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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나 혼자 가슴에 묻어 두고 있다가 나 혼자 추억으로 생각하고 간직하다 



저 세상으로 가지고 가려고 하였으나 오늘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전하여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글로 남기려 한다. 



설령 이 글을 당사자인 외사촌동생의 아내인 제수씨가 본다고 하여도 말이다. 



아니 외사촌동생이 본다고 하여도 하나도 두려움이 없다. 



제수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가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당한 신분을 가진 나와 



관계를 가진 것을 안다면 분하기는커녕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 어머니에게는 단 하나의 동생이 계시다. 



외사촌 동생이 장가도 가기 전에 세상을 버려 외숙모 혼자 시골에서 살았다. 



외사촌 동생은 어떻게 재테크를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결혼하기 전에 이미 50여 평의 큰 아파트도 하나 가졌고 



또 나의 외삼촌인 자기 아버지가 물려 준 임야와 땅을 처분하여 자기 사업에 보탰다는데 엄청나게 잘 되었는지 



결혼을 하자마자 제수씨와 의논을 하여 어머니를 자기들이 사는 아파트로 모셔 왔다는 정도만이 



나에게는 외사촌 동생에 대한 지식이지 그 이상은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외숙모께서는 처음에는 도회지 생활을 견디나 싶더니 얼마 안 가 다시 시골로 가겠다고 하였단다. 



내가 생각하여도 외숙모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넓은 마당과 확 트인 공간에서 사시다가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고 현관문은 가족들이나 들락날락 할 때나 열리지 



이웃에 마땅한 친구 한 사람 없는 입장에서 도회지의 아파트는 외숙모에게 있어서는 감옥이나 진배가 없었으리라. 



외숙모는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에게 시골의 집을 다시 사 달라고 때를 쓰기에 이르렀고 노인의 



성화에 이기지 못한 외사촌 동생과 제수씨는 궁리 끝에 서울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경기도 파주에 



오천 여 평의 땅이 딸린 집을 사 드렸고 외숙모는 거기에서 혼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계신다. 



외사촌 동생과 제수씨의 말을 종합 해 보면 난 두 사람이 무척 효자이고 효부인 것을 알았다. 



경상도 구석인 시골에 땅과 집을 사 들인다면 사업에 바쁜 그네들이 찾아가는 것은 명절이 아니면 힘들겠기에 



서울에서 지척인 파주에 땅을 사 드렸고 안 바쁜 주말이면 잠시 짬을 내어 어머니를 찾아뵙기도 좋다고 생각을 하였고 



또 한편으로 이왕에 땅을 살 바엔 투자 가치가 있는 서울 근교인 파주가 적당하다고 생각을 하여 



그렇게 정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역시 돈도 눈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도 외사촌 동생의 효심에 탄복도 하였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을 하였지만 외사촌동생의 재테크 능력은 탁월하였던 모양이었다. 



나야 직장생활이 몸에 밴 탓에 금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삼십이 넘어서야 여자를 알았고 그 때 안 여자가 지금의 제수씨이다. 



외사촌동생이 결혼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우리 어머니는 마침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을 하신 덕에 나 혼자 서울로 가 참석을 하였다. 



갸름한 몸매는 아니었고 조금은 풍만한 그런 여자였으나 반면에 아주 착하게 생겼고 귀엽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한 여자라 나 역시 외숙모 이상으로 외사촌동생이 기특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요즘 젊은 새댁들 하나같이 시집살이 안 하려하고 시부모 안 모시려고 하는 풍조가 만연한 마당에 



제수씨는 시어머님을 모시지 않고 산다면 결혼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외사촌 제수씨의 심성을 알 수가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함께 안 번쯤은 생각을 해 볼 일이다. 



외사촌 동생이 장가를 든 그 날 난 처음으로 제수씨의 얼굴을 봤고 그 이후로 제수씨의 얼굴은커녕 



외사촌동생과도 대면을 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제수에 대한 생각은 그 이후 단 한 번도 안 한 것이 사실이었다. 



직장생활 더구나 외주 처 관리를 하는 사람의 경우에 남들이 다 가는 휴가도 제대로 못 간다. 



회사의 생산 라인을 연결을 하려면 휴가는커녕 일요일도 없이 내가 맡은 거래처의 납품 예정 일자와 



물량의 추이를 보고 또 생산에 차질이 예상이 되면 거래처에서 거래처의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함께하며 



날밤을 새우는 경우도 비일비재 한 지경이니 어찌 남들이 가는 휴가라는 호사를 누리며 살 수 있겠나 말이다. 



내 나이 사십이 넘어 오십을 바라보는 마당에 지금의 직장에 거의 20년 이상을 근무하였고 



입사를 하자마자 외주 관리 업무를 맡았기에 내 아내는 물론 내 아이들과도 변변한 여름휴가를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 아내나 자식들에게 고개를 들지도 못 하게 하는 나의 처량한 신새가 현실이다. 



더구나 같이 벌어야 한다며 아내가 작은 식당을 하나 인수하여 꾸리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내가 시간이 있어도 하루라도 문은 닫으면 단골이 다른 식당으로 간다며 일 년 열두 달 365일을 



하루같이 식당의 문을 여는 아내 덕에 아내와 나는 언감생심 여름휴가는 사치요 호사라고 생각을 하며 살았다. 



거기다가 애들도 대가리가 크다보니 이제는 아빠와 같이 여행을 하자고 하면 마치 벌레가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지 



한사코 피하기에 어쩌다 맞는 여름휴가에도 난 집에서 방콕을 하든지 아니면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마치 식당 마담의 기둥서방이라도 된 냥 한쪽 구석에 진을 치고 온 종일 신문만 펼치며 시간을 죽인다. 



그렇다고 아내가 단골손님에게 아양을 떠는 것을 감시하거나 손님들과 같이 앉아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감시나 하는 그런 속이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내의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대게가 나와 친분이 있다. 



왜? 



아내가 하는 식당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우리 회사의 거래처가 있는 곳 아니 정확하게 발하면 



그 거래처의 담벼락 모퉁이에 그 거래처 사장의 소유로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세 끼 식사를 해 주며 



일반 손님도 받는 구내식당도 아니요 일반식당도 아닌 아주 어정쩡한 식당이지만 아내가 찬모를 잘 둔덕에 



일반손님의 매상이 더 많을 정도로 아내의 식당은 연일 성업 중이라 아주 든든한 기분으로 휴가를 아내의 식당에서 보내는 것이었다. 



참! 앞에 여름휴가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처지라고 하고는 아내의 식당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하니 이상하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재작년 봄에 우리 회사의 업무 개편과 승진에 따라 난 거래처 관리를 맡은 구매과의 차장으로 승진을 하였다. 



말단 사원으로부터 거의 20여년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한 것을 회사에서 알고 승진을 시켜주었고 



그 덕에 난 밑의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모처럼의 여름휴가도 즐기고 명절이면 고향도 다니는 행운이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어머님은 올케인 외숙모와 자주 연락을 하였던 모양이었고 외사촌동생 역시 고모인 



우리 어머님에게 자주 안부를 전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나에게도 외숙모에게 안부전화라도 



한 통 하라고 틈만 나면 부추겼으나 업무도 업무지만 게으른 성격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금년 봄에 고희 잔치를 하신다며 어머니가 함께 가자고 하는 통에 사전에 겨우 안부 전화를 할 수 있었는데 난 



외숙모가 외사촌 집에 기거 하시는 줄 알고 외사촌 동생 집으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제수씨였다. 



평범한 안부만 전하고 외숙모가 사시는 파주의 전화번호만 알고 끊었는데 제수씨가 무척 섭섭해 한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외숙모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외숙모는 대뜸 내가 아들 둘에 딸아이 하나 있는 것을 무척 부러워하는 투의 말로 시종일관 나와 통화를 하였다. 



그 때서야 난 외사촌동생에게 자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몇 일 후 난 어머님을 모시고 외숙모님의 고희 잔치에[다행히 일요일이었다]참석을 하였다. 



외사촌동생의 집 부근에 있는 식당을 빌려 잔치를 하였는데 제수씨는 곱게 한복을 입은 모습이 마치 나에게는 천사로 보였다. 



그러나 나를 보는 제수씨의 눈에는 수심이 가득함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몰론 내가 거래처의 많은 직원들과 거래를 희망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겪은 탓에 그 사람의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의 심기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그도 하나의 직업병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확한 투시 안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잔치라고 하면 큰 잔치인 외숙모님의 고희 잔치에서 감히 제수씨에게 그 사연을 묻는다는 것은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늙은이로 취급을 받겠기에 난 그저 제수씨의 행동만 눈여겨보며 행사가 끝이 나자 



어머니는 외숙모가 사시는 파주에 들러 쉬다가 오신다기에 그렇게 하라고 하고는 나 혼자 집으로 왔다. 



이상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업무를 보면서 기안용지를 보거나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신문을 펼치거나 책을 볼라치면 이상하게 수심에 찬 제수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친놈!> 



내가 겨우 고종사촌 시숙이 주제에 외사촌 제수씨의 고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그 동안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놈이 결혼식에서 한 번 보고 또 겨우 외숙모의 고희에서 한 번 본 주제에 신경은 무슨 신경! 하고 



자책을 하였으나 이상하리만치 외사촌 제수씨의 수심에 찬 얼굴은 내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아니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더러운 놈은 그 간에도 단 한 번도 외숙모는 물론 제수씨에게도 전화 한 통 안 하였다. 



그런데 금년 초여름 사건의 발단은 우연하게 생기고 말았다. 



서울 근교에 있던 우리 회사에 납품을 하던 곳에서 서울시에서 공해 산업이라는 명목으로 타 처로 이전을 명령하였다. 



생산 라인은 돌아가야지 



공장은 옮긴다 하지 



부하 직원에게 명령을 하여 빨리 이전을 하는 것을 돕게 하고 생산을 격려가 아닌 독려를 시키면 그만이지만 



그 회사에서 생산이 되어 우리 회사에 납품을 하는 부품은 우리 회사에서 생산을 하는 물건의 핵심부품인 관계로 



나는 나 몰라라 하고 뒷짐을 지고서 보고만 있을 입장이 아니라 직원 두 명을 대동하고 그 거래처로 파견근무를 나가기로 하였다. 



일이 묘하게 그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그 회사가 이전을 계획한 곳이 바로 외숙모가 사는 파주였다. 



난 내가 데리고 간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잠시 인사나 하고 나오려 하였으나 객지에서 잠자리가 불편하면 일이 힘들다며 외숙모는 굳이 



외숙모 집에서 기거를 하라는 것은 날 생각하는 반 강제적인 명령에 가까워 그 회사에 부탁을 하여 



직원의 차를 항 대 빌려서 외숙모 집에서 기거를 하면서 출퇴근하기로 작정을 하자 외숙모는 아주 좋아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날 퇴근을 하고 외숙모 집으로 갔다. 



나를 반긴 것은 의외로 외사촌동생과 제수씨였다. 



외숙모가 인근에 사는 사람들과 외국 여행을 갔다는 것이었다. 



그 날 나와 외사촌동생 그리고 제수씨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코가 비뚤어 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 



“아주버니 식사하세요.”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이고 제수씨, 동생은?”눈을 비비며 묻자 



“네, 그이는 일 때문에 새벽에 갔어요”방긋 웃으며 말하였다. 



“아니 그럼 제수씨는?”널라며 묻자 



“어머님도 그랬고 그이도 그랬어요, 아주버니 수발을 잘 들어라 고....”얼굴에 홍조를 지으며 말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외숙모가 외사촌동생에게 전화를 하여 제수씨에게 당신이 중국에 다녀 올 동안 내 수발을 들게 하라고 부탁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럼 동생의 조석은?”또 한 번 놀라며 물었다. 



“네, 아주버님 걱정 마세요, 옆에 제 친정이 있어서 그이 조석은 친정에 부탁을 하였어요”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하고는 나가기에 



잠자리를 정리하고 식탁으로 가자 떡 벌어지게 해장국에다가 간결한 아침상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아주버님 드세요”의자를 당겨주며 말하기에 



“제수씨도 함께 드시죠”하며 난 수저를 들고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난 빌린 차로 그 회사로가 업무 파악도 하고 본사에 현지 사정도 보고하는 등 



부산한 하루를 보내고 같이 파견이 된 직원들과 간단하게 저녁을 들고서 외숙모 집으로 갔다. 



“제수씨 저 왔습니다.”차에서 내려 거실 문을 열며 말하자 



“아주버님 저녁 안 드셨죠?”앞치마에 손등의 물기를 닦으며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었다. 



“직원들과 먹었습니다.”신발을 벗으며 말하자 



“............”아무 말을 못 하고 아주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날 봤다. 



“제수씨와 술이나 한 잔하죠?”실망을 주기 싫어서 술로 돌리기로 하였다. 



“네, 대신에 내일부터는 집에 오셔서 저녁 드세요 아셨어요? 아주버님?”하기에 



“네, 알았어요”하고 웃으며 대답을 하자 그 때야 제수씨의 표정은 밝아졌다. 



“고맙습니다, 아주버님, 가세요”하며 나를 식탁으로 데리고 갔다. 



“아~!”난 식탁보를 제수씨가 들치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어쩌다 거래처의 사장이 접대를 한다며 일류 식당에 초대를 하였어도 그런 성찬은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대단한 음식상의 나를 맞이하였다. 



“변변치 않아요.”나의 감탄사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제수씨가 다 하셨어요?”놀라며 묻자 



“네, 아주버님 입맛에 맡으실지 모르겠어요, 앉으세요”하며 권하기에 



“네, 같이 드시죠”양복을 벗으며 말하자 



“네”하고 말을 하더니 양복을 받아서 내가 잠자는 방으로 가지고 가서 두고 나왔다. 



“제수씨 한 잔 받아요”난 술병을 들고 제수씨에게 술을 권하였다. 



“아니어요, 아주버님 먼저 받으세요”제수씨가 내 손에 들린 병을 빼앗듯이 받아들고 나에게 권하였다. 



그렇게 사건의 발단은 시작이 된 것이었다. 



“제수씨 무슨 고민이 있어요, 지난번 외숙모님 고희 때 수심이 가득 차 있던데?”술이 몇 순배 돌아가는 동안에 



서로 말이 없다가 지난 봄 외숙모 고희 때 본 수심에 대한 궁금증이 나 조심스럽게 제수씨를 보며 물었다. 



“아주버니 관상 보세요?”가벼운 미소로 오히려 나에게 물었다. 



“관상이 아니라 그 때 제수씨 얼굴이 어두워서....”하고 말을 흐리자 



“아주버니 잘 보셨어요.”작은 볼우물을 들어내며 말하였다. 



“왜요?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난 의자를 식탁으로 바짝 당기며 물었다. 



“그...그게....”고개만 숙이고 차마 말을 못 하였다. 



“그럼 한잔 더 하세요”난 제수씨의 술잔을 채워주며 말하였다. 



“고마워요 아주버니”하고는 단숨에 들이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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