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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런 생각은 며칠 후에 K병원의 레지던트(김과장, 이선생 밑에서 일하는)인 박선생에게서 한통의 전화가 오면서 깨어지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다. 시계를 보니 오호 5시이다.

‘아, 오늘은 더 돌 사이트도 없고, 접대도 없고, 집에나 갈까?’

그 때 휴대전화가 울린다. 국번과 뒷 번호의 앞자리를 보니 K병원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K병원에서 내가 관리하는 의사들은 내가 개인 번호까지 휴대전화에 다 입력해뒀는데 이름이 안 뜬다.

“여보세요?”

“아, 이대리님. 안녕하세요?”

“아...예”

‘아, 누구지...목소리가 들어본 사람인데................’

“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네...네...당연히 알죠? 요즘에 수술 때문에 많이 바쁘시죠?”

이럴 때 쓸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멘트이다.

“네 뭐 그렇죠. 갑자기 제가 전화 드려서 좀 당황하셨나보다.”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갑자기 연락드린 것은 그날 댁에서 너무 대접도 잘 받고, 또 밤늦게 저희 컨퍼런스 살려주시느라 너무 고생하셔서요.”

‘아, 그렇다면 그날 왔던 그 레지던트! 아 그래 박선생이란 사람이구나’

“아휴 별 말씀을요. 박선생님이 고생 많으셨지요 뭐..제가 한것이 있나요”

“하하, 역시 겸손하셔. 저녁에 일 있으세요?”

참 희한한 일이다. 평소에 내가 김과장이나 이선생을 만나러 갈 때 가끔 인사나 나누던 레지던트 박성샌이 내게 술을 산단다. 그것도 비싸 양주 한잔 사고 싶단다. 이유는 내게 너무 고마워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박선생은 내가 관리해야 하는 고객군에 속하는 사람도 아니다. 사실 박선생은 K병원에서 곧 레지던트 생활이 끝나는데 아마도 전문의가 되는대로 지방으로 내려갈 것 같다. 처음에는 김과장이 자리라도 줄 듯이 꼬셔된 것 같으나, 김과장 학교 후배들도 널린 마당에 다른 학교 출신인 박선생의 뒤를 봐줄리는 만무하다. 나도 병원의 생리를 꽤 알고 있어서, 박선생에게는 그동안 영업적으로 접근한 일도 거의 없다. 그래도 마친 누군가와 한잔을 걸치고 싶었던 참이고, 내돈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박선생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나는 K병원 앞에서 박선생을 만났다. 좋은 곳이 있다고 안내한다는데 내가 못 들어본 곳이다.

‘음, 이상한데. 내가 의사들 잘가는 단란, 룸싸롱은 거의 다 아는데..어디 가려고 이러나’

박선생이 택시를 타고 나를 데려간 곳은 홍대와 신촌 사이의 작은 바였다. 전화로는 비싼 양주를 산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결국 데려간 곳이 바라니. 하긴 이런 바에서 주로 양주를 팔고 있기는 한다.

‘역시 그럼 그렇지. 내 주제에 의사에게 룸싸롱에서 접대받을 일은 없겠지...’

순간 속으로 헛웃음이 나온다. 박선생은 발렌타인을 주문한다. 그러고는 이런저런 병원 얘기를 한다. 박선생이 하는 얘기는 사실 나도 대부분 아는 얘기들이다. 어찌보면 병원내의 고급 정보나 과마다 떠드는 풍문들은 박선생보다 내가 더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박선생의 얘기를 흥미있는 척 듣고 있다. 박선생은 내가 관심 있어할 만한 영업관련 정보를 이것 저것 들려준다. 그러나 그런 정보들 역시 이미 다 내가 아는 얘기들이다. 나는 박선생의 얘기가 따분해서 혼자 술잔을 계속 기울인다.

“이대리님 술 잘 못한다고 하시더니, 오늘 보니 말술이시네...”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병원 영업의 특성상 술자리가 매우 잦은 편이다. 그리고 한번 술을 먹기 시작하면 의사들은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셔댄다. 영업을 처음 배울 때는 나도 그렇게 보조를 맞췄지만, 내가 직접 사이트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렇게는 하지 않고 있다. 내 주량은 소주를 기준으로 4병정도는 마셔야 필름이 끊긴다. 그러나 의사들과 마실 때는 두병 이상을 마셔본 적이 없다. 즉 꽤 알딸딸한 상태 까지만 술을 마시고, 겉으로만 떡이 된 것처럼 의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노는 것이다.

“아닙니다. 아...아..박선생님 얘기가 너무 재미있어서..좀 마셨더니..벌써 머리가 아프네요”

“하하하.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 하긴 뭐 K병원 내에서 저 처럼 병원내 소식통이 빠삭한 사람도 없지요”

“네.....”

‘근데 뭐지. 왜 이말 끝에 이상하게, 비열하고 기분나쁜 미소를 짓지?’

“자자, 한잔 더 하세요”

“네...”

박선생은 내게 연신 술을 권한다. 그러면서도 잘 살펴보니 본인은 건배만 하고 술잔을 자꾸 그냥 내려 놓는다. 내 계산으로 나는 스트레이트 10잔을 넘게 마셨고, 박선생은 여섯잔 정도를 마신 것 같다.

‘이인간 뭐야. 지가 뭐 나한테 영업해?’

나는 순간 테이블위에 팔을 기대며 고개를 숙였다.

“어, 이대리님 벌써부터 쓰러지시면 어떻게해요”

“아...아뇨..저 멀쩡합니다. 그냥 잠시..푸....우...”

나는 매우 취한 듯이 행동하며 고개를 숙인채 숨을 몰아 쉬었다. 그렇게 한 일이분을 있다보니 박선생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다.

‘저 자식 뭐하는 거지?’

자세히 보니 수면제 알약 같다. K병원에서 입원환자들에게 나가는 수면제와 같은 것 같다.

‘이 자식 봐라. 지네 병원 약을 왜 들고 나왔어?’

박선생은 오른손 안쪽에 수면제 한알을 감싸쥐고는, 왼손으로 내 어깨를 살짝 흔든다.

“이대리님 괜찮아요? 예..?”

“아..네......아...푸.......”

나는 계속 머리를 숙인채로 숨만 몰아쉬고 있다. 곁눈질로 살펴보니 박선생은 오른손의 수면제 한 알을 왼손으로 옮겨 짚더니, 오른손으로 화채 한 수저를 뜬다. 그리고는 나를 다시 힐끗 살피고는 화채 수저위의 수박조각 속으로 수면제 알을 밀어 넣는다.

‘뭐야...이작자 봐라...대체 뭘하자는 거야’

“자자 이대리님 이것 한입 드셔봐요. 시원한 화채 먹으면 정신이 좀 들거야”

“어..어...네”

그러면서 나의 몸을 당기며, 입쪽으로 수저를 들이댄다. 나는 못이기는 척 하면서 화채를 받아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까와 같이 숨을 몰아쉰다.

“푸...후....우...푸....”

박선생은 나의 모습을 살피더니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입속에서 수박과 다른 과일을 혀로 걸래내서 목구멍으로 삼킨다. 그리고 혀아래 수면제알을 숨긴다.

“아...목말라.........”

나는 고개를 번쩍 들고 앞에 있던 콜라캔을 들이킨다. 사실은 콜라를 들이키는 척하면서 콜라캔 안으로 혀아래 있던 수면제 알을 버려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머리를 숙이고 숨소리를 내다가 의자 옆쪽으로 몸을 기대버린다.

“어...이거 이대리님 너무 취했네”

“............”

“이봐요. 이대리 자요?”

“...........”

“어..이거 원...내얘기가 너무 재밌어서 그런가........흐흐”

“.............”

박선생은 바텐더에게 얘기를 해서 콜택시를 부른다.

‘이자식 뭐야? 나를 택시태워서 집에 보내려고 수면제 먹인거야? 내가 무슨 술 많이 사달라고 진상 떨은 것도 아닌데...뭐야 이거?’

택시 뒷자리에 나를 태운 박선생은 나를 안쪽으로 밀어 넣더니 나의 옆자리에 붙어 앉는다.

“기사님 당산동으로 가죠”

‘어라 뭐야 우리 집까지 날 데려다 준다는 건가?’

택시에서 내린 박선생은 잠든 척하는 나를 한쪽 어깨로 부축하고 우리 집 앞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고는 초인종을 누른다. 잠시후 아내가 놀란 모습으로 대문 밖으로 나온다.

“어....어떻게 된 거죠? 이 이가 왜이렇게 술을..여보 정신 좀 차려요”

아내가 박선생 어깨에 매달려있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나는 눈을 꼭 감은 채로 잠든 척을 계속한다.

“안되겠어요. 사모님 제가 이대리님 눕혀드릴게요. 침대가 어디죠?”

아내는 박선생을 안방 침대로 안내한다. 박선생은 낑낑거리며 나를 들어서 안방 침대에 눕힌다.

“이거 어떻게해요. 박선생님이 너무 고생하셨네요”

“휴 아닙니다. 제가 오늘 이대리님 술한잔 사드린다고 한 것이..이대리님이 오늘 기분이 너무 좋으셨나봐요”

“아...네....”

실눈을 떠서 살펴보니 나를 안방 침대에 눕혀두고 아내와 박선생은 마루 중앙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내가 안방 문을 살짝만 밀어둬서 안방문이 절반은 열려있다. 아내는 저녁에 목욕을 했는지 아직도 긴머리카락의 끝이 좀 촉촉해보인다. 집에서 늘상 입고 있는 발목근처까지 내려오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일명 홈웨어)를 입고 있다. 아내가 입고 있는 옷은 목부분이 밑으로 길게 파진 것은 아니지만 쇄골뼈가 거의 다 들어날 정도로 목부분이 좌우로 크게 벌어진 옷이다. 그리고 옷이 매우 헐렁해서 아내의 몸매는 거의 들어나지 않을 정도이다. 박선생은 도로쪽에서부터 우리집, 그리고 침대까지 나를 옮겨오느라 이마가 땀으로 범벅이다.

“저...어떻게해요. 너무 고생하셨네요.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어..이거 너무 늦어서 폐가 되는 것은 아닌지..”

“.......”

“뭐 그러면 음료수 말고 캔맥주 있으면 하나주세요”

박선생은 짐짓 그냥 돌아갈 듯 싶더니 아내가 말을할 틈도 안주고 쇼파에 걸터앉으며 아내에게 맥주를 청한다. 아내는 조금은 당황하기라도 한 듯 애매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하고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온다.

“꿀꺽 꿀꺽....아 시원하다”

“박선생님은 술 많이 안드셨나봐요”

“네...뭐 아닙니다...아 근데 역시 미인이 주는 술은...비싼 양주보다 훨씬 맛있네요”

“네?....뭐 무슨...”

“하하하. 제가 농담이......”

박선생은 쇼파에 앉은 채로 맥주를 홀짝이며 아내를 쳐다본다. 아내는 어정쩡하게 쇼파에서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박선생이 맥주를 다 마셨는지 빈캔을 탁자에 ‘탁’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순간 아내가 박선생의 행동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선생을 바라본다.

“자, 이제 맥주는 다 마셨고요!”

“네?..........”

“맥주는 다 마셨다고요.”

“네....뭐..”

“...........”

“뭐 다른 것 한잔 더 드릴까요?”

“아뇨!”

“그럼 뭘.......”

“젤 좋은 것으로요”

“네 무슨”

“...........”

“...........”

“이거 뭐.......참.........”

“박선생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혹지 저희 남편이 무슨 실수라도.....”

“아 아닙니다. 이대리가 실수한 것은.......뭐 실수라고 해야하나...”

“.............”

“제가 퀴즈하나 낼까요?”

“네 갑자기 무슨?”

“그냥 맞춰 보세요”

“................”

“김과장, 이선생, 부원장......여기까지 듣고 뭐 생각나는 것은?”

순간 아내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래도 아내는 태연한 척 말을 받아친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그분들 모두 K병원의.......”

“아 그게 아니죠. 좋아요 다음 힌트”

“............”

“이건 좀 확실한 힌트인데...............하얀색 브라우스, 검은색 스판 미니스커트, 홀복이라고 해야하나?”

“...........”

“힌트 더 필요해요?”

“네..........저..저는 무슨 말씀이신지..........”

“나.....참...뭐 좋습니다....나름 이것도 재밌네요”

“...................”

“마지막 힌트입니다. 간통”

순간 아내의 낯빛이 창백하다 못해 파랗게 질린다. 쇼파 곁에 서있는 아내의 다리가 여기에서 보기에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흐흐흐. 뭐 사모님의 지금 표정을 보니 정답을 아시나보네요”

“.............”

“말해보세요”

“제..제가 뭘”

“............”

“...........”

“아..이거 참 짜증나서. 내가 꼭 원색적으로 얘기를 다 해야해요?”

“............”

“이거 뭐 힘없는 레지던트라고 여기서도 홀대하나보네?”

“............”

순간 박선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아내 앞으로 한발짝 다가서며 아내의 얼굴을 잡아먹을듯이 쳐다보며 똑똑하게 외친다.

“한번 먹자”

“네....네에?”

“떡한번 치자고!”

“............”

“너 말이야. 그때 요리 차린 날 그날 김과장, 이선생에게 다리 벌려줬잖아? 김과장이 허벅지 쓰다듬어주니까 자지러지더만. 이선생이 같이 만져주니까 더 좋아하고”

“.....그..무슨....”

“내가 손만 길었어도 네년 같이 만졌어!”

“..........”

“게다가 나랑 최선생(같이있던 레지던트), 그리고 이대리도 자리를 피해줬으니, 이거 뭐 멍석 깐거지. 안그래? 그날 몇 번이나 싸디?”

“대 대체...왜.......”

“아 아...그런 질문이 어딨어? 왜라니? 뻔한 답을. 일단 얘기해봐 그날 김과장, 이선생 그 두 늙은이가 네년 보지에 몇 번이나 쌌냐고? 그리고 입에는 몇 번이나 쌌어?”

박선생은 아내를 강하게 몰아붙인다. 아내는 호랑이와 마주친 토끼라도 된 듯 벌벌 떨면서 아무 말도 못한다.

“아 또 있지. 부원장은 쓸만하디? 그 자식 병원 간호사들도 꽤 건드리더만. 근데 힘 못 쓰기로 유명하던데. 괜찮았어? 하긴 뭐 말이 좋으면 기수가 개판이어도 잘 달리긴 하지만”

아내의 다리는 아까보다 더 심하게 떨린다. 상체는 완전히 얼어붙기라도 한 듯 꼼짝도 못하고 있다.

“나는 뭐 이대리 도와줄 힘은 없어. 좀 있다가 이생활 끝나면 K병원도 뜰거고”

“...............”

“아...뭐 그렇다고 나를 홀대하면 안되지. 왠지알아?”

“...........”

“어차피 가는 마당에 다 터트리고 갈 수도 있거든! 뭐 사내 통신망에 쫙~ 뿌릴 수도 있지”

“...........”

“이제 뭔 얘긴지 알겠지”

순간 박선생은 아내에게 몇 걸음 다가서더니 양손으로 아내의 양쪽 어깨를 꽉 움켜쥔다. 아내는 오른손으로 박선생의 한 팔을 밀치면서 고개를 돌려서 안방 쪽을 본다. 마루는 밝고 안방은 불이 꺼져있다. 그리고 나는 실눈만 뜨고 있을 뿐이다. 아내나 박선생에게 나는 그저 잠든 한 남자일 뿐이다.

“아~ 걱정마. 네년 신랑은 평소 주량을 넘겼어. 그리고 내가 처방한 수면제도 하나 먹었으니 최소한 두세시간은 천둥이 쳐도 안깨”

“왜....왜..이러시면..안되........”

“흐흐...안되긴 뭐가 안되!”

순간 박선생은 어깨위에 올려뒀던 양손으로 홈웨어의 양쪽을 늘려서 그대로 아내의 몸 아래로 내려버린다. 하늘거리는 홈웨어는 박선생의 우왁스런 손에서 아내의 어깨와 가슴을 통과하자마자 종이장처럼 아내의 발목 아래로 미끄러저 버린다. 나의 실눈이 크게 떠지고 만다. 홈웨어가 미끄러져 사라져버린 자리에 브라도 팬티도 없다. 아내는 맨살에 홈웨어만 입고 있던 것이다. 아마도 저녁에 샤워를 한 후에 속옷을 안 입고 있었던 것 같다.

“흐흐흐흐. 이것 봐라. 노브라에 노팬티구만”

“왜....왜...이래요...제발 이러지...”

아내는 양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가리면서 몸을 움츠린다. 박선생은 아내의 양쪽 어깨들 다시 꽉 쥐고 아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 이럴 것 같았어...넌 항상 준비된 여자야”

“.............”

“언제 어디서건 원하는 남자가 있다면 다리를 벌려주겠다 이거구만..흐흐흐흐”

박선생은 안방 쪽을 한번 힐끗 보더니 아내의 어깨를 끌어서 쇼파 위에 눕혀버린다. 그리고는 비열하고 더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벗어버린다. 박선생의 와이셔츠 밑으로 거대하게 발기한 붉은색 육봉이 들어난다. 김과장, 이선생, 부원장의 물건보다 눈에 띠게 커보인다.

“이제 맛을 봐야지?”

박선생은 쇼파에 누워있는 아내 곁에 앉아서 아내에게 키스를 한다. 입모양으로 봐서 초반부터 아내의 입속에 혀를 집어넣고 돌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는 아내의 허리와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다. 박선생은 입을 떼서는 아내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준다.

“조금만 있어봐 너도 뭔가 느낄거야...흐흐...”

“............”

그 사이에 아내의 허리를 멤돌던 박선생의 오른손은 아내의 종아리를 쓰다듬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아내의 발등과 발가락을 오른손으로 주물러준다. 아내가 왼쪽 다리를 살며시 굽힌다. 그러자 박선생은 아내의 왼쪽 무릎 안쪽을 오른손으로 쓰다듬는다. 어느새 박선생의 입은 아내의 어깨를 강하게 빨고 있다.

“아.....하........”

순간 아내의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작은 신음이 새어나오는 것만 같다. 박선생은 눈만 들어서 아내의 얼굴을 잠시 살피더니 아내의 겨드랑이를 혀로 부드럽게 핥아준다. 아내는 팔을 오므려서 박선생을 밀어내려고 했으나, 박선생은 왼손을 올려서 그런 아내의 팔을 부드럽게 애무하듯이 잡아당긴다.

박선생의 오른손은 아내의 히프로 움직여간다. 그리고는 마치 원을 그리듯이 부드럽게 아내의 히프를 만져간다. 박선생의 입은 어느새 아내의 배꼽 옆으로 옮겨왔다. 마치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듯이 박선생의 혀가 아내의 배꼽 주위를 쉬지 않고 핥아댄다. 아내의 팔을 잡고 있던 박선생의 왼손이 아내의 오른편 가슴 안쪽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뭐야...이자식..정말 노련한데..............’

박선생은 아내의 젖가슴과 보지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로 아내의 몸을 점점 달궈가고 있다. 아내의 입술이 붉어지면서 점점 더 열리는 것 같다. 그렇게 20, 30분이 지났다. 박선생의 몸이 조금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육봉은 처음에 봤을 때 보다 더 커진 듯하다. 굵게 올라온 핏줄이 마치 건드리면 터질듯이 팽팽해져 있다. 아내는 고개를 뒤로 살며시 젖힌다. 아내가 흥분하고 있을 때 나오는 습관적인 행동이다. 이틈을 놓치지 않고 박선생은 아내의 왼편 젖꼭지를 혀로 핥아간다.

“어....아...아.........”

아내의 신음 소리가 또렷이 들려온다. 박선생은 틈을 주지 않고 왼편 젖꼭지와 젖무덤을 한번에 입속에 밀어넣는다. 아마도 입속에서 혓바닥을 이용해서 아내의 젖꼭지를 계속 핥아주는 것같다. 박선생은 왼손을 올려서 자신의 손가락을 아내의 입속에 밀어넣는다. 박선생의 손가락은 신음으로 열려진 아내의 입속으로 저항없이 밀려들어간다.

박선생의 오른손은 아내의 다리가 모이는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앞뒤로 움직임이 보인다. 아마도 오른손 손가락을 이용해서 아내의 보지와 항문 근처를 동시에 비벼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을 애무하던 박선생은 다시 입을 떼고는 아내의 다리 쪽으로 얼굴을 가져간다. 박선생이 아내의 무릎을 입으로 빨고 있다. 그리고는 급하게 입을 옮겨서 아내의 발가락을 입에 넣고 빨아댄다.

“아...아..하......아....그..그만.......”

“흐..으...이제 시작인데..안되지....”

박선생은 다시 아내의 발가락을 빨면서 왼손가락을 아내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는다. 손가락 세 개를 동그랗게 모아서는 아내의 보지 속으로 깊게 밀어 넣는다. 박선생의 세 손가락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아내의 오른손이 내려와서 박선생의 왼손 위를 잡는다. 왼손을 밀어내려는 것인지, 붙잡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박선생은 다시 아내의 젖가슴으로 얼굴을 옮긴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내의 풍만한 젖을 양손으로 모아서는 모아진 젖가슴 사이에 혀를 끼우고는 위아래로 핥아댄다.

“아...제발...미치....”

아내는 고통인지 쾌락인지 머리를 뒤로 젖힌 채로 강하게 흔들어댄다. 그러나 박선생은 못들은 듯 자신의 행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내의 젖가슴을 한동안 애무하던 박선생의 머리가 아내의 보지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아내의 오른쪽 다리를 자신의 왼손으로 끌어서 쇼파 아래쪽으로 내린다. 붉게 충혈된 아내의 보지가 여기서도 보인다. 박선생은 쉴 틈도 없이 아내의 보지를 빨아댄다. 겉으로 나온 아내의 질구를 입술로 물어서 당겨대기도 하고, 혀를 뾰족하게 만들어서 아내의 질속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박선생의 와이셔츠는 이미 땀으로 완전하게 젖어있다. 박선생이 앉아있는 마루 바닥에 땀이 고인 것이 보인다.

“아...못 참겠어요...”

“아....뭐라고?”

순간 아내가 쇼파에서 벌떡 일어선다. 아내의 보지를 빨고 있던 박선생이 매우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내는 박선생의 몸을 잡아서 쇼파 위로 이끈다. 그제야 박선생은 무슨 뜻인지 알았는지 아까 아내가 누워있던 그 자세로 쇼파에 누워버린다.

“흐흐...이제 뭔가 느꼈나 보...헉”

아내는 박선생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쇼파에 누운 박선생의 육봉을 왼손으로 잡아서 세우고는 그 위에 주저앉아 버린다.

‘이...이럴..수가...어떻게 아내가...어...’

“허...헉....그래....네년이 그럴 주 알았어...허...”

“아무말 ...말하지 마........허”

“허..억...억....왜 남편이 있어서 그래.......”

“조...조용해요...허..억”

아내는 오른손으로 쇼파의 등받이를 잡고 왼손은 박선생의 허리쪽에 기댄 채 박선생의 육봉 위에서 말을 타듯이 강하게 몸을 움직인다. 박선생은 아내의 움직임에 맞춰서 허리를 흔들면서 아내의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박선생의 양손이 올라와서 아내의 젖가슴을 움켜쥔다. 아내는 고개를 뒤로 바짝 젖힌 채로 박선생의 위에서 끊임없이 요분질을 한다.

“그래 바로 그....그거야....”

“아..하..하악...”

“아...하”

“하....으..하..악”

“아..이제 못참아....쌀 것 같아...”

“안되요...좀 더......”

나는 다신 한번 내 귀를 의심했다. 아내는 지금 절정에 다다른 박선생에게 사정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아...하...대단한 년이야....남편이 옆에 있는데도.....헉”

“...그런 말..마.....”

“아....미치겠구만...”

박선생은 아내를 배려라도 하듯이 이를 악물고 사정을 참는 것같다. 얼굴에 핏발이 터질 것 같이 올라온다. 아내도 미친 듯이 박선생의 육봉 위에서 요분질을 친다.

“허..억”

“어...지금이야...”

“어...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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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아내의 몸이 활처럼 완전히 등 뒤로 꺽인다. 아내의 젖가슴을 쥐고 있던 박선생의 손이 맥없이 풀려서 밑으로 내려온다. 아내는 그렇게 한참을 느끼더니 박선생의 가슴위로 쓰러져 버린다. 박선생은 양 무릎을 굽혀 세운다. 아마도 아내의 보지 속에서 육봉이 금새 빠질까봐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아...하..하...정말 끝내주는군..너같은 년은 처음이야 정말 대단해”

“하...아...”

아내도 거친 숨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리병원 내과 간호사 년도 참 대단한데..그년도 너만은 못해....아..대단해....김과장, 부원장이 사족을 못쓰는 이유를 알겠어...하..아...”

그렇게 몇 분을 누워있던 아내의 표정이 평온을 찾으며 박선생의 몸 아래로 내려온다. 박선생은 상체를 일으켜 쇼파에 기대앉는다. 아내는 바닥에 떨어진 홈웨어를 다시 주워서는 발끝부터 입어 올린다. 그런 모습을 박선생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렇게 보니 몸매가 역시 예술이군. 물론 네년의 보지만은 못하지만..흐흐”

“이제 돌아가세요!”

“허허, 이거 뭐 재미 다 봤으니 가라 이거구만. 뭐 나도 가야지..간다고”

“그리고..”

“알아! 오늘 일 비밀이라는 것. 나도 이 자리에 힘들게 왔어. 내 무덤 내가 안파 걱정하지마”

“그럼 돌아가세요. 어서”

박선생은 비열한 웃음을 지면서 바닥의 옷들을 주섬주섬 주워입는다. 아내는 그런 박선생의 모습이 보기 싫은 듯 팔짱을 낀 채로 등을 돌리고 서있다.

“야 이거 뭐.....누가보면 떡친 사이라고 생각이나 하겠어. 너무 쌩하구만......”

“그런 소리 마세요!”

“아아...알았어. 비밀! 그래 알았다고”

박선생은 현관문을 열고는 바라보고 있지도 않은 아내의 등 뒤로 왼손을 한번 번쩍 치켜들어서 흔들더니 사라진다. 박선생의 문 닫는 소리가 나자 그 때까지 꼿꼿하게 서있던 아내는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아버린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사람...울고 있나.....아....어쩌지....아내가 이런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대체 뭘하고 있는 거지...왜 아내를 지켜주지 못하고...이런..’

순간 심한 자책감이 몰려온다. 아내는 기운을 좀 차렸는지 고개를 번쩍 든다. 그리고는 양손을 올려서 긴 머리를 가운데로 묶어 올린다. 그런 아내의 표정이 너무나도 태연하다. 태연하다 못해 밝고 생기가 느껴진다.

‘저 사람 왜 저러지?’

아내는 박선생이 버리고 간 맥주캔을 치운다. 그리고는 부엌 쪽에서 수건 한 장에 물능 적셔서 가져와서는 쇼파에 떨어진 땀과 애액을 닦아낸다. 그런 아내의 모습이 이상하게 즐거워 보인다. 마치 내 귀에는 지금 아내의 콧노래라도 들리는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여전히 평온하고 태연하다. 어제 저녁의 일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보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내는 그저 어제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셨냐고, 박선생이 너무 고생했다는 말만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을 차리고, 내게 미소로 출근 인사를 해준다. 오전 10시.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어제의 그 번호, 박선생이다.

“아이고, 이대리님. 어제 너무 드셨는데. 괜찮으세요? 머리는 안 아프시고요?”

“아, 네. 덕분에 어제 제가 좀...너무 달렸죠?”

“하하. 네, 저도 어제 기분 좋게 잘 놀..잘...마셨습니다”

“어제 저희 집까지 저 데려다 주시고 너무 고생하셨어요”

“하하하하. 사모님이 그러시던가요”

“네, 어제 박선생님이 고생하셨다고....”

“아, 그건 그래요. 제가 어제 이대리님 때문에 힘이 쫘~ 악 빠졌죠. 지금도 다리가 후들 거리네요. 흐흐흐”

‘뭐야..이 자식 날 가지고 노는 거야....’

“네..그렇군요”

“아..어제 제가 사모님께 너무 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이건 원...”

“네...무슨...”

“하하하. 뭐...제가 너무 밤늦게 찾아가서 놀라셨을 것 같아서요”

‘이 자식..지금 뭐하자는 거지? 어디 좋아..좀 더 떠볼까?’

“어제 저희 집사람이 시원한 음료라도 내드렸는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와이프가 심통이 나있는 것 같아서 뭐 말 붙이기도 뭣하고...”

“허허허. 뭐 음료수 뿐이겠습니까”

“네...와이프가 무슨?”

“아. 아닙니다. 암튼 어제 사모님께서 하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제가 뭐 황송했죠”

“음..뭐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아이고 회진 가야될 시간이네요. 그럼 담에 또 한잔 하세요. 제가 담에도 댁까지 안전하게 모실테니, 그때도 또 한번 달려보시지요!”

“아...네..뭐 그러시지요 허”

이제 박선생과 다시는 술자리에서 마주칠 일이 없으리라,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요사이 아내 때문에 밀렸던 일들이 산더미와 같다. 아내와 박선생 일로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일에 파묻혀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 사이에 아내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어 보인다. 평소와 같이 낮에 집으로 한 두통의 전화를 해보는 것으로 아내의 일상을 살펴보는 것 뿐이지만, 김과장, 이선생, 부원장 그리고 박선생과의 일은 마치 내가 겪은 환상인 것만 같이 아내는 온전히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인다.

며칠이 더 지난 어느 날 아침. 된장찌개를 끓여준다고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아내가 냉장고를 열더니 무언가를 한참 뒤지고 있다.

“당신 뭐 찾아?”

“어 이상하다 지난 번에 두부 반모 남았는데...안 보이네?”

“어? 우리 그저께 두부김치 해먹었잖아? 그리고 두부가 또 있었어?”

“아! 그랬구나. 내 정신 좀봐”

아내는 이미 보글거리고 있는 찌개 냄비의 불을 끄고는 가디건 하나를 두르고, 지갑에서 천원짜리 몇장을 꺼내어 현관을 나선다.

“여보 나 슈퍼가서 두부 사올게 잠시만.......”

“어..그냥...”

아내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다. 어제 저녁 늦게 야식으로 먹은 치킨이 문제가 된 듯하다.

‘어...신문이 어디있지?’

나는 화장실에 갈 때면 꼭 신문을 챙기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이리저리 살펴봐도 신문이 안 보인다. 쇼파 근처를 살피던 중 신문이 눈에 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내가 늘상 들고 다니는 커다란 숄더백에 신문 귀퉁이가 삐죽하니 튀어나온 채 꽂혀있다.

‘이 사람봐라. 여기에 신문은 왜....’

신문을 빼서보니 오늘 신문은 아니다. 날짜를 보니 대략 1주일 전 신문같다. 1주일 쯤이면 박선생과 일이 있던 날쯤이다. 아내의 가방에 있던 신문은 한부가 아니라 한 장을 접어놓은 것이다.

‘어...뭐지...’

순간 접혀신 신문 사이로 아내가 동그라미를 쳐 놓은 것이 보인다.

‘대흥 심부름 센터’

가정사, 채무관계, 금전문제, 이런 문구가 몇 개 적혀져 있고, 전화 번호 하나만 달랑 있는 명함하나만한 크기의 조각 광고에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이 사람이 심부름 센터..흥신소를 왜....’

나는 심부름 센터의 전화번호를 내 휴대전화에 입력해 놓는다. 그리고는 다시 신문지를 대충 접어서 아내의 가방 속에 밀어 넣는다. 잠시 후 아내가 들어온다. 회사에 출근한 나는 아내의 가방 속에 있던 흥신소 광고전단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때 메신저로 메시지가 들어온다.

“경수형 요즘 얼굴보기 힘들다 너무 잘나가나봐요 ㅋㅋ”

아이디를 보니 ‘검은 숲속의 아이’이다. 우리회사 기술서비스 팀에 근무하는 차혁이라는 친구이다. 이 친구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할 말이 너무 많다. 차혁씨는 우리 회사에 들어온 지 이제 2년 정도 되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회사 내에서 친하다고 할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차혁씨는 수원 쪽의 전문대에서 전자관련 분야를 전공했는데, 어릴 때 교통사고로 지금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그 상태로 의료기기 수리나 기술서비스 업무를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그런데도 너무 실력이 좋아서 다니던 학교 교수의 추천으로 우리 회사에 입사한 것이다. 사실 업무 능력만 보면 우리 회사 기술서비스 부서 직원 중에 누가 봐도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차혁씨의 성격 또는 분위기가 좀 묘한 구석이 있다. 우리 회사의 다른 동료들은 그를 그의 메신저 아이디인 ‘검은 숲속의 아이’ 그대로 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그를 보면 무당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뭔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다. 뭐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간다. 내가 보는 차혁씨는 좀 내성적이기는 하지만 매우 차분하고, 세심하고, 놀라울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일 뿐이다.

한 6개월 쯤 전의 일인 것 같다. 어느 날 늦게 기술서비스 팀에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서 가보니 차혁씨만이 불꺼진 사무실에 작은 스탠드에 의지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왠지 멋있게 보여서 나는 청할 일도 잊어버리고 충동적으로 술을 한잔하자고 권했다. 처음에 차혁씨는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동료들의 술자리에 참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것은 차혁씨의 의지라기보다는 주변사람들이 불편해서, 또는 주변사람들의 과다한 배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날 나는 좀 얼떨떨해하는 차혁씨를 택시를 불러서 어렵게 무빙블루로 데려갔다. 그런 업소에 처음 가본다는 차혁씨를 나는 큰 룸에 밀어 넣고, 술잔을 같이 기울였다. 업소 아가씨들이 처음에는 좀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마담에게 잘 이야기를 해서 비교적 유쾌하게 같이 놀았던 것 같다. 꼭 그일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 이후로 나와 차혁씨는 메신저로 대화도 많이 나누고 가끔 가볍게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나는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차혁씨에게 메신저로 답변을 하는 대신에 차혁씨의 자리로 찾아간다.

“차혁씨, 지금 시간되면 나 뭐좀 물어볼께요”

“어 형 메신저로 해도 되는데....근데 형또 ‘차혁씨’네. 지난번에 형동생 하기로 한지가 언젠데....하여튼 형은 뭔가 심각한 얘기만 하려면 ‘차혁씨’라고 하더라”

차혁씨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주변 자리들을 살핀다. 다행히도 주변의 팀원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이다.

“어..그래..실은 내가 뭣 좀 필요한게 있는데. 그게 좀 애매해서...”

“형 뭔데. 말해봐”

나는 영업 때문에 필요하다는 핑계로 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청장치 같은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형 그것 무슨..병원..의사 선생 방같은데 설치해서..영업 정보좀 빼겠다 그거구나?”

“어..뭐 그렇지”

“형 요즘 우리회사 실적 1위라고 소문 자자하던데 모 그렇게까지...”

“아니...그게...”

“흐흐 뭐 그래. 잘 나갈 때 더 열심히 하는 형의 모습 멋져”

“..........”

“음...생각해보자...의사들 방이면 전파 간섭 같은 것 생길 수도 있고...그리고 형이 한번 설치하고 나서 그것 다시 만지기도 힘들지 않나?....또....아 맞다...설치는 어떤 위치를 생각하는데....”

“어.......그게...........어깨에 메는 가방!”

나는 순간 아차 했다. 어깨에 매는 가방이라니.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해버리고 만다.

“엥? 의사 선생 방이라메? 방에 무슨 어깨에 메는 가방?”

“아...그치...그게..”

“아! 그래 어깨에 메는 가방”

순간 차혁씨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벼운 미소를 보내며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아마도 이런 차혁씨의 모습 때문에 다른 동료들은 그를 ‘검은 숲속의 아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가방 크기, 모양이 대략 어떤데?”

나는 이제 차혁씨가 더 이상 내가 곤란해 할 질문은 안할 것 같다는 안도감으로 머릿속으로 아내의 숄더백 모양을 차혁씨에게 설명해준다.

“음..그렇구나....크기는 뭐 노트북 펼쳐놓은 크기 정도의 가방이고...재질은 말랑말랑한 천? 또는 가죽정도? 혼합? 뭐 그렇고....바닥이 직사각형으로 길쭉하다”

차혁씨는 마치 아내의 숄더백을 본 적이라도 있는 듯이 연필을 꺼내서 이면지 뒷면에다가 스케치를 하고 있다.

“그래! 그럼 뭐 바닥에 달아야 겠다. 이런 가방이면 바닥판이 딱딱하기는 한데, 바닥판 위아래로 다 감이 대져 있어서 장치 달만하지”

“아, 그렇구나..그럼 그런 것 어떻게 사면되냐?”

차혁씨는 왼손으로 책상을 짚더니 오른손을 길게 뻗어서 수북하게 쌓여진 책속에서 두 개의 카다록책을 빼낸다.

“자..보자....”

그렇게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내게 두 카다록의 한면씩을 접어서 동시에 내밀어 보여준다.

“형이 이 두 개만 구해오면 되!”

“어, 이 두 개?”

차혁씨가 내게 구해오라는 물건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온지 2년정도 되는 구형 휴대전화인데, 내 명의로 개통하고 가능하면 바로 내 전화와 친구 찾기로 연결해 오라고 한다. 또 하나의 물건은 연예인이나 리포터들이 몸에 차고 다니는 물건이다. 긴 선의 끝에 작은 고성능 마이크가 달려있는, 무선 마이크이다. 나는 즉시 전자상가를 뒤져서 그 두 물건을 구해왔다. 사무실에 서둘러 들어가 보니, 차혁씨는 점심도 거른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하식당 가서 밥 먹지 왜?”

“아냐. 형 급한 거잖아? 그치?”

차혁씨는 나를 보면서 또 다시 편한 미소를 보내준다. 그리고는 바로 내가 가져온 두 물건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한다. 먼저 무선마이크에서 마이크 부분만 잘라낸다. 그리고는 휴대전화를 다 분해해 버린다. 분해한 휴대전화에서 스피커와 마이크를 잘라버린다. 무선마이크에서 잘라낸 고성능 마이크 끝 부분에 알 수없는 부품 몇개를 붙이더니 그것을 휴대전화의 마이크 선쪽으로 연결하는 것 같다. 다음은 배터리이다. 휴대전화에 포함된 배터리 두 개를 병렬로 연결해서 전화기에 연결한다. 그리고는 휴대전화를 켜서 이런저런 설정을 한다. 다시 휴대전화를 끄더니 이제는 액정을 빼버리고, 버튼 부분도 몽땅 제거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자, 이제 됐다. 형만을 위한 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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