 그냥 그녀를 눕힌다.

아무 말 없이. 그는 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섹스해라 . 그의 뇌에 찍힌 명령어다.

반항하는 그녀는 보이지도 않았다. 옷을 찢는다. 손칼에 옷이 지익 지익 소리를 내며 찢겨나간다.

하늘색 남방이 갈갈이 찢겨 나가고 노란 브래지어는 그냥 뜯어냈다.

겁에 질려 우는 여자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 없었다.

그는 아무말 않고 예쁜 얼굴에 입을 댄다. 곧 입술에 대는 것이 가장 감촉이 좋음을 깨닫고 입을

맞춘다. 그의 본능은 혀를 내밀게 한다. 여자의 본능도 혀를 내민다.

둘의 본능이 뒤엉킨다.

점점 달아가는 몸을 느끼며 목덜미부터 가슴까지 빨아댄다. 쪽쪽소리를 내며 빤다. 하얀 유방을

아기가 젖빨듯이 빨아댄다. 그에 참지 못하고 여자는 신음소리를 흘린다.

아..아..하아..

남자는 잠시 그녀의 모습을 본다. 눈물자국이 있는 그녀의 얼굴과 몸을 ?자 요염하다고 생각된

다. 요염함은 그의 성욕을 발산시키고 자신의 애타는 무언가를 느낀다.

거침없이 바지를 찢어낸다. 세트로 맞춘 듯한 노란팬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람은 팬티

만 보아도 꼴리는 좆을 주체하지 못하겠지만 그에겐 장애물일 뿐이다.

노란팬티를 거칠게 이리저리움직여보다가 그냥 찢어버린다. 여자는 다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

른다. 시끄럽다는 느낌은 그에게 방해가 된다. 그녀의 조그만 입에 총구를 집어넣는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보지둔덕. 그는 그냥 입을 가져다 대고 미친듯이 빤다. 혀가 질구를 지날 때마

다 느껴지는 짜릿함에 숫처녀는 신음소리를 질러댄다.

하아..아..아아! 앙! 아아...하...

더 이상 시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의 뇌엔 그런생각을 할만큼의 여유공간이 남은 상태가

아니다. 오직 빨고 싶다 라는 본능에 충실하고 있다.

보지의 털을 적실만큼의 웅덩이가 만들어졌다가, 가속화되는 그의 혀놀림에 호수를 이룬다.

주체못하고 솟아나는 보짓물과 남자의 혀 그리고 벌렁대는 조개가 잘 어울린다.

아...하...아..!! 아! 빨리요.. 제발..

여자도 원한다. 그녀의 본능도 완전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바지와 팬티를 황급히 벗고 충혈된 좆을 꺼낸다,

아...빨리요~

그는 아무말 없이 보지구멍에 조준하고 그대로 들이다 박았다.

여자의 처녀막이 허물어지며 고통의 순간이 찾아온다.

아야! 아파요! 아파! 아흑..

고통은 인간에게 잠재된 최대의 각성제. 잃어버린 이성을 되찾게 해주는 채찍과도 같은 것.

그러나 고통이란 채찍에 오히려 쫓겨가기도 하는 이성이다. 후자의 경우가 적용된 지금,

집 안엔 들뜬 교성과 한 남자의 펌프질 소리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아...하아.......몰라..아..아앙!

인간 둘은 쉼없이 쾌락의 끝을 향해 질주한다. 누가 먼저 갈까..?

남자의 좆과 여자의 하얀엉덩이가 맞물리며 마침내 정점에 달한다.

아..아..아아아아!!!.

남자는 온몸의 피가 좆 끝으로 쏠림을 느낀다.

여자는 품어왔던 물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옴을 느낀다.

꼭 결합된 상태에서 물이 가로 흘러나온다.

조금씩..조금씩..

그렇게 여자를 강간하고. 남자는 거리로 나갔다.

사람들이 활보한다.

그들 중 하나가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와 손칼로 찍어내리곤 코트를 뺏어입는다.

남자는 힘없이 쓰러지고 거리를 지켜본다.

그 누구도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떤 남자는 예쁜 여자를 낚아채 여관방으로 뛰어들어 가

고, 왠 여자는 거침없이 가게에 들어가 진열창을 깨고 목걸이를 건다. 뒤이어 쫓아나온 가게주인

에게 뒤통수가 뚫린다. 그것을 본 지나가던 여자는 뒤이어 주인의 총을 빼앗아 난사하고 목걸이를

건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게 채여간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빨며 길거리를 다니던 여자 아이는

달리던 자동차에 뭉긴다. 떨어진 아이스크림은 한 남자에게로 또다시 그것은 여자에게로. 그런데

갑자기 그의 머리위에 나타난 스케이트를 탄 남자아이. 그의 머리로 스케이트날이 직격으로 덮쳐

온다. 그의 본능이 그를 부른다.

....헉!

남자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end

영화를 촬영한지 1주일 후 영훈은 입원했다.

그 소식을 들은 난희는 문병을 왔다.

영훈은 난희에게 병명을 말해주지 않았다.

난희는 그리 큰 병은 아니겠거니 생각하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빠, 그 영화말이야.

응.

왜 기획했던 거랑 결말이 틀려?

아..그거.. 영화를 만들다 보니. 진실은 그게 아닌 것 같더라.

본능은 더할나위없는 쾌락을 주지만.. 결국 끝엔 모두 파멸하잖아?

자연상태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훈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난희를 보내고 당분간 오지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나 몇 주일 간 다른 곳에 가 있을 거야. 그러니 전화 같은거 하지말고. 알았지?

어디가는데?

그건..다녀와서 말해줄게. 피곤하니까.. 그만 가볼래?

응. 그럼 돌아오면 전화해~

웃는 얼굴로 난희를 보내자 영훈은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의사가 들어온다.

준비되셨습니까?

예.....

뭔가 남기실 말씀은?

집사람에게 이 편지를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사는 내 몸 속에 약물을 주사한다.

그나마 죽을 때 고통을 덜어준다고 한다.

영훈은 죽음의 순간이 긴박해지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가 이 세상에 남기려 했던 영화는 교도소에 교육용 비디오로 보내었다. 교도소 측은 이 정사장

면만 삭제하고 사용하겠다고 해왔으며 영훈은 동의했다.

영훈에게 더 이상 남겨진 여한은 없었다.

아련해가는 의식중에 영훈은 한 책에서 읽었던 구절을 떠올렸다.

전세계 영화감독들에겐 공통적인 꿈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이 힘들게 찾아낸 진실을 영화로 만들어 내는 것.

또 그것을 스스로 대작이라 칭할 수 있기를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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