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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신청 할 생각을 하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일하다가 어쩌다 눈 마주치면 활짝 웃고 귀가시간이 가까워지면 자꾸 시계를 보고 날 쳐다보는 그 애를 보면서

제대로 해보자 부딫혀 보자는 자신감이 생겼고 결심을 단단히 굳혔음.

같이 귀가하면서 언제 날잡아서 같이 쉬지 않을래?라고 슬쩍 물어보니 왜? 라고 되묻는 그애...

잠깐 쫄았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고 그냥 영화라도 같이 볼까 싶어서.. 라고 대답하니까 눈을 반짝이면서 언제? 언제? 이럼. ㅋㅋ

이 알바의 휴일 시스템은 다음주에 쉬고 싶은 날이 있으면 미리 지정이 가능했고 점장이 스케쥴을 조정하는 식이었음.

물론 그애랑 나는 일하는 파트가 완전히 다르니까 손쉽게 날짜를 맞추는게 가능했음.

솔직히 그때는 다들 나랑 그애를 은근슬쩍 반커플 취급하는 분위기가 좀 있어서 쉬는날을 맞추면 너무 티가나니 좀 부끄러웠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부끄럼 따윈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음.

그애는 기대하는 마음을 숨길줄을 몰랐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쿨하던 애가 말 그대로 애가 되버리다니...

그렇다보니 한편으로는 내가 고등학생을 건드려도 되는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좀 했었음.

하지만 이건 정말 나한테만 그랬고 보통 일할때는 여전히 도도한 모습이 유지가 되는거 보면 신기하기도 했음.

그만큼 나는 정말 믿었다는 소리기도 했지만...

여하튼 운명의 그날이 다가 왔고 나는 못생겼지만 나름 노력을 해서 그나마 좀 멀쩡해 보이게 차려 입고 나감.

동네 근처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했고 먼저 나가서 기다리는데 긴장이 엄청 되더라고... 거의 맨날 보는 앤데 긴장될게 뭐 있냐 싶지만 그때는 그랬음.

여튼 멀리서 오빠!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보니

진짜 미친듯이 이쁜 그 애가 걸어오고 있었음. ㄷㄷ

사실 일할때는 학교 마치고 난 다음에 출근하려면 시간이 촉박해서 편한 옷 위주로 입고 올 수 밖에 없으니 이런 모습은 못봤는데... 뭐 그래도 엄청 예쁘지만.

아무튼 원래 이쁜애가 스타일에 힘 좀 주니까 장난 아닌거임 ㄷㄷ

물론 아직은 학생이라서 어린티가 좀 나긴 했지만 그딴건 신경도 안쓰였음.

하여튼 너무 이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어버버버 하고 멍청하게 맞이했는데 그애는 그런 날 보고 오빠 왜그래 하면서 키득키득 웃어댔음

그애는 기분 좋아가지고는 뭐할거야 뭐할거야? 하면서 묻는데 이뻐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봄. ㅋㅋ

일단은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먹고.. 뭐 평범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럴 계획이어서 미리 예매해둔 영화를 먼저 보러감.

친구놈들이랑 영화관 갈때는 돈 아까워서 팝콘같은건 절대로 안사먹는데 그애가 팝콘 먹고 싶어해서 무조건 살 수 밖에 없었음 ㅋㅋㅋㅋ

영화는 당시에 인기가 있었던 멜로물이었고 난 멜로물같은건 취향이 아니라서 전에는 한번도 극장에서 본 일이 없었는데

같이 보는 애 덕분인지 잘 만든 영화 덕분인지는 몰라도 꽤 재밌게 잘 봤음.

영화 보고 나서 스토리나 배우 이야기 하면서 길을 걷다가 점심 먹으러 감.. 괜히 어른인척 티내려고 일부러 스테이크 썰러 갔음.

그때 당시에는 꽤 잘 나가던 먹거리였기도 하고 사실 가격 때문에 학생들이 쉬이 먹기는 힘들거 같아서 고르고 골라서 간거임.

고기 썰면서 오빠랑 맨날 이렇게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하는데... 으 내 입장에선 미칠듯한 심쿵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 이야기하는 그 애.. ㅠㅠ

커피도 같이 마시면서 계속 떠들고 오락실 가서 총 쏘는 게임 같이하고... 걱정을 좀 하긴 했지만 재밌게 잘놀아서 다행이었음.

저녁도 먹고 시간이 좀 늦어서 귀가 하는데 지하철에서도 헤헤헤 웃으면서 좋아라 하는데..

진짜 당장 껴안고 ㅃㅃ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음 ㅠㅠ 진짜 나같은 고자도 무너뜨린 저 미소가 날 미치게 했음.

집까지 바래다 주고 내 집으로 되돌아가는데 오늘 정말 잘 놀았다는 문자가 바로오는것도 넘 이뻤음.

그럼에도 나는 데이트에 대한 준비를 했지 고백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못해서 끝내 고백은 하지 못했음...

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여서 그날 편하게 잠듬.

그 데이트를 하고 2주일 정도 뒤였음.

뭐 이쯤되니 얘가 가다가 팔짱도 끼려고 들고 나도 이제 대놓고 거부는 못하는 그런 어정쩡한 상황이라 결단이 필요한 시기였음.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어느날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쉬는날이 맞았음.

그런데 그걸 뒤늦게 알았고그 아이도 다른 일이 있었서 같이 놀지는 못하게 되었음.

나도 좀 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냥 집에서 게임 하면서 놀았음.

그러던 와중 점심 즈음에 그애 한테서 전화가 옴.

오옷! 하면서 얼른 전화를 받았는데 집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고 하는거임.

나는 컴퓨터를 좀 볼줄 아는걸 평소에 약간 어필했었는데 결국 이건 나한테 자기 집에 와서 봐달라는 소리랑 다를바가 없었음.

간단하게 증상을 물어보고  어머니 계시냐고 물어보니(그애 부모님은 이혼해서 어머니랑 같이 살았음) 있다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

단순하게 생각했거늘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짐.

하지만 도망치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좀있다가 찾아간다고 하고 정말 졸라 깔끔하고 단정하게 보이도록 거울을 보고 또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음. ㅋㅋㅋㅋ

못생긴놈이라도 옷은 멀쩡해야지....

그런데 막상 보면 어떻게 대하지... 고민이 많았는데 에라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난 그냥 그 애의 집으로 출발함.

평소의 나로썬 상상도 할 수 없는 깡이었던거 같음.

그 애의 집 앞에 도착해서 심호흡을 가다듬고 초인종을 누름. 누구세요~~~ 하는 그애의 목소리가 들림.

나라고 대답하니 그 애가 문을 열어주는데 분위기가 뭔가 내 생각과는 좀 달랐음.

그애 어머니가 안계시는 거임.

어머니는 어디 가셨어? 라고 물으니 방금전에 급한일 있다고 나가셨다고 함.

어.. 어 그렇구나 하고 집안에 들어서는데 어머니가 계실때를 상상했던것과는 다른 긴장감이 날 엄습하기 시작했음. ㅋㅋㅋㅋ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이 잡안에 이 애랑 나랑 단 둘뿐이랑 소리 아님.

내가 살면서 단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그런 상황이었음.

아무튼 정신차리고 방안을 보니 부엌쪽에는 뭔가 음식 만드는 보글보글 하는 소리가 났고 컴퓨터는 이쪽이라고 자기 방으로 안내함.

여자애 방을 보는건 처음인데..... 하면서 기대하며 보니 정말 망상속에서나 생각했던 여자애 방의 전형적인 모습 을 하고 있었음. ㅋㅋㅋㅋ

모든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고 뭔가 향긋한 내음하며... 우와~ 하는 동시에 긴장도 엄청 됐음 ㅋㅋ

일단 여기 온 목적은 컴퓨터를 고치는거니까 일단 잡생각은 집어치우고 컴퓨터를 보기 시작함.

그애는 다시 주방쪽으로 갔음.

컴퓨터를 켜보니 켜지는듯 하다가 푹 꺼지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까 이거는 90% 파워 서플라이 문제다,

이걸 고치려면 어쩌지, 규격은 뭐지, 집에 남는 부품 있나, 이런 생각들을 마치 불경처럼 외면서 정신을 가다듬는데 집중했음 ㅋㅋ

결국 규격을 알아내고 이 부품은 집에 남는게 생각나서 그걸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함.

근데 그전에 자기가 요리를 만들었으니 먹고 가라는거임 심쿵

같이 못놀줄 알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어느날, 여고생이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애가

자기 집으로 불러다가 음식을 먹여준다는 감당하기 힘든 행복이 밀려오니 아찔할 정도 였음. ㅋㅋㅋㅋㅋ

메뉴는 웃기게도 알바할때 무지 자주 먹는 스파게티였음. 질리지도 않는건가.. ㅋㅋㅋㅋ

정확히는 까르보나라 종류였는데 매장에선 맨날 미트소스 스파게티만 먹다보니 이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열심히 먹음.

사실 그렇게 배고픈건 아니었는데다가 양을 너무 많이 해놓고 본인거는 삼각김밥 양만큼만 덜어놓고는

나보고 나머지를 다 먹으라고 하니 죽을 맛이었지만 정말 혼신의 힘을 다 해서 먹음.

남자들은 짐승이긴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돼지처럼 많이 먹는건 아니라고 ㅋㅋㅋㅋ

여튼 결국 다 먹는데 성공했고 너무 배가 불러서 뒤로 나자빠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는데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음.

그래서 일단 집에 컴퓨터 부품을 가지러 갔다 오면 배가 좀 꺼질거 같았고 그 애는 내가 다녀올동안  설거지 해놓는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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