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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희가 자신의 몸상태와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난 뒤에 확인한 것은 방 안의 변화였다.

그녀는 일단 자신의 침대 옆켠. 그러니까 신문지 위에 올려놓았던 런닝화를 살펴봤다.

런닝화는 사라지지 않고 그녀가 놓았던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다만, 깔창이 없었을 뿐이다.

그 깔창은 세희가 근래 몇주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운동장에 들려 10바퀴 조깅을 도는데

사용되었던 물건으로, 필시 세희의 발냄새를 흠뻑 빨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때가 타서

발도장이 찍혔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근래동안 그녀는 남자가 준 <미션>을 위해서

상당히 험하게 런닝화를 굴려댔으니까.

부유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어렵기 그지없는 살림 형편에서 자라난 그녀이지만 있는 옷만이라도

매무새의 흐트러짐 없이 품행 단정하게 복장을 착용하는 평소의 세희에게서, 불결의 상징과도

같은 발냄새가 거론된다는 건 뭔가 매치가 안 되는 듯한 이미지 랄수 있었지만. 이건 그녀가

그 남자를 알게 되면서 종전과 달리 거치게 된 변화 중 하나에 해당되는 것이랄 수 있었다.

계약 당시 남자는 세희에게 적당을 약간 상회하는 운동량을 요구했었고 어쨌거나 세희는 그 제안을

들어보고 난 뒤에 수락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키지 않았지만. 돈을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

속된 말로 팬티내리고 거기를 벌려주지도 못하겠는 그녀가 그런 조건을 내세워 오는 남자를 만난다는건

두번 다시 없을 기회만 같이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의 제안대로 자기 체력을 어느정도 넘어서는 운동을 요 근래동안 꾸준히 해대었다.

그리고 그걸 군소리 한번 안하고 훌륭히 성사 시켰다.

한동안 세희가 그 행동을 하면서 했던 행동은 자기 집에 돌아와 침대에 앉아 한쪽 다릴 걸치고

검정색 팬티 스타킹이 덮인 그녀 자신의 발가락과 발바닥 에 베여든 발냄새를 확인하는 것이었으니까.

발냄새를 체크한 뒤에는 런닝화 안에 손을 넣어 깔창의 젖은 정도와 깔창 자체의 모양 변화 등을 살피는

것이었다. 통풍이 안되기 그지없다는 스타킹을 신은 채 런닝화에 발을 들이밀었으니 환상의 커플(?)

이랄수 있었다. 그걸 몇주간 반복했다. 그것도 같은 팬티 스타킹을 가지고.

당연한 말이지만 쉰 냄새가 진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땀이 잘 차는 성기와 사타구니 일대.

발가락 사이주변과 발바닥은 좀 과장되게 말하면 매일 매일 질퍽대는 수준으로 젖었고. 그게 또 마르는 일이

반복되었으니.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세희는 학교에 돌아와서 조깅용으로만 이 팬티스타킹을 따로 사용할 정도였다. 학교에는 차마 부끄러워서

입고 갈 엄두가 나질 않을 정도로 지독한 냄새였다. 학교의 친구들에겐 청결과 유순의 대명사로나 불리는

자신에게서 이런 체취가 풍기게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녀가 처음 알았을 땐 한동안 집에서 혼자 새빨개진

얼굴로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고개를 못 들 지경의 감상을 지녔었다. 그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어쨌거나. 그 지독한 깔창이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깔창만이 아니라, 변화가 약간 더 있긴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복부 아래. 잠들기 전에는 팬티 위에 팬티 스타킹이 덮여진 채로 존재했는데, 이젠 없었다.

아까 의식하지 못했던 것은, 막 깨어나고 나서 한동안 정신이 없어서였던 모양이다.

그녀는 검정색 팬티만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책상...

세희는 천천히 걸어가서 자신이 공부하는 책상 위를 바라봤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 형식도 아니고 그냥 현금이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마치 <봉투>같은 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말을 무언으로 해주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가장 필요한 것이 그 자체로 책상에 올려져

있는 것이다. 책상 옆에 당연히 딸려 있는 의자 위엔 아직 포장도 안뜯긴 새 팬티스타킹이 놓여 있었다.

세희는 팬티스타킹과 돈다발을 번갈아 살펴보다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돈다발을 먼저 손에 집어들었다.

그리곤 그걸 세어봤다.

한장...두장...세장...

50 만 원. 50만원이었다.

50만원이면 세희 어머니가 한달 동안 일하시는 금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값이다.

그녀의 집안 사정상. 단 하룻밤 사이에 그녀가 일하는 것도 아니라, 의식없는 동안에 벌어들일 수 있는 것 치곤

상당히 큰 금액이랄 수 있었다. 세희는 중얼거렸다.

"...아...두껍다...너무..."

말을 마칠 때쯤 그녀의 눈엔 눈물이 몇방울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세희는 방구석에 45도 각도로 위치해 벽면에 걸쳐 올려져 있던 캠코더에 손을 뻗었다.

원래부터 집에 있었던 물건은 아니었다. 그가 준 것이다. 그 남자가...

USB를 끌어다 와서 컴퓨터를 부팅하고 난 뒤에 연결해봤다.

뜨는 영상이 있었다.

세희는 그걸 확인했다...

이 파일은 세희가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마시고 자기 방으로 와 작동을 해 놓는게 시작이었다.

자기 자신이 대각선 방향으로 화면에 잡히면서 스타트가 되는 걸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세희는 약간은 흥분한 눈으로. 좀더 정확히 말하면 긴장된 눈빛으로 영상을 체크해갔다.

침대 위의 자신이 눈을 깜박깜박 거리다가 어느 순간 사르르 잠드는 것이 잘 보였다.

그녀가 잠들고 나서 몇십분이 지났을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오신 것일까. 그럴 리는 없었다. 어머니는 식당에 계실 시간이었으니까.

불이 꺼진 그녀의 방. 문은 열려 있었다.

소리도 없이 그림자가 찾아들었다. 어둡기 그지없는 그림자였다.

그림자가 출현하는 시점에서 영상을 보고 있던 세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세희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듯이. 그림자는 나타나자마자 방안의 불부터 켰다.

"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볼 수 있었다. 그는 적당히 구부러진 다저스의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그리고 간편한 복장이었다. 신체는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체격이었다.

키도 작지 않았다. 키 역시도 적당했다. 어딜 가도 작다는 소린 듣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다.

다부진 성격인듯 딱 벌어진 어깨도 보기 좋았다.

남자의 몸은 단촐하게 온 것 같았지만 그의 오른손엔 여행용 대형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는 방 안에 처음 들어 왔을 때, 캠코더 쪽을 한번 바라봤다. 마치.

<내가 왔다> 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세희는 그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그는 캠코더의 사각지대를 잘 꿰차고 있는 듯했다.

한동안 캠코더를 바라보던 그가 이내 고개를 돌려 침대 위의 자신을. 그것도 얼굴을 내려다보는게

보인다. 세희는 슬슬 입술이 더 말라갔다. 아까부터 끝도 없이 두근거림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인정했다. 남자의 인상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의식 없는 자신이었을지언정..저정도라면.. 슬프진 않았다.

남자는 이불을 끌어 내린 뒤에 침대 위에서 ㅣ 자로 곱게 뻗어 누워 잠들어 있는 자신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그러다가 상체를 숙이더니 팬티스타킹을 입은채 잠들어 있는 그녀의 오른쪽 발가락에

코를 들이대는 것이 영상에 잡혔다.

세희는 얼굴이 점차 빨개지는것을 의식했다.

저 남자가 자신의 발냄새를 맡고 있구나. 얼마나 지독하다고 생각할까. 아마 토악질을 해대지나 않을까...

허나 영상 속의 남자는 미동도 않은채 한동안 그렇게 윗몸을 숙인채로 침묵을 지켰다.

그러기를 몇분이나 했을까... 영상 속의 그가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캠코더 쪽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치켜들고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것이 보였다. 넘버 1. Good. 아주 좋다는 신호였다.

세희는 영상속 남자의 행동을 보고 헛웃음을 흘리며 긴장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을 느꼈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었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그녀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는 조금도 그녀의 발냄새를 불결,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세희의 책상의자를 가져다가 침대 아래에 가져다놓더니 거기에 앉아서, 그녀의 한쪽 발목을

양 손으로 받쳐들고 얼굴을 발가락에 가져다댔다.

본격적으로 세희의 발에 온갖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캠코더는 남자의 뒤통수를 주로 비췄으니

잘은 알수 없으나, 그가 잠들어 있던 자신의 스타킹 덮인 발가락의 체취를 즐기고. 발가락을 빨고.

발바닥을 핥아댄다든지, 얼굴을 부빈다던지의 행동을 시작했다는걸 세희는 알 수 있었다.

그걸 영상으로 보면서 세희는 잠들어 있는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평온해 보였다.

세희는 영상속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남자에게 발바닥이 핥아지는 자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참...잘도 자네...난 발바닥에 간지럼을 아주 잘 타는데...>

하지만 영상 속의 자신은 웃지 않는다.

남자는 족히 30분은 넘게 세희의 발만을 탐닉해 댔다. 그러다가 이윽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여행용 가방을 열어제끼는 것이 보였다. 어떤 내용물이 나올까. 세희는 유심히 살펴봤다.

아..들은 대로였다.. 계약을 할 때 남자가 분명 언급한 바가 있었음을 세희는 상기했다.

남자가 꺼내든 것은 안면가리개. 즉 안대와 Gag ball 이었다.

안대는 망사재질의 검정빛이었고. 재갈공은 홀이 몇개 뚫린 진한 붉은색이었다.

남자는 그걸 잠든 자신의 얼굴에 조심스레 채웠다. 베개를 천천히 걷어내고 하나하나 채워가는데

그녀의 머리를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는지, 얼마나 작업을 절도 있게 진행하는지. 영상으로 보기만 해도

그가 잠든 자신의 몸을 배려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잠들어 있는 여체라고 험하게 굴리지 않았다.

손끝 손끝에 정성이 느껴졌고. 하나하나 허투루 이루어지는 동작이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세심했다.

어쨌건 그의 동작이 끝났을 때쯤. 세희는 눈이 어둡게 가려지고 입에 재갈공이 물려진채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상당히 음란해 보여서 세희는 몸을 살풋 떨었다.

작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얼굴 쪽이 끝났을 뿐이라는 듯. 남자는 본격적으로 구속 도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단 여행용 가방 안에는 공구통도 들어 있었고, 조립식 제품들도 여러개 준비되어 있는 듯 했는데,

남자가 꺼낸 것은 연결가능한 즉석조립용 철봉이었다. 기다란 원통형 철봉을 세로로 침대 좌우에 두개씩 세우고.

가로로 하나 더 연결시켜 ∏자 모양을 재빨리 만들었다.

그걸 설치한 뒤에는 부드러우 보이는 재질의 검정색 아대를 네개 꺼내서 세희의 손목과 발목에 감았다.

그걸 감고 나서야 그 위로 간격이 약간 더 얇은 가죽 벨트를 네개 또 꺼내서 세희의 손발목에 채웠다.

자신의 몸이 차츰차츰 구속되어 가는걸 세희는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의식없는 자신이 저렇게 변해 간다는 건 뭔지 모를 미묘한 기분이었다.

아무튼 세희는 숨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고 연신 영상을 낱낱이 보고 있었다.

남자는 세희의 양 발목엔 그렇게 벨트를 채운 뒤에 두 무릎을 바짝 붙이곤 붕대로 감아 양다리가 딱달라붙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선 무릎을 들어 붕대엔 밴드끈 굵기의 가는끈을 하나 집어넣의 세희머리위의 침대상단부와 연결시켰다.

무릎이 쳐들려 乙자 자세가 되게 만든 뒤 세희의 팬티스타킹을 가위로 잘라 일부 오려내어 양 엄지발가락만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놓고 난 뒤 그녀의 두 엄지발가락만을 구속하는 발가락 구속 전용 특화용 족갑인

Toe cuff를 채웠다. 하체는 그렇게 볼일이 끝난 듯 , 남자는 세희의 상체쪽으로 이동하더니, 그녀의

양 손을 깍지 끼는 자세로 만들곤 모여든 손등을 베개 위로, 손바닥 위로는 그녀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내려놨다.

자세때문에 팔꿈치의 접히는 부분에도 가는 실끈들을 집어넣어 침대 다리 네개 부분의 위의 각 사이드에 연결해 묶었다.

남자는 거기까지 작업을 마친 후에 공구를 일단 치워놓고 세희의 방 뒤로 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 그의 입장에서는 정면으로 감상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터이다.

그의 눈높이 시야 쯤에 세희의 발바닥이 위치해 있을 것이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안했지만(완전히 한쪽 벽면으로 가서 붙으면 캠코더에서는 그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 사이에 세희는 결박당한 채 잠들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

망사로 가려진 눈가 주변. 재갈공이 물려진채 시간이 좀 지나면 침을 뚝뚝 떨어뜨려 댈 것 같은 입가.

깍지낀채 각방향으로 쳐져내려 훤히 노출되는 양 겨드랑이.

견고하게 붙여묶여진 양 무릎과 발목. 그리고 엄지발가락들.

검은색 재질로 덮여졌지만서도 실루엣처럼 어렴풋이 비치는 발바닥들의 속피부.

일부 찢어진 팬티스타킹 때문에. 당장이라도

엄지발가락들과 발가락들 사이에선 땀으로 얼룩진 발바닥의 꼬랑내가 올라올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세가 자세인지라 훤하게 노출되는 양 엉덩짝.. 마치 누가 철썩철썩 쳐주기라도 바라는 듯한 요염한 행색..

영상을 보던 세희는 잠들어 있는 자신의 영상 속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울상을 지었다.

으으... 으...음란해....너무 음란해....

세희가 음란하다면서 자신의 영상속 모습에 끝도 없이 얼굴이 붉어져 갈때쯤.

영상 안에선

<짝! 짝! 짝! > 하고 큰 박수소리가 세번 울려펴졌다. 어찌나 느닷없이 울려퍼진 큰 소리던지.

영상을 보던 세희는 화들짝 놀랐다.

놀란 가슴이 약간이나마 진정되어서야, 세희는 박수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를 알았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이리라.

그는 웃고 있을까. 자신의 드러나진 엄지발가락을 보면서?

냄새나는 발바닥을 쳐다보면서?

즐거워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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