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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처음 그녀의 눈물은 어쩌면 “슬픔의 눈물”이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은 후의 눈물은 아니다. 같은 액체처럼 보이지만 성분이 다르다. 그 눈물은 “행복의 눈물”이었다. 처음으로 여자의 눈물에 나도 감동을 받았다. 내 손이 그녀의 손과 함께 배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더 이상 눈물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본다.

“미안해요...고마워요...사랑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했던 세 가지 서술어와 동일하다. 그 말들이 귀가 아닌 내 가슴 깊은 곳 마음에 꽂힌다. 찌릿하다. 쾌감이나 흥분의 짜릿함이 아니다. 심장 부근을 전기충격 준 듯 찌릿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그랬던 나도 그녀의 짧은 대답을 알아들었다.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다.

그녀 안에 있는 새 생명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당신에게 연락 안 해서 미안해요...]

 [당신 아기 인정해서 고마워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내가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른 눈물 자국을 닦는다. 그녀의 눈과 내 눈이 서로의 마음을 읽듯 마주본다. “행복의 눈물”이 멈추었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나를 부른다. 난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에 입맞춤한다.

그녀가 눈을 감는다.

“할짝...할짝...쪼옥...쪽쪽...쪽쪽쪽...”

 “아...”

내 입술이 그녀의 눈물을 핥는다.

눈에 뽀뽀를 한다. 눈물로 얼룩진 화장도 상관없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듯 핥고 “쪽쪽”거리며 뽀뽀했다. 내 입술이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내 혀가 기습을 펼쳤다. 기습은 실패했다. 그녀도 내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혀와 내 혀가 전투를 벌인다.

우리는 서로의 혀를 물고 빨았다.

“쭈웁...쭙...쪼오옵...”

 “아...쭈웁...쭙쭙...당신...”

전투는 무승부였다.

두 사람 모두 너무 뜨거운 무기를 소지했다. 서로의 무기가 부딪혀 녹아버렸다. 그녀는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내 목을 감싼다. 배고픔을 서로의 타액으로 달래려는 듯 탐한다. 한 손은 그녀와 내 소중한 아기를 품은 배를 쓰다듬는다.

우리의 입맞춤은 방해꾼 때문에 멈췄다.

똑똑...

“사장님...식사 가져왔습니다.”

 “어...들어와.”

나와 그녀는 노크소리는 듣지 못했다.

지배인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입술은 떨어졌다. 자리를 옮기지는 않았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지배인에게 대답한다.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던 지배인은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내가 그녀와 나란히 앉은 것을 보고 약간 당황하다가 표정을 수습한다.

지배인을 따라 여직원이 음식을 들고 들어온다.

“지배인...인사해. 내 아내 최미경...”

 “네? 안녕하세요. 사모님! 우리 일식 지배인 최광민입니다.”

그녀도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내 소개가 그녀와 지배인 그리고 뒤에 따라온 여직원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지배인은 역시 처세술이 능한 인물이다. 그녀의 신분을 알고 바로 허리를 굽힌다. 여직원은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님을 아는지 조용히 시립해서 대기한다. 그녀는 나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배인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최미경이라고 해요.”

그녀는 앉은 자세에서 인사를 받았지만, 거만해보이지 않았다. 말투에서 느껴지는 귀품까지 느껴졌다. 그녀는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나도 왜 그녀를 “아내”라고 소개했는지 모르겠다. 내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함께 사는 경화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지배인은 경화를 알고 있다. 경화와 수경 모두 일식집을 다녀갔었다. 그녀들은 “애인”으로 소개했었다. “애인(愛人)”과 “아내”는 다르다. 경화와 수경이 내 아이를 임신하면 그녀들도 내 “아내”가 될지도 모르겠다.

“미스 최...그거 이쪽으로 주고 너도 인사해라.”

그녀는 테이블로 다가와 무릎 꿇고 앉는다.

점심 특별정식 두 접시를 담은 쟁반을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차린다. 세팅을 한 후 일어나 허리 숙여 미경에게 인사한다. 미경은 그녀를 찬찬히 본다. 내 주변에 머무는 여자를 약간 경계하는 눈빛이다. 이 순간에도 질투를 하는 그녀는 역시 여자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VIP룸 담당 최현미 인사드려요.”

 “안녕하세요. 최현미씨...반가워요.”

 “자...나가서 일들 봐...우리는 배가 고파서...”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맛있게 드세요.”

지배인과 미스 최가 나가고 문이 닫힌다.

“아얏...왜?”

 “놀랬잖아요. 갑자기...”

그녀가 눈을 살짝 흘기며 나를 꼬집었다. 나는 웃음으로 응수했다.

“하하...그럼 뭐라고 소개해? 내 아이의 엄마라고 해?”

 “흥! 못됐어...정말...사람 놀리고...”

 “기분은 좋았잖아...아냐?”

 “그야...좋았어요. 누군가의 아내로 소개된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그녀가 내 팔짱을 끼며 어깨에 기댄다.

“밥 먹자. 얘기는 천천히 하고...많이 먹어야 튼튼한 아기를 낳지.”

 “정말 나랑 결혼할 생각이에요?”

 “음...지금 답해야 돼?”

 “아니요. 아기 때문이라면...”

 “천천히 생각하자. 먹어. 맛있어. 몇 주 됐어?”

결혼은 아직 내게 부담스럽다. “아내”라는 소개가 그녀에게 어떤 기대와 당황스런 감정을 불러온 듯하다. 내게 부담은 주기 싫은 것 같다. 아기 때문에 발목 잡아 결혼하기는 싫다는 간접표현이다. 나도 결정을 못 내리겠다. 그래서 화제를 돌렸다.

“피...바람둥이! 계산해 봐요.”

 “응? 아! 맞다. 한 방에 성공시켰네. 하하하! 그럼 보자...12주?”

 “맞아요. 맛있네요. 얌얌...당신 늦어서...우리 아기도 굶었잖아요.”

 “미안...미안...부족하면 말해. 뭐 더 먹고 싶은 것은 없어?”

 “후루룹...으음...생각나면 말할게요. 당신도 먹어요.”

난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며 식사를 멈췄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이래서 인간들이 기를 쓰고 “결혼”해서 애를 낳으려고 하는 것일까? 처음 느껴보는 충만감이다. 경화와 미영이 함께 살면서 “가족”이 주는 행복은 느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또 다르다.

나는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린다.

“많이 먹어. 아빠가 등골이 휘도록 돈 벌어서 많이 사줄게...”

 “호호...당신 등골이 왜 휘는데? 딴 여자에게 힘쓴다고...”

 “어허...아기 듣는데...좋은 말만해. 울다가 웃으면 어찌 된다고?”

 “피...불리하면 딴 데로 말 돌리고...알았어.”

그녀는 나를 찾아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다.

‘여전하네...’

처음에는 내게 존대를 했는데, 내가 “아기”를 인정해주고 기뻐하는 모습에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예전 관계를 가질 때도 성교 후 어느 순간 말을 놓았었다. 반말이 싫은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편하고 좋다. 한 손은 초밥을 입에 넣으며 다른 손은 여전히 그녀의 배를 만진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묻는다.

“쩝쩝...지금 어디서 살아?”

 “짭짭...왜? 함께 살자고?”

 “싫어?”

 “함께 사는 여자 있다며? 두 집 살림하게...그건 싫은데...”

그녀는 내가 말했던 경화를 기억하고 말한다.

나는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문제가 좀 있다. 경화를 이해시키는 것은 가장 쉽다. 그녀는 무엇이든 내가 결정하면 따른다. 경화 딸 미영에게 설명하기가 좀 복잡하다.

미경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담보로 억지로 나와 결혼하기는 싫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이 다른 여자들과 나를 나눠 갖는 것까지 인정한다는 말은 아니다.

두 집 살림이 싫다는 것이 그런 의미처럼 들린다.

“그럼? 다 같이 사는 방법은?”

 “싫어...다 가질 수는 없어. 한 쪽은 포기해. 나와 아이를 포기해도 원망하지 않아. 아이는 혼자서도 잘 키울 거니까.”

그녀의 말은 경화를 포기하라는 말로 들린다.

경화와 딸 미영에게 정(情)이 들었다. 경화는 “사랑하는 여자”다. 미경을 속이고 경화와 두 집 살림을 할 수도 있다. 그러고 싶지 않다. 모두 함께 살고 싶다. 내 욕심일 수도 있다. 미경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다.

“날 사랑하니?”

 “당연.”

 “예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 사랑에 크고 작음은 없어. 난 공평하게 모두 사랑할거야. 물론 앞으로 그 사랑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장담은 못해. 동거녀 외에도 애인은 더 있어. 지금도 좋아? 내가 어떤 놈인지는 너도 알잖아.”

 “하지만...아이에게 좋지 않아.”

그녀는 아이를 무기로 삼았다.

내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아이를 핑계로 내세웠다. 나도 어른인 경화와 미경보다 아이들이 걱정이다. 미영과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꼭 엄마와 아빠가 하나씩 존재하는 보통 평범한 가정이 좋은 것인가? 그녀들을 설득할 말보다 아이들을 이해시킬 말들이 더 고민스럽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여러 명인 것이 좋은 점도 많을 것 같다.

욕망이 모든 상황을 내 기준으로 합리화한다. 아이들과 그녀들의 엄마의 의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내가 남을 그렇게 배려하는 놈은 아니다. “먹고 싶은 여자”를 따먹기 전에 작업성으로 친절하게 배려한다. 사업상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가식적으로 배려를 한다.

나도 아이들을 무기로 억지 공격을 했다.

“아이들에게 좋을 수 있어. 형제가 있어서 외롭지 않잖아.”

 “잠깐! 아이들? 같이 사는 여자에게 아이가 있어?”

 “응!”

 “당신 딸은 아니지?”

 “말 안했었나? 11살 미영이라고 귀여운 딸이지. 친딸과 마찬가지야.”

 “더 안 돼. 지금은 어려서 몰라도 크면서 혼란스럽고 힘들어할 거야.”

그녀도 나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그럼 아이들 호적은?”

그녀는 내게 찾아오기 전에 고민했던 것을 털어놓는다.

미영이를 몰랐을 때는 나와 결혼한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였다. 이제 복잡해졌다. 미영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누구 호적에 올리느냐만 문제가 아니다. 함께 산다면 미영의 문제도 걸린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다. 미영의 법적 아버지는 아직 “정용걸”이다.

실종신고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망에 간주할 수 있다.

경화도 나도 함께 살고 사랑하는 것에만 생각했다. 아이의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사악하고 나쁜 놈이다. 내 호적은 깨끗한 상태다. 법적으로 미혼이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아직도 더 향유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미경이 그 문제를 끄집어내 나를 공격해왔다.

“호적법 바꿨잖아. 그냥 엄마 앞으로 올려. 그래도 내 아이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당신...너무 이기적이야.”

 “그럼 일부다처(一夫多妻)제 나라에 가서 합동결혼식이라도 올릴까?”

내가 농담에 그녀의 기분이 좀 풀린 듯 농담으로 받아친다.

“흥! 바람둥이...애인 말고 또 더 숨겨둔 자식은 없어?”

 “모르지. 일찍 쳤던 사고들 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면 20살이 넘었을까?”

 “못 말려. 정말 같이 살고 싶어? 아이들도 문제지만, 불편할 거 같아. 차라리 그냥 두 집 살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게 당신도 더 자유스럽고 좋겠지?”

 “아니...싫어. 가족이라는 소속감과 안락함은 한 곳에서 느끼고 싶어. 밖에서 아무리 내가 많은 여자를 만나도...돌아가야 할 곳은 하나의 집이었으면 좋겠어.”

내 억지스러운 말에 그녀가 항복의 기를 들었다.

“천천히 생각해. 당장 함께 살 것도 아닌데...당신 다시 만나 좋은 기분 다 망칠 것 같아. 그만해요.”

 “난 결론내고 싶어. 경화를 부를게...만나 봐.”

 “다른 날 만나. 첫 만남에 싸우고 싶지 않아.”

 “좋은 여자야. 난 당신들이 친했으면 좋겠어.”

 “친해지기 힘들지 않을까?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잖아. 이웃사촌도 아니고...”

그녀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남은 음식을 끄적거린다.

“두려워?”

 “조금...”

 “왜?”

 “왠지 그녀가 본부인이고 내가 첩이 된 느낌...”

 “그런 말이 하지 마! 내가 그랬잖아. 똑같이 사랑한다고...”

 “그래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했다. 미경이 내 핸드폰을 뺏으려 하며 내게 부탁한다. 경화를 만나기 좀 부담스러운 듯하다.

“나중에...제발...”

수화기 너머에서 경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침에 헤어졌는데 점심시간에 전화한 내가 반가운 듯 밝은 음성이다.

 [여보세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응. 당신이 만날 사람이 있어서 일식집으로 지금 올래.”

[지금이요? 네...빨리 가야 해요?]

“천천히 와도 돼. 대신 예쁘게 하고 나와.”

[1시간 내로 갈게요.]

“응. 끊어.”

[나중에 봐요. 먼저 끊어요.]

나와 경화의 통화를 대충 들으며 미경은 심통이 난 얼굴이다.

나는 일부러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통화했다. “예쁘게 하고 나와.”라는 말도 그녀를 삐지게 만들었다. 살짝 토라진 모습이 귀여워 그녀의 배를 만지며 말했다.

“아가야...엄마 삐졌다. 너는 엄마 닮으면 안 된다.”

 “흥...아가야. 아빠는 바람둥이야. 너는 절대로 아빠 닮으면 안 된다.”

그녀가 그대로 내게 복수한다.

“하하하...”

 “붸...나쁜 사람...”

귀여운 여인이다.

어쩌면 남자들이 원하는 “아내”는 미경 같은 여자다. 낮에는 현숙하며 애교도 있지만, 밤에는 색기가 넘치는 여인을 남자들은 꿈꾼다. “현모양처”와 “요부”를 넘나드는 여자가 바로 그녀다.

“더 안 먹어?”

 “입맛이 없어요.”

 “음료 뭐 시켜줄까? 과일 먹을래?”

 “됐어요.”

거짓말이다.

나와 싸우는 중에도 점심 특별정식을 거의 다 먹었다. 내 접시에 담긴 몇 가지 초밥과 튀김을 더 먹은 것을 셈하면 일인분 이상 먹었다. 여성들은 보통 반 이상 먹는 사람이 드물다. 내숭인지 식사량이 적은지 몰라도 여자들은 그렇다. 그에 비하면 그녀는 많이 먹었다. 그러나 그녀는 뚱뚱하지 않다.

임신한 것도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아직 출산 경험도 없고 몸매관리를 잘해서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20대 수경이와 비슷한 육체미를 과시하는 여자다. 말해 놓고 무안한지 배를 만지며 화제를 돌린다.

“경화씨 몇 살?”

 “서른다섯.”

 “예뻐?”

 “아마도...”

 “나보다?”

 “음...비슷해. 몸매는 당신이 조금 더 나이스 해.”

내가 그녀의 몸매를 칭찬하자 므흣한 표정으로 웃는다. 금방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본다.

“바람둥이...이제 배 불러오면...몸매도 경화에게 밀리잖아.”

 “응? 하하...그렇게 되나? 괜찮아. 당신 배가 불러와도 예쁠 거야.”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일단 분위기를 위해 최대한 비행기를 태워야한다. 1시간 동안 미경을 좋은 기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경화는 함께 살자고 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미경의 생각만 바꾸면 된다. 아이들은 천천히 살면서 이해시킬 수밖에 없다. 미영에게 동생이 생기면 좋아할 것 같다.

그녀들과 함께 사는 것이 해결되면 경화에게도 원하고 싶다.

내 아이...

경화와 사이에서도 내 아이를 낳고 싶다. 수경은 물어보는 것이 겁난다. 아마 그녀도 내 아이를 원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여인들 중 가장 오래 내 곁에 있었던 그녀다. 언제든지 떠나보내기 위해 내가 그녀의 임신을 거부했다. 두 집이 합치는 것도 이렇게 난항(難航)인데...세 집이 합칠 것은 전쟁(戰爭)이 될 것이다.

세계 3차 대전보다 더 두렵다.

가장 내 아이를 낳아주었으면 바라는 여자는 어쩌면 미숙누나다. 그건 안 될 일이다. 누나의 나이는 괜찮다. 요즘 여자들로 비교해도 노산은 아니다. 자형과 내년쯤에 이혼할 예정이다. 희수는 이미 알고 있어서, 대수의 대학입시만 끝나면 헤어질 모양이다.

그러나 나와 함께 살수 없다.

‘누나...’

그녀가 아이를 낳아도 난 떳떳하게 아이 아빠로 나설 수도 없다. 내가 손가락질 받는 것은 참을 수 있다. 누나와 내 아이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어쩌면 내 사랑은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미숙누나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여자들에게 말할 수는 없다. 누나와 사랑 그 자체가 비밀이다. 그녀들이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도 이 사랑은 차원이 다른 “사랑”이다.

금단(禁斷)의 사랑...근친상간(近親相姦)

이 사회에서 “사랑”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누나의 딸 희수도 있다. 그녀는 아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지난여름의 내 행동이 약간 후회된다. 모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다. 그래서 더 “슬픈 사랑”이다. 누나의 임신한 모습을 상상하던 내 상념을 미경이 깨웠다.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쌍둥이면 좋겠다.”

 “어...욕심도 많아. 그리고 재주도 좋아. 호호!”

 “무슨 말이야? 설마? 맞아? 그런 거야?”

 “붸~당황하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김새네...그렇게 좋아?”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강남대로에 나가 소리치고 싶을 정도다. 6개월 좀 지나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기뻐서 미치겠다. 그녀를 업어주고 싶다. 참는다. 그녀의 배속에는 소중한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 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는다.

“쌍둥이들! 아빠가 늦게 알아서 미안...당신 더 먹어야지. 뭐 먹고 싶어?”

 “호호...너무 오버에요. 지금 먹은 것으로 충분해요. 갑자기 밤에 뭐가 먹고 싶을지는 모르지만...호호!”

 “언제든지 말만 하세요. 마님! 쇤네가 대령하겠나이다.”

 “하하하...당신...호호호...너무...웃겨.”

 “너무 심하게 웃지 마. 애들 머리 울리겠다.”

 “또 오버...바람둥이 아빠가 너희들에게는 꼼짝을 못하는구나. 호호호!”

 “제발...애들 앞에서 그 바람둥이 소리 좀...”

 “알았어요. 조심할게. 얼굴 펴...아이잉...”

내가 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가 꼬리를 내리고 애교를 떤다. 내가 말했잖은가....이 여자의 주 무기는 낮에는 애교(愛嬌), 밤에는 색(色)기(氣)라고...날 꼼짝 못하게 만드는 묘한 카리스마가 늘어난 듯하다. 처음 날 유혹하던 청순한 그녀는 사라졌다. 처음 관계를 가졌던 밤의 색정적인 그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여보...오...화내면 애들이 무서워해...응? 아이...”

아이를 임신한 후 더 나를 쉽게 잡아먹을 듯하다.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완전한 포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를 그녀의 애교공격에서 살려준 것은 이 방에 들어온 후 두 번째 들은 노크 소리다.

똑똑...

“사장님! 손님 모셔왔습니다.”

 “들어와.”

문이 열린다.

붉은색 원피스를 타이트하게 입은 여성이 서 있다.

검은 색 망사스타킹이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있다. 전체적으로 섹시하다. 헤어는 말아서 머리 위로 틀어 올렸는데,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얼굴은 배우 “이영애”를 담았다. “친절한 경화씨”가 등장했다.

내게 애교를 떨던 미경도 잠시 말을 잊었다. 여자가 봐도 예쁜 얼굴이다. 몸매도 자신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바디라인을 가졌다.

미경은 경화를 보고 위기의식을 느꼈다.

나이는 자신보다 2살 어리고, 내가 우위에 있다고 칭찬한 몸매도 차이가 거의 없다. 그녀는 쌍둥이를 때문에 배가 불러올 것이다. 아이를 낳고 나면 점점 그녀보다 육체적 매력이 떨어질까 자신이 없어졌다. 11살짜리 딸을 낳은 여자의 몸매가 아니다.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얼굴에서 청순한 아름다움이 넘친다.

경화도 미경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낯선 여인이 나와 함께 앉아있다. 내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수경은 한번 만난 적도 있다. 수경이 더 젊지만 그녀에게 없는 매력이 자신에게는 있다. 낯선 여인은 여자가 봐도 알 수 없는 기품과 카리스마, 또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앉아있는 자태에서 강한 포스를 발산한다.

두 여자는 서로에게 강한 질투심을 가졌다.

위험하다.

나는 두 여자 사이의 묘한 기류를 읽었다.

“앉아. 당신 밥은 먹었어?”

 “네...아침을 조금 늦게 먹었어요.”

 “지배인...내가 마시는 차(茶)하고, 오렌지 주스 두 잔, 조각 케이크 좀...빨리.”

잠시 대기 중이던 지배인은 내 눈치를 보고 사라진다.

방안에 냉기류가 흐른다.

일단 내 자리부터 옮겼다. 미경과 나란히 앉은 나 때문에 더 험악한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삼각형 구도가 되는 자리로 옮겼다. 경화는 평소 밖에서 다른 여자들 후리고 다녀도 별 말 없었다. 처음은 “노예계약”처럼 시작된 관계여서...경화는 나를 구속(拘束)할 “권리도 의지”도 없었다. 지금은 “가족”같은 관계로 변했다.

경화의 질투심은 나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감정이다.

“서로 인사해. 나와 함께 사는 김경화...내 아이의 엄마 최미경...”

 “안녕하세요. 최미경이에요.”

 “안녕하...뭐라고요? 당신 아이?”

경화는 인사를 마치지 못했다.

미경이 듣지 못하게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맞아. 내 아이. 넌 무조건 내말을 따라야해. 왜 그런지는 설명 안 해도 알지? 오늘 너무 섹시해. 후...지금 널 따먹고 싶을 정도로...자신감을 가져. 미경도 내 여자 중 하나일 뿐이야. 이제 인사를 마쳐야지. 쪼옥...”

경화의 귀에 속삭임을 마치고 살짝 귓불을 빨아준다.

경화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오른다. 일련의 내 행동이 못 마땅한지 미경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미경은 나와 경화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고 질투 났다.

“죄송해요. 초면에 실례를 했어요. 안녕하세요. 김경화에요.”

 “미경이 두 살 언니야. 경화야...안 믿겨지지? 임산부니까 대화는 조용히...고운 말 바른말만 쓰자.”

내가 자신의 나이를 밝혀서 미경은 또 화난 표정이다. 나이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지금 결코 이득이 없다. 곧 늙어서 여자로써 매력이 경화보다 더 빨리 사라진다고 들렸다. 나는 그녀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곁눈질로 본 경화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틀린 말이야? 네가 두 살 많잖아. 쪽...하지만 당신이 더 세련되고 젊어 보여. 섹시해. 후...지금 널 따먹고 싶을 정도로...쭙쭙...자신감을 가져. 경화도 내 여자 중 하나일 뿐이야. 쪼옥...무조건 내말에 찬성해. 후우...쭈웁...”

경화 때보다 천천히 속삭여서 더 오래 걸렸다. 마지막에 귀구멍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귓불도 얘기 중간 중간에 “쪽쪽”거리며 빨아서 자극했다. 경화도 미경의 조금 전과 거의 비슷한 반응이다.

두 여자가 상대방이 나와 대화에서 들은 소리는 그 “쪽쪽”이 전부다. 일부러 두 사람 모두 듣는 곳에서 말하지 않고 속삭였다.

질투심이 더 커져서 약간의 악영향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경화야. 미경과 얘기 중이었는데...본론부터 말할게. 함께 살고 싶어. 내 생각은 어때?”

 “네? 함께요? 그건...”

 “미경이 배가 점점 불러올 거야. 두 집 살림하면...내가 집에 들어가는 날이 점점 더 줄어들 거야.”

 “그건 싫어요. 좋아요. 당신 말에 따를게요.”

 “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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