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일본ㄴ-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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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본ㄴ-19부

소타라 0 295 0 0

 

이야기 일본ㄴ-19부 

 

얼핏 본 그녀의 인상은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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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성을 구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면 치부

를 들어내도 감각을 잃을 만큼, 이미 많은 남자들 앞에서

늘상 해 왔던 습관처럼 그녀의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여전히 앉은 채로 말하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금새 올라가려고 했는데... 앉으세요.]

나는 뒤돌아 선채 대답했다.

[ 다시 올께요.]

[ 다 했는데... 참, 여긴 어떻게 알고 오게 됐어요? ]

[ 네. 시시신문 보고, 으읍.]

나는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말하는 도중 메에버린 목은말을 중단시키고 말았다.

[ 네에? ]

목을 한번 가다듬고 재차 묻는 그녀의 물음에 천천히 다시 말했다.

[ 신문 광고 보고요...]

뒤돌아 있으면서도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몰랐다.

나의 고개와 눈동자는 우왕좌왕하며 따로 놀고 있었다.

그러던 시선은 마주보는 벽과 이어지는 천정의 모서리에

멈춰지고 말았다. 천정과 벽에 비스듬히 이어져 걸려있는

까만 바탕의 액자속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벌어진 그녀의 두 다리 사이는 진회색 소변받

이가 가려주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채 그녀가 말했다.

[ 앉으세요.]

더욱 크게 떠진 눈은 액자속의 그녀에게서 벗어날 줄 몰랐다.

[ 괜찮아요.]

자리에 앉으면 그녀의 모습이 안보일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나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를 느끼며

나의 시선은 재빠르게 바닥으로 향했다.

[ 다리 아프겠다...]

한마디 다음에 들려온 소리는 쪼르륵 쪼르륵 떨어지는 그

녀의 오줌 소리였다.

나는 앞을 주시하는 척 눈을 치켜올렸다. 또 다시 숙여진

그녀의 고개를 확인하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일어설 줄

모르는 그녀는 대변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더욱 숙여지는 그녀의 고개에 상대적으로 엉덩이가 들려

올랐다. 가랑이 사이로 그녀의 손이 들어갔다. 다시 나온

손이 두 손과 만나 휴지를 반으로 접었다. 또 다시 한손이가랑이 사이로 들어간다.

그리곤 순간적이었다. 어느새 일어선 그녀의 하반신을 마

지막으로 나의 시선은 완전범죄를 행한 뒤 목계단의 입구를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 뒤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 배 고프죠? ]

그녀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대답했다.

[ 네..]

[ 조금만 참아요. 곧 식생활에 익숙해 질거예요.]

그녀가 내 앞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그제서야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다.

[ 식사를 어떻게 하는데요? ]

[ 기상시간이 좀 늦어요. 아침이 한시, 저녁이 아홉시...그렇게 두끼 먹어요. 앉으세요.]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으며 차분한 인상에 예쁘장한

얼굴은 방금 전 자신이 내 앞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

는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

게 자라왔길래 남자 앞에서 수치를 모르는 처녀가 되고 만걸까...

그녀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 두끼 요? ]

[ 많이 배고파요? ]

[ 네.]

[ 차츰 나아질거에요,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잠시 후 주방을 다녀온 그녀의 손엔 야채가 담긴 접시가

들려있었다.

[ 이거라도 먼저 드세요.]

[ 하영씨는 어디 갔나봐요? ]

[ 하영인 밤에나 올거에요.]

머리가 또 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 어젯밤 먹은게 무슨 술이죠, 두통이 오래가네요.]

 

이야기 일본ㄴ-19부
 

[ 그래요? 전 괜찮은데... 술이 약한가봐요.]

[ 약한편은 아닌데... 아, 머리...]

갑자기 오른 쪽 골에 심한 통증이 일었다. 머리가 부서지

는 듯한 통증이었다. 머리를 움켜쥐고 탁자에 엎드려 통증

을 견디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아주 조금씩 가시기 시작한 통증은 금새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그제서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시영의 표정이 보였다.

시영은 자신이 아팠던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괜찮아요? ]

[ 네, 괜찮아졌어요. 술 때문이 아닌것 같은데...]

[ 밀주가 맞을거에요. 처음엔 다들 아프다고 했어요.]

[ 다들 이요? ]

[ 아니요, 예전에 오신분도 그랬다구요.]

[ 네에... 마실 땐 시원했는데.]

시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나타난 하영이 시영일 부르며 다급하게 들어왔다.

[ 언니! ]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는 하영이 멈짓거렸다.

[ 어머. ]

다급했던 그녀의 행동이 나를 본 뒤 애써 차분해졌다.

시영의 눈빛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하영이 나를 보며 인사한다.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외출이라도 한 듯 밤에나 올거라는 하영의 옷차림은 집안

어디선가 쉬다 온것처럼 어제와 다름없는 차림이었다.

시영과 하영이 서로를 번갈아 보다 시영이 나를 향해 말했다.

[ 저, 올라가 계실래요. 금방 식사 준비해서 부를께요.]

알 수 없는 묘한 공기가 잠시 흘렀다.

[ 네.]

그들을 뒤로 하고 목계단을 따라 이층으로 오르다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다 보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잘못 본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목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잎이 무성한 벤자민 화

분 두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좌측이 일층 원룸으로 들어서

는 입구이다. 벤자민 뒤로는 작은 공간이 있다. 그리고 벽이다.

어젯밤 일층으로 내려갈 때도, 그리고 방금 전에도 벤자

민 뒷 벽에 제대로 붙어있는 커다란 액자를 보았었다.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시골의 풍경이 벤자민과 어울리는 색으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이층으로 오르며 이상한 느낌에 뒤 돌아보았을 때 액자는

분명 들떠진 것처럼 비스듬히 솟아 있었던 것이다.

계단을 다 올라 재 확인하려 했을 때는

액자는 보이지 않고 벤자민을 심어놓은 화분의 밑부분만 보였다.

[ 태희야! ]

요오꼬였다. 그녀의 방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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