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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분위기에 좋은 공기.. 요양을 하기엔 딱 좋은 시골 마을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한 후 졸업과 취업 그리고 결혼생활까지 서울에서 살았던 20년의 세월을 포기하고 귀농을 결정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살면서 감기 한 번 앓아본 적 없는 내가 평소에 똑같은 출근을 하고 밤늦게 야근을 하고 귀가하던 도중 한 순간 정신이 핑 돈다는 느낌과 함께 쓰러졌고, 일어나니 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과로, 아내는 기왕 병원에 입원한 김에 정밀검사를 받아보자고 말했고 그 결과는 말 그대로 처참했다. 스트레스성 식도염에 간수치는 보통 사람의 몇 배로 높아져 있었고, 아주 살짝 이지만 고혈압도 있는 난 말 그대로 종합병동 그 자체였다.

아내는 의사에게 그 말을 듣자마자 펑펑 울었고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을 떠나자고 말했다. 난 지금 내 몸 상황이 어안이 벙벙해 그저 알겠다고 아내에게 답을 했고, 내 몸 상태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그리 슬퍼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못내 가슴이 아팠다.

“괜찮아..당신 말대로 시골 가서 좀 요양하고 그러면 괜찮겠지..”

“진짜 괜찮겠지...? 그치?”

“그래...”

“그나저나 애는 어쩌지..애까지 시골에 데려갈 순 없잖아..”

“애는 뭐..동생네 집에 내가 한 번 부탁해 볼게..”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된 귀농생활..아내는 내가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는 동안 밤낮없이 귀농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준비를 분주하게 했고, 내가 퇴원하고 나오니 이미 모든 일은 끝나 있었다.

서울 집 처리하는 문제부터 새로 살 집, 그리고 아이를 동생네 집에 맡기는 것까지 모든 문제는 처리되어 있었고 난 정말 내 몸 하나만 옮기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당신이 고생이 많았겠네..내 병간호에 준비까지..”

“고생은 무슨..당신 몸만 나으면 내가 뭐라도 못 하겠어..”

“그래..참 고마워..내가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난 건 축복이야..”

“됐네요...어서 몸이나 빨리 나아..요즘 모습 보면 안쓰러워 죽겠어..병원에 누워만 있어서 그런가..근육도 하나도 없고...”

“그러게...하하...내려가면 운동도 좀 하고 해야겠다..”

그렇게 시작된 강원도 홍천군에서의 전원주택 생활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퇴직금, 그리고 서울 집을 처분하고 남은 돈으로 집을 사고도 꽤나 많은 돈이 남았지만 당장 돈벌이가 없으니 언제 돈을 다 쓸지 모르니, 난 집 안에서 가끔씩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일을 하며 아내는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지어서 생활비에 보탰다.

시골생활이란 것이 그리 크게 돈 나갈 일이 많지 않다 보니 둘이서 부업 식으로 하는 일 정도로 생활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이나 부족함은 없었고, 아내와 나는 정말 어디 놀러온 것처럼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삼시세끼를 아내와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식사 후 아내와 함께하는 가벼운 산책 같은 어찌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그런 일들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왔고 아내도 지금의 생활이 무척이나 만족하며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어느새 이곳에 들어와 정착한 지도 5개월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부부들은 우리보다 20살 이상 많은 6,70대 부부들이 대부분이라 이웃들과 아직 서먹서먹하다는 것이었다.

아내도 나와 함께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말동무를 할 수 있는 친구가 꽤나 필요한 눈치였지만, 좀처럼 주위에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없어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있겠는가..그런 일이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어느 날,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두 달 전 노부부가 이사를 간 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왔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가진 30살의 남자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꽤나 잘 나가는 작가라고 말했고, 아내는 우리또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사람이 이사를 온 것에 대해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나 또한 또래의 부부가 이사를 오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아내의 말동무가 되어줄만한 사람이 이사를 왔다는 것은 충분히 환영할 만할 일이었다.

현석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이사를 온 후, 이 동네에 대해 잘 알지도 친한 사람도 없다 보니 우리 집에 자주 와서 이것저것 물어봤고, 텃밭에 자라던 농작물을 모두 수확하고 할 일이 없던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물론 나도 사람이다 보니 한 번씩 아내와 너무 친하게 사생활까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질투도 나긴 했지만, 때마침 프리로 하던 일이 꽤나 잘 풀려 갑자기 일이 많이 들어와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내줄 수도 없었고 아내도 현석을 꽤나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 내 성격이 워낙 소심하다 보니..그런 질투가 생겨도 속으로 그칠 뿐, 밖으로 드러내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 남자가 이사 온 지 한 달, 그리고 우리가 이사 온 지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처음 우리가 들어왔던 차가운 겨울에서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며 어느새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나의 워커홀릭 기질은 또 다시 발휘되며 프리로 하던 일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투자를 해야 하는 일로 변해 있었다.

아내는 처음 왔을 때가 좋았는데 왜 그리 일에 또 파고드냐며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라고 투정을 부렸지만, 워낙에 한 번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장을 봐야 되는 성격인데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조금 더 확실히 벌어놔야 된다는 생각에 아내를 설득했고 아내는 못내 서운해 하는 눈치였지만 내 고집을 알았기에 그저 건강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라고 말을 할 뿐이었다.

나 또한 아내와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좋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런 생활이 조금씩 지겨워지고 있기도 했고, 다시 돈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 서운한 아내의 마음을 알지만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쯤 아내는 나에게 토라져서 그런 것인지,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내가 말을 걸어주거나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없다보니 현석의 집에 가는 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한 달 전이었다면, 그런 아내의 모습에 질투가 들었겠지만 하고 있던 일이 점점 잘 풀려서 신이 나 있던 나에겐 오히려 아내가 집에 없어서 조용히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솔직히 말해 조금 더 좋게 느껴졌고 난 오로지 집에서 일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그런 내 모습 탓이었을까, 아내는 낮에 나가서 저녁 늦게 집에 오는 날들이 많아졌고 너무 오랜 시간 둘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다시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심한 탓에 바로 그런 내 기분을 아내에게 말할 순 없었고, 난 몇날 며칠을 참다가 아내가 일주일째 현석의 집에 놀러 갔다 온 늦은 저녁 아내에게 투정 부리는 아이처럼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고 말았다.

“또 늦네...”

“어? 어어..기다렸어? 저녁 먼저 먹지”

“아니..저녁은 먹었어...”

“잘했네..근데 왜 그래...? 기분 안 좋아?”

“아니..뭐...아냐....”

“뭔데...말해봐..응?”

“그냥...너무 자주 가는 게 아닌가 해서..”

“응? 아....현석씨 집? 왜 그래..신경 쓰여?”

“아니..신경 쓰이는 건 아니고..아니다..됐어..신경쓰지마..”

“뭐야..그렇게 말해 놓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

“됐대두...”

그 날의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아내는 그 날 저녁 나와의 대화 이후 부쩍 현석의 집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가더라도 그리 오랜 시간 머물지 않고 금방 오는 일도 많았고, 난 그런 아내의 모습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마음속에 있던 찝찝함이 사라진 것 같아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 비로소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마음 한 켠엔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인가라는 생각에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들긴 했지만..

그리고 이주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내일까지 보내줘야 하는 마지막 업무를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13시간 가까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했고 아내는 그런 나를 위해 내 방으로 식사를 갔다주었다.

나는 그런 아내의 배려 덕에 저녁9시가 돼서 비로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메일을 보내자마자 온 몸의 힘이 풀리며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뭐야..자?”

“어? 어어..아..힘이 쭉 빠지네..”

“욕실에 물 받아놨어..피곤해도 목욕하고 자..그래야 피로가 좀 풀리지”

“어어~알았어..고마워~ 여보”

“그래..”

난 아내의 볼에 살짝 뽀뽀를 하고는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 받아져 있는 따뜻한 물에 몸을 뉘였다.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따뜻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살며시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내 몸은 퉁퉁 불어 있었다.

지금 상태는 진짜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 것 같은 나른한 기분이라..이 기분에서 깨고 싶지 않아 난 얼른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곧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몸 전체에 전해지는 포근한 기운.. 아내는 이미 잠든 것인지 돌아누워 있었고, 나는 아내를 뒤에서 끌어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타는 목마름에 난 잠에서 깨었고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주방에 가서 물을 마시고 다시 침실로 들어와 누웠다. 그리고 아내를 안으려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마치 허공에 손을 휘젓는 기분..다시 한 번 아내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휘저었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고 그제야 눈을 떠 옆을 보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어딜 간 거지...”

그제야 조금씩 정신이 들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새벽 3시에 사라진 아내라니..난 이 시간에 아내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어디에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머릿속을 스치는 불안한 느낌.. 내 머리 속에는 현석의 집에 혹시 간건가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 불안함을 떨치고자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말도 안 돼..아내가 이 시간에 현석이 집에 왜 가..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부정하고 싶은 사실과 달리 이 시간에 갈 수 있을만한 곳은 현석의 집 외에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고, 난 그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1층과 2층 온 방 구석구석 아내를 찾아 다녔다.

그런 내 마음과 달리 아무리 찾아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떨리는 손으로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니 아내의 벨소리는 익숙한 그 곳, 우리의 침실에서 울리고 있었다.

‘뭐지..아니야....아닐 거야..’

휴대폰도 두고 사라진 아내.. 내 불안한 마음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현석의 집 외에 다른 곳은 생각이 나지 않았고, 난 간단히 옷을 입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십 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현석의 집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내내 무슨 일이 있어서 갔을 거야, 아니면 그 곳에 아내가 없을 거야라고 혼자 미친

사람처럼 중얼중얼 거리며 최면을 걸으며 걸어갔고 내 불안한 마음 때문에 얼마나 빨리 걸은 것인지 어느새 난 현석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집 앞에 도착하니 이 새벽에 아내가 이 집에 있냐고 물어보려니 무언가 이상했다. 아내가 현석의 집에 없으면 난 정말 이상한 미친놈이 되는 것이고, 설령 아내가 이 집에 있다고 해도 현석이 순순히 집에 아내가 있다고 말할 리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제야 난 무작정 현석의 집에 쳐들어온 게 후회가 됐지만 어쩌겠는가.. 여기까지 이미 왔는데..

난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고, 현석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현석의 집 앞에서 바보처럼 멍하니 서성였지만 도무지 괜찮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순 없었고,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던 와중 1층에 안방으로 보이는 곳의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은 커튼이 쳐져있지 않아 지금 정도로 구름이 없는 밤이라면 달빛에 안이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았고, 난 숨을 죽이고 천천히 안이 보일 정도의 거리로 접근했다.

가까이 갈수록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대고 있었고, 난 겨우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어느 정도 가까워오자 내 예상대로 달빛에 비춰 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그 곳엔 현석으로 보이는 남자와 한 여자가 같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아직 완전히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그 여자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힘들었고, 나는 설마 아내가 아니겠지라고 굳게 마음먹고 최대한 걸리지 않게 조심하며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갔다.

이 정도 거리면 얼굴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든 그 순간, 난 눈앞에 아내의 모습이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난 눈앞에 아내의 모습을 믿을 수 없어 눈을 두 번, 세 번 비비고 다시 안을 들여다봤지만 그건 분명히 아내의 모습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패닉이 오며 엄청난 분노가 치밀었지만 난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속 분노를 삭이며 다시 찬찬히 안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욱 세세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머릿속에 그린 것과 달리 아내와 현석은 정상적으로 옷을 입은 체로 침대에 앉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내가 잠시 착각한 거야..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그냥 무슨 일이 있어서..아니야..그런데 왜 하필 침대에서 이야길 하는 거지? 거실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잖아. 이 시간에..다른 남자의 침실에서...하아..씨발....’

최대한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나의 마음과 달리 이 시간에 다른 남자의 침실에 있는 아내의 모습이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다시 마음속으로는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 달리 눈앞의 상황을 보며 내 머리는 한없이 차갑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상사가 늘 하던 말이 인정머리도 없는 놈이었으니까.. 모든 걸 계산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내 앞에 놓여진 상황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내와 현석은 정말 무언가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고, 아무런 행동도 없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잠이 안 와서 그냥 놀러 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평**면 남녀 둘이서 새벽3시에 대화만 한다는 게 말이 되겠냐고 하겠지만 지금 내 눈앞에서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오기 전에 잠자리를 가졌든 안 가졌든 내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때 앉아있던 아내가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고, 난 본능적으로 아내가 집으로 올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숨어있던 수풀에서 조심히 빠져나가 미친 듯이 집으로 달려갔다.

얼마나 미친 듯이 뛰었던 것인지 집에 오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죽을 것 같았고, 온 몸엔 비 오듯이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난 숨 돌릴 틈도 없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했기에 서둘러 욕실에 들어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십 여분의 시간이 흐리고 멀리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내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더 가까워오던 아내의 발자국이 멈추고 안방 문이 열리고 아내가 들어왔고, 아내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 같았고 휴대폰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난 아까 아내에게 전화를 했었던 기억이 났고 자연스럽게 몸을 뒤척이는 척 하며 아내를 향해 돌아누우며 눈을 떴다.

“으음...왔어..?”

“어? 어어..”

“어디 갔다 왔어...아까 목말라서 깼다가 없길래..휴대폰도 안 들고 나가고..”

“아..아아....잠깐 잠도 안 오고.. 머리 아파서 근처에 산책 좀...”

“그랬구나...그래 얼른 자..”

난 아내의 거짓말에 순간 화가 났지만, 정말 아내와 현석 사이에 아무 일이 없었다면 그 시간에 현석의 집에 가서 대화만 하고 왔다는 걸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을 믿어줄 남편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아내는 눕자마자 피곤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고, 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6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자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고, 어느새 해는 중천에 뜬 지 오래..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주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릇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난 어젯밤의 일들이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정말...아무 일도 없었을까...없었겠지..지은이가..그럴 리가 없어..’

난 애써 어젯밤의 일들을 머릿속에서 떨쳐내려 노력했고, 마침 어제 일도 모두 끝내놓은 상태였기에 평소와 달리 하루 종일 아내와 붙어 있었다.

아내는 처음엔 갑자기 왜 이러냐며 당황하는 듯 했지만 계속해서 내가 곁을 떠나지 않고 붙어있으니 싫지는 않은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웃기만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밤이 찾아오고, 안정되어가던 내 마음은 다시 불안정해지며 잠이 와야 될 시간에 정신이 더욱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내 눈치를 살피는 듯 했고, 그럴수록 내 마음은 더 불안해져갔다.

그리고 둘 사이에 이어지는 오랜 시간의 침묵.. 그 침묵을 깬 건 아내였다.

“안 자..? 벌써 12시 넘었는데..”

“어? 어어..자야지...당신은?”

“나도 자야지...안자고 있으니 신경 쓰여서 그런지 잠이 안 오네..”

“그래? 나도 당신이 그러고 있어서...”

“그래? 그럼 얼른 같이 자자...”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아내는 책을 덮고 불은 끈 후 내 옆에 와서 누웠고, 나는 그런 아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아내의 체온 그리고 기분 좋은 향기에 내 마음은 다시 안정을 찾아갔고, 조금씩 졸음이 밀려왔다.

하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던 아주 작은 불안감에 나는 억지로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했고, 잠이 올 때마다 눈을 부릅뜨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아내는 그런 내가 불편한 지 계속 몸을 뒤척였고, 그런 아내의 뒤척임에 나도 잠이 들려다 깼다 반복하며 새벽3시가 넘어서야 아내와 나는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다시 오후..이번엔 아내도 나의 옆에 누워 잠들어 있었고, 내 곁에 누워 잠든 모습을 보니 무언가 안도감과 함께 이틀 전 있었던 그 날의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또 다시 찾아온 밤.. 오늘은 어제처럼 불안하지 않았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10시가 조금 넘어가자 졸음이 밀려와 난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취한 숙면에 아침이 되자 자동으로 눈이 떠졌고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아..정말 오랜만에 푹 잔 거 같아..”

“다행이네요..잠을 편하게 자야..좋은 거니..”

“그러게..”

그리고 5일이 지났다. 정확히 5일 전부터 난 밤 10시가 조금 지나면 졸음과 함께 잠에 빠져들었고, 5일이란 시간이 지나니 그게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잠이 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좀처럼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정말 그냥 갑자기 잠자는 패턴이 빨라진 것일까...

하루 종일 그 생각에 매달려도 좀처럼 답은 나오지 않았고, 어느새 다시 밤이 깊어오고 아내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평소와 같이 약과 함께 물을 가져와 테이블에 놓고 욕실로 들어갔다.

난 아무런 생각 없이 약을 입에 틀어넣고 물을 한 모금 마시는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물을 다시 토해냈다.

‘물맛이...’

난 뱉어낸 물 중 아주 미량을 다시 입에 넣어 맛을 보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평소에 먹던 물맛과 다른 맛이었고, 아내가 욕실에서 나오기 전 나는 서둘러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따라 맛을 봤다.

분명히 다른 맛..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일 뿐, 아직 확실한 사실은 없었기에 컵에 있는 물을 개수대에 버리고 다시 안방으로 와서 누웠다. 그리고 잠을 잘 것처럼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내가 나와 스킨로션을 바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제 침대에 눕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아내는 침대로 오지 않았다. 분명 지금쯤이면 침대에 누울 시간인데..

‘뭐지...’

불안한 느낌과 함께 난 눈을 뜨지 않고 계속 아내가 옆에 와서 눕기를 기다렸지만 아내는 눕지 않았고, 오히려 옷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옷을 갈아입다니.. 그 소리와 함께 내 머릿속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 정말 나를 재우고 현석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니..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참을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잠잠해지고, 아내가 내 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에 나는 자연스레 잠든 척 숨소리를 냈다. 아내는 그런 내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다시 점점 발걸음이 멀어졌고, 안 방문이 닫히는 소리에 난 감았던 눈을 떴다.

밤10시 40분

평소 10시가 조금 넘으면 잠이 들었는데 이 시간에 잠이 들지 않고 깨어있는 것이다.

결국 내 추측이었던 물맛이 이상한 것이 아내가 한 것이란 확신이 들며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에 난 온 몸이 떨려왔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는 현석의 집으로 향했다.

현석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 날도 아내가 현석과 몸을 섞었을 거란 생각, 지금도 현석과 그 짓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고 살면서 가장 빠른 걸음으로 난 어느새 현석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현석의 안 방..난 그 곳을 향해 수풀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올수록 오늘은 창문까지 열려져 있어 방 안의 모습이 더욱 더 선명하게 보였고, 그 곳에 내 예상대로 아내와 현석이 있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현석의 옆에 너무나 다정스런 모습으로 기대어 있는 아내 지은의 모습..

난 순간 눈에 불똥이 튄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마음 같아선 당장 저 안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고, 난 현석과 아내가 무슨 짓을 할 때까지 분노를 억누르며 기다렸다.

그 순간 들려오는 현석과 아내의 대화.. 창문이 열려져 있어 그때는 들리지 않았던 둘의 대화소리는 조용한 밤공기를 타고 내 귓가에 너무나 또렷이 들려오고 있었다.

“남편을 또 재우고 오는 길이에요...?”

“네에...현석씨가 준 그 약초 달인 물.. 잘 듣네요..”

“하하..그렇군요...내가 지은씨한테 몹쓸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남편한테 미안할까봐..”

“미안....미안하죠..그렇지만 미안보다 원망스러워요...난 평생을 남편을 위해 살았는데..이제 이 곳에 정착하면 정말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은 다시 일...일이 우선이에요...난 내가 우선이고 싶은데...”

“하아...답답하네요..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지은씨를 두고...”

“그런 말 하지 마요..난 그냥 배도 나오고..애도 있는 40살의 유부녀일 뿐인걸요..”

“하하..누가 그렇게 믿을까요..아직 이렇게 몸매도 예쁘고..너무도 사랑스러운 지은씨가 40살의 유부녀란 사실을...”

“정말...그렇게 생각해요....?”

“그럼요...아니면 매일 밤 이렇게 지은씨와 사랑을 나누겠어요..”

“현석씨....”

“사랑해요..지은씨...”

그 말과 함께 현석은 아내에게 너무나 진한 딥키스를 하며 아내를 침대에 눕혔다.

난 아내와 현석의 대화를 들으며 이미 가득 차 있던 분노는 모두 사그라들고, 그것이 모조리 나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며 눈앞에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아내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 내가 자초한 일.. 내 잘못 때문이었다니..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고, 아내의 마음은 이미 현석에게 흔들리고 있는 걸로 보였다. 아니.. 이미 현석에게 가있는 듯 했다.

지금 내가 현석과 아내에게 뛰어든다면 아내는 날 버리고 그대로 현석에게 가 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순간 강하게 엄습해 왔고, 그로 인해 난 눈앞에서 벌어지는 아내와 현석의 섹스를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아...어떻게 이런 일이....’

아내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를 퍼붓던 현석은 천천히 아내의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벗겼고, 능숙하게 브래지어와 팬티도 단 번에 벗겨냈다.

순식간에 아내는 현석의 앞에서 알몸이 되어버렸고, 현석은 아내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하아..현석씨...나 불안해요...점점 당신한테 빠져들면 어쩌죠...”

“그럼...마음 가는 데로 하면 되죠..”

“안 돼..나에겐 남편이...”

“하아...지은씨..당신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아요..난 당신을 사랑하지만..당신이 남편을 떠나지 못한다면..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내 옆에 있어줘도 돼요..”

“모르겠어요..어떻게 해야 할지..하아...정말..하아..”

“그럴 땐 감정에 충실해요..지금 감정에...”

“하아....나....지금은 그냥 현석씨가 좋아요..”

부정하고 싶은 현실..아내의 입에서 나온 현석이 좋다는 말에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 했다. 그저 아직은 내 곁에서 떠날 수 없다는 말에 작은 위로를 받을 뿐...

한참을 아내의 가슴을 어루만지던 현석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아내의 다리 사이로 머리가 사라졌고 아내의 그 곳을 강하게 자극하는 듯 했다.

아내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강한 자극에 허리가 휘어지며 고개를 살짝 들고 신음을 흘렸다.

“하아...하으으읍....!”

처음 들어보는 듯한 너무나 야릇한 아내의 신음소리..

분명 눈앞에서 아내가 범해지는 상황에 화가 나야 정상일 텐데 그 야릇한 신음소리에 내 몸은 이상하게 달아올랐다.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계속된 자극에 아내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현석의 머리를 붙잡고 계속 몸을 배배 꼬았고, 한참을 아내의 그 곳을 자극하던 현석은 옷을 한 번에 모두 벗고는 아내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 커다란 자지를 아내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흐으윽.....!”

아내는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고, 완전히 아내의 보지 속으로 밀려들어간 현석의 자지가 천천히 찔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하아...하으으읍...!”

아내는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참지 않고 달뜬 신음소리를 계속 흘렸고, 현석은 아내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둘은 누가 봐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커플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교감을 나누고 있었고, 난 그런 모습에 질투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저 자리가 내 자리인데.. 당장이라도 현석을 밀어내고 내가 아내와 섹스를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아내의 위에서 사랑을 나누던 현석은 자세를 바꾸어 현석이 침대에 누웠고, 아내는 현석의 위로 올라가 자신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현석의 자지를 잡아 단 번에 자신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으으윽!”

“흐으으읍....!”

아내와 현석의 신음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섞여 밤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고, 마치 그게 신호인 듯 아내는 뽀얗고 탐스러운 가슴을 출렁거리면서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아흐으윽~ 하아...하아...하아윽...”

달빛에 비춰 알몸으로 다른 남자의 위에서 몸을 흔들어대는 아내의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일만큼 섹시하고 아름다웠고 어느새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어 흔들어대던 내 손엔 끈적한 정액이 흘러나와 묻어 있었다.

“하아..하아.....하아..현석씨..사랑해요...너무 좋아..하아..”

“나도..나도..지은씨가 좋아요..지은씨..좋아요...하아..”

둘은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누워 있던 현석이 일어나 다시 아내와 진한 입맞춤을 나누었고, 현석은 아내를 무릎을 꿇리고 뒷치기 자세로 만들었다.

현석은 그런 아내의 엉덩이를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나 또한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멍하니 달빛에 비춰 아내의 흘러나온 애액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뽀얀 엉덩이를 넋을 놓고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내의 신음소리..

“하으으윽...!”

현석은 아내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단 번에 아내의 보지 깊숙이 자지를 밀어 넣었고, 아내는 순간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현석에게 뒤에서 범해지는 아내의 모습은 너무나 야릇했고, 내 자지는 또 한 번 발기하며 내 손을 자지를 문지르고 있었다.

보름달이 너무 환하게 떠서 그런 것일까..

현석이 넣었다 뺄 때마다 아내의 출렁이는 뽀얀 가슴, 현석에게 꽉 붙잡혀진 체로 움찔움찔 거리는 탐스러운 엉덩이.. 그리고 현석의 자지가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한 번씩 살짝 보이는 아내의 보짓살까지..

“하아..하아...하아...하아..현석씨..하아..”

“하아..이제..이제 나와요..하아..”

“현석씨..하으윽...!!”

“지은씨..!!”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더욱 더 빨라지던 현석의 몸놀림은 어느 순간 멈추며 아내의 엉덩이에 완전히 몸이 밀착해 있었고, 잠시 후 현석의 몸이 떨어지며 아내의 보지에선 끈적한 현석의 정액이 흘러 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같이 절정을 맞았고, 내 손에는 또 다시 흘러나온 나의 정액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아내와 현석은 한 번의 섹스가 끝나고 침대에 누워 다시 진한 키스를 나누며, 현석은 아내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서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잠시 후 아내와 현석이 또 한 번의 섹스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고, 도저히 또 한 번 그 모습은 볼 수 없을 거 같아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 정액으로 젖은 바지와 팬티를 벗고 축 처진 내 자지를 보니 순간 자괴감과 함께 엄청난 상실감이 밀려왔다.

왜 이렇게 되버린 것일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한참을 울고 나서야 비로소 눈물은 멈췄고,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와 아무렇지 않게 침대에 누우니 모든 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란 사실이 더욱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해보려 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고, 1분 1초란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아내는 언제쯤 집에 올까.. 갑자기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보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울었을까..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난 미친 사람처럼 침대에서 일어나 아내를 향해 달려가 아내를 안았다.

“여보....”

“지은아...지은아 내가 잘못했어..흐흑...내가 못난 놈이라서 그래.. 나 안 떠날 거지? 그치? 그럴 거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내는 너무나 당황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난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들 그리고 오늘 일까지 모두 아내에게 털어놨다.

내 이야기를 들으며 아내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처음엔 너무나 당황스럽고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엔 너무나 차분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그럼...당신이 원하는 게 뭐야...당신 원하는 데로 해줄게..”

“그게 무슨 소리야..지은아...나 원하는 거 없어..나 너 많이 사랑하는 거 알잖아..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나랑 현석씨가 하는 것까지 다 봤다며..근데 그게 이해가 돼? 참고 살 수 있어??”

“어..당연하지....나 떠나지마..안 그럴 거지? 현석이랑 계속 봐도 돼..상관없어..그런 거..그냥...그냥 내 옆에만 있어주면...”

“정말...상관없다는 말이야...?”

순간 아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멸에 가득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그 말뿐이었다. 난 정말 아내가 내 곁을 떠난다는 게 너무나 두려웠으니까..

“그 말 책임져...”

“그럼..내가 한 말인데...”

그리고 그 날 이후 아내와 나는 다시 아무런 문제없이 예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내는 다시 나에게 너무나 사랑스럽고 다정한 아내였고 그런 아내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다.

단, 밤 10시가 되면 아내는 매일매일 현석의 집으로 향하곤 했다. 나에게 잘 자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잘 자 여보..좋은 꿈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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